원고 투고한 지 3년 만에 출간하다.

원고 투고 일지 ep 14. 길었던 나의 원고 투고 일지

by 기록하는 슬기

[ep. 14 완결 / 원고 투고한 지 3년 만에 출간하다.]



연초부터 준비해 온 출판 프로젝트였다. 이 대장정은 6월 24일 무사히 출판 계약 완료가 되며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하지만 해피한 엔딩을 만끽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책에 들어갈 최종 원고 마감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계약만 엔딩 된 거지, 본격적인 출판은 이제 시작이었다.



출판사에서는 내 글의 중심 소재가 여행인 만큼 여름이 가기 전, 8월 중순-말 안으로 출판을 하자고 하셨다. 이에 나도 동의를 했고, 원고 최종 마감 기간은 7월 중순으로 정해졌다. 계약일로부터 3주 안에 원고를 완성해서 편집장님께 전달하기로 약속했다.



계약할 당시 완성된 원고는 책 한 권 분량의 60~70%였다. 이는 30~40%의 원고는 새로 써야 한다는 뜻.

일단 목차를 다시 정리하고, 완성된 원고와 미완성된 원고를 분류했다. 완성된 원고 중에서도 퇴고가 필요한 글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내 예상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루에 현실적으로 새 글을 쓸 수 있는 분량을 정했다. 새 글을 쓰면서 틈틈이 책 전체 흐름과 맥락을 생각하며 원고를 읽고 또 읽었다. 이렇게나 내 글을 여러 번 읽은 적은 처음인 것 같았다. 이때 내 머릿속에는 '원고 마감'이라는 네 글자 밖에 없었다. 6월 말~7월 중순은 잠을 줄여가며 원고의 늪에 빠져 살았다.



P20250715_191703351_120A23AA-A76E-4137-8276-22AA597497DA.JPG 최종 원고 끝낸 날. 113쪽 분량의 글을 하나의 책으로 엮는 건 처음이라 쉽지 않았다. 그만큼 또 뿌듯했다.



약속한 원고 마감 1일 전에 편집장님께 완성된 원고를 보냈다. 어찌나 후련하던지. 출판에 있어서 작가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해냈다. 편집장님께서는 원고 확인은 2주~3주 정도 걸린다고 하셨다. 그리고 원고 확인이 끝나면 책 표지를 정해야 하니, 혹시 원하는 디자인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전달해 달라고 하셨다.



그동안 나는 책 표지를 열심히 봤다. 여행 에세이 표지부터 일반 에세이, 소설, 인문학 책 등.. 평생 볼 책 표지는 이때 다 본 것 같다. 책 표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았다. (여행 에세이 기준으로) 멋진 여행 사진 위에 책 제목이 들어간 가장 클래식한 방식, 그다음으로는 일러스트 작품 위에 눈에 띄는 색과 글씨체가 들어간 방식.



딱 보기에 '예쁘다, 깔끔하다'라고 느껴지는 건 클래식한 책 표지였다. 그런데 이 스타일의 표지는 너무 흔해서 수많은 책들 사이에 있다고 한다면 눈에 잘 띌 것 같지 않았다. 반대로 알록달록한 일러스트 책 표지는 내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편집장님께서 원고 최종 확인을 해주시고, 책 표지를 정하기 위해 미팅을 했다. 마음에 쏙 들지는 않지만 내 글과 어울릴만한 책 표지들을 찾아 준비해 갔다. 그런데 역시나.. 편집장님께서는 이미 책 표지 시안을 몇 가지 만들어오셨다. 그중 하나를 보는데, '아! 이거다!' 싶었다.



바로, 내가 답을 찾지 못했던 '클래식 버전 vs 일러스트 버전'을 해결해 주는 것이었다. 이 둘의 콜라보랄까. 여행 사진 위에 펜을 들고 무언가를 쓰는 듯한 소녀를 일러스트 작업을 해서 만든 표지였다. 편집장님이 '떠나면 달라질까?'에 고민하며 글을 쓰는 주인공 (나)을 생각하며 떠오른 아이디어라고 설명해 주셨다.



이제 책 표지의 방향성은 정해졌다. 내가 찍은 여행 사진 중 표지에 어울릴 사진을 골라서 보내드리면 최종 시안을 다시 보내주신다고 했다. 이제 남은 일은 책 내부 디자인. 이 작업은 원고 수정이 완전히 끝나면 pdf 파일로 보내주시기로 했다.



생각보다 원고 최종 완성에 시간이 더 걸렸다. A4용지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원고를 수정하고, 확인하고, 다시 수정하기를 n번 반복한 결과, 최최최최최최종 원고는 마무리가 되었다. 그 후 책 내부 디자인과 책 표지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P20250924_233608700_00E4CA22-160B-4C39-91BE-9C153CB10255.JPG 처음 '내 책' 받아본 날.



2025년 9월 24일,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드디어! '지은이 이슬기'가 적힌 내 책, 『떠나면 달라질까』가 출간됐다. 출간 1일 전, 출판사에서 인쇄된 책 한 권을 샘플로 보내주셨는데 그제야 실감이 났다.

