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투고 일지 ep.13 3년 만에 출판사 미팅, 출판 계약 결과는?
"안녕하세요. 000000 출판사입니다."
메일 제목을 보고 '또 거절이겠지..'싶었던 내 예상은 완전히 틀렸다. 해당 출판사의 편집장님이 쓰신 메일이었다. 내용을 읽고 "헛...!"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던 이유는 그토록 내가 기다리던 문장들로 꽉꽉 찬 메일이었기 때문이다.
수업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메일을 다시 읽었다. 맞다. 정말 맞다. 내가 기다리던 답장. 이 메일에는 '작가가 일정 기간 내에 200권을 팔아야 하는 이상한 판매 미션'도 없었고, '작가님 돈 많아 보이는데 300부를 무조건 사야 한다'는 더 이상한 조건도 없었다.
혹시나 해서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아주 깔끔했다. '기획 출판'을 어떻게 계약하고 있는지 확실히 정리해서 공지해 놓으셨다. 내가 아는 상식적인 기획 출판이 맞았다.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젊은 분위기의 출판사 같았다. 출간 작가님들도 대부분 젊은 분들이었고, 20~30대에게 어울리는 도서들이 많이 보였다. (한 마디로 여러모로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다.)
심장 온도를 낮추고 편집장님께 보낼 답장을 썼다.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가능한 미팅 일정과 장소를 정리해서 보냈다. 메일을 받은 날로부터 6일 뒤에 양재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게 얼마 만에 출판사와 미팅인지. 처음 원고 투고를 했던 2022년 6월이 출판 미팅 마지막이었으니까 신기하게도 딱 3년 만이다.
6월 24일, 미팅 날이 찾아왔다.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들뜨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3년 전에도 계약서에 내가 사인만 하면 끝나는 거였는데 결렬이 되지 않았나. 막상 만나서 이야기하면 출판 방향이나 조건들이 서로 다를 수도 있다. '계약'은 도장 찍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심호흡을 한 번 '후~' 해주고, 약속 장소 카페로 들어갔다. 일찌감치 오셔서 내 음료까지 주문해서 기다리고 계신 편집장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역시 내가 생각한 게 맞았다. 출판사가 젊은 이미지 같다고 느꼈는데, 편집장님도 정말 젊으셨다. (+ 게다가 동안이셨다. 편집장님 보고 계실 것 같아서 그런 거 아니고요. 진짜입니다.)
본격적으로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출판사 측에서 생각하는 출판 시기, 출판 콘셉트, 도서와 관련된 마케팅 & 행사들 등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해주셨다. 다행히도 내가 원하는 출간 방향과도 대부분 일치했다. 또 대화 도중 궁금한 점을 질문드렸는데, 미리 챙겨 오신 관련 자료들과 세심한 설명 덕분에 믿음이 갔다.
책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들을 나누니 1시간 정도가 지났다. 편집장님은 갈색 서류 봉투에서 계약서를 꺼내셨다. 사실 오늘 나는 계약서에 바로 사인을 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했다. 출판 방향이나 계약 관련해서 내가 궁금점이 명확하게 풀리지 않으면 조금 시간을 갖고 나서 계약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 편집장님과 만나서 대화를 해보니까 걸리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길고 긴 계약서를 한 줄 한 줄 그 자리에서 모~두 다 읽어보았는데도 깔끔했다. 그래서 난 그 자리에서 사인을 했다. 그렇게도 바라던 '내 책, 내 이름이 적힌 출간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양재역 앞에서 편집장님과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강남역까지 천천히 걸어가는데 그동안 원고 투고를 했던 나날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직 책이 나온 건 아니지만 이 계약, (정상적인) 기획 출판 계약을 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날을 속앓이 하며 견뎌왔던가..
난 원체 자만보다 자책이 쉬운 사람이라 나 자신에게 칭찬이 인색하다. 그런데 오늘은 나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끝끝내 걸어온 내가 기특했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거절이라는 쓰라림을 참으며, 될 때까지 도전했던 내가 보였다.
발 끝까지 닿을 만큼 길고 긴 한숨을 푹 내쉬며, 울상으로 거절 메일을 보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이번 세 번째 원고투고 때는 진지하게 6년 간 써온 글을 포기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하루, 하루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왔다.
계약을 성사시킨 오늘 나의 모습보다도 200번이 넘는 거절 메일을 보고도 또다시 원고 투고 메일을 쓰던 나에게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너는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정말 잘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오늘은 삼수만에 드디어 합격한,
그러니까 세 번의 원고 투고 끝에 드디어 출판 계약을 마친 내용을 썼습니다.
5~6개월 전에 일어난 일인데도 그날을 생각하기만 해도 가슴 한쪽이 뭉클하네요..
13화인 오늘 글에서 출판 계약은 성사 됐지만,
<길었던 나의 원고 투고 일지>는 다음 주에 마지막 화를 올릴 예정입니다.
실제 출판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히 담아보려고 합니다.
다음 주 에피소드도 기대해 주세요 : )
오늘도 제 이야기를 찾아주시고,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이라는 같은 길 위를 걷는 모든 분들 응원합니다.
<길었던 나의 원고 투고 일지>는 시리즈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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