'와. 정말 내 책이 만들어졌구나.
내 책이 세상에 나왔구나.'



출간 후에 정말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셨다. 특히 내 출판 과정을 옆에서 본 가족, 친구, 지인, 구독자분들은 내 첫 단행본 출간 소식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몇몇 친구와 친척들은 내 책 표지와 제목을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 말에 내 눈시울도 덩달아 붉어졌다. 내 일을 자신의 일 만큼이나 기뻐해준다는 거. 그거 참 귀한 거니까.



2025년은 내게 특별한 한 해이다.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2019년 이후로 봤을 때, 아니 내 인생을 통째로 놓고 봤을 때도 절대 잊을 수 없다. 출판에 결실을 맺은 한 해이다. 그토록 원하던 기획 출판으로 계약을 했고, 책을 냈다. 그것도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나의 떠남, 방랑' 이야기를 담은 책을.



P20251015_000127926_9070AC87-9D90-470F-8648-2FE8C7823F37.JPG 정식 출간 당일, 가족들과 소소하게 출간 파티를 했다. 저가 손글씨는 엄마가 직접 써주셨다.







22년, 23년, 그리고 올해까지. 이 브런치 북 제목처럼 '길었던 나의 원고 투고 일지'였다. 누군가에게 책 한 권 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일 수 있다. 사람마다 다양한 이력을 지니고 있고, 출판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기에. 하지만 에세이라는 장르의 글을 쓰는 나에게, 특별한 이력이 없는 나에게, 유명한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가 아닌 나에게 기획 출판은 쉽사리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이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출판을 도전했던 한 해, 한 해 난 성장했다. 벽에 부딪혀 넘어지고 다시 또 달려와 점프를 하는 과정에서 근력도 생기고 나만의 방법도 찾았다. 억울하지만 성장에는 늘 통증이 따른다. 이 보다 더 힘들 수 있을까 싶을 때 기회는 내게 왔다. 그동안 지독한 아픔으로 성장한 나는, 드디어 그 벽을 넘을 수 있었다.



이 글은 책 한 권 냈다고, 원고 투고가 끝났다고 쓰는 글이 아니다. 책 한 권 내려고 지금까지 이렇게 글 쓴 거 아니니까. 앞으로 나는 계속 글을 쓰고, 책이라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것이다. 그러니까 원고 투고는 언젠가 또 시작될 것이다.



이 글은 셀 수 없이 거절을 당하며 꿈의 벽을 체감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해 썼다.

과거의 나, 미래의 나, 그리고 현재 글이라는 길을 걷고 있는 동행자들을 위해.


"원고 투고 한지 3일 만에 출판사 3곳에서 연락 왔어요!"가 아닌,

"원고 투고 한지 3년 만에 책 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서 쓴 글이다.


무조건 하면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영원히 넘을 수 없는 벽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나만 쓸 수 있는 글이 따로 있듯, 벽을 넘는 나만의 방법도 따로 있다.

나만의 글과 길, 그 방법을 믿고 나아가길 간절히 응원한다.








<길었던 나의 원고 투고 일지> 브런치 북 연재는 오늘로 끝났습니다.

매주 화요일,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제 출판 도전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브런치 북을 연재하는 동안 덕분에 저는

6년 전 글을 업으로 삼아보겠다고 다짐했을 때,

3년 전 출판 기획서가 뭔지 몰라 공부하며 처음 쓸 때,

난생처음 출판사 대표님과 미팅을 했을 때,

2년 전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조건들의 계약 조건을 받았을 때,

올해 유독 깊었던 슬럼프를 이겨내고 '마지막이다' 마음먹고 다시 출판에 도전했을 때,

그때의 저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초심'이라는 단어는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 시간이 지나 과거를 돌아봤을 때 현재의 마음보다 초심이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전보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성숙해지는 삶과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전 초심 속에 끓어오르는 간절한 제 마음도 좋지만, 온도차이가 거의 없는 미지근한 지금의 이 마음이 조금은 더 좋습니다.


아 물론 가끔 초심 속 '열정'이 그립곤 합니다.

그럴 때면 이 글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200번이 넘는 거절을 받으면서도 다시 도전하는 나,

남들 의식하지 않고 내가 선택한 길을 걷고 걸었던 나,

그저 '나'를 믿었던 나를 만나고 싶을 때

이 브런치 북을 읽으려고 합니다.



읽어주신 독자분들이 있어서 <길었던 나의 원고 투고 일지>를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끝까지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 속, 길었던 원고 투고를 거쳐 나온 제 첫 책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 눌러주세요.

(읽고 싶으신 분들은 살고 계신 지역 도서관 '희망 도서 신청'하셔서 읽어주세요. 작가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 <떠나면 달라질까>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602182




▼『떠나면 달라질까』의 초고였던, 브런치 북 <떠나면 달라질까>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angrangseul9





▼1화부터 정주행 하기

https://brunch.co.kr/@sul538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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