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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내 글은 책이 되기 어려운 걸까?

원고 투고 일지 ep. 12 원고 투고 답장을 읽고 무너져버린 마음

by 기록하는 슬기

[ep.12 / 정말, 정녕! 내 글은 책이 되기 어려운 걸까?]




이번에는 기필코 5월 초에는 원고 투고를 시작하기로 다짐했다. 왜냐하면 2022년, 2023년 두 번의 원고 투고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기획출판은 출판사에서 대부분 1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책을 제작하고 발행하기 때문에 7~8월 이후에 투고를 하게 되면 원고가 뽑힐 확률이 낮다고 들었다. (물론 담당자나 대표님이 한눈에 꽂히는 경우는 빼고)



주업인 글쓰기 클래스까지 중단하면서 출판을 열심히 준비한 결과. 출판 기획서, 샘플 원고(단행본 1권 분량의 1/2)를 5월 초에 완성했다. 이제는 투고 메일을 보내는 일만 남았다. 지난 2년 동안 투고를 하면서 모은 에세이 출판사, 메일 주소 리스트는 이미 가지고 있었지만 2025년 버전 출판사 리스트를 재정비했다.



이번 원고 투고는 세 번째인 만큼 전략을 조금 바꿨다. 예전에는 에세이를 출간하는 출판사는 모~두 다 싹싹 모아서 투고 메일을 보냈었다. (첫 투고 : 90곳, 두 번째 투고 : 117곳) 이번에는 최대한 '내 글과 결이 맞는 곳+최근에 에세이를 출간하는 곳'으로만 투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바뀐 전략이 하나 더 있다. 예전에는 원고 투고 메일 첫 줄에 '000 출판사 귀중'이라고 쓰고, 출판사마다 이름을 바꿔서 보냈었다. 기본적인 멘트와 내 책에 대한 소개, 나에 대한 소개는 거의 비슷하게 썼었다. 이번에는 출판사마다 메일 내용을 다르게 써서 보냈다.



해당 출판사에서 나온 책 중에 내가 읽은 책이 있다면 그 책에 대한 간단한 감상을 쓰고, 내가 쓰는 글과 연관을 시켜 메일을 썼다. 아니면 출판사 홈페이지(sns)에 들어가서 출판사의 모토&비전,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등을 어느 정도 숙지한 뒤에 그에 대한 내용을 메일에 썼다.



한 마디로, 입사 자소서 쓸 때 그 회사에 대해 공부를 하고 그에 알맞게 '나'에 대해 어필하듯, 각 출판사에 대해 공부를 하고 어울리게 '내 책, 나란 사람'에 대해 어필을 했다. 그러다 보니 한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쓰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하루에 평균적으로 출판사 3~4곳에 원고 투고 메일을 보낼 수 있었다.




P20250613_170821466_92FA5112-DE84-493B-9B9A-898110526423.JPG 이제는 '지겨운' 원고 투고 화면.. 하지만 이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원고 투고는 삼수까지 하기로 다짐했다.



2025년 5월 9일부터 원고 투고를 시작했다. 주업인 글쓰기 클래스를 다시 하면서 차근차근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보냈다. 1주, 2주, 3주가 지났다. 여러모로 전략을 바꾸어서 원고 투고를 해서 그런 걸까. 아주 성의 있게 거절을 해주시는 출판사가 늘었다. 그 외에는 역시나 의례적인 거절 멘트가 담긴 메일만 수두룩 쌓여갔다.



그때였다. 에세이 출판사 쪽에서는 꽤 규모도 있고, 인지도도 있는 출판사에서 늦은 답장이 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메일 내용이 꽤 길었다. 거절이든 아니든 일단 의례적인 거절 메일은 아닌 건 확실했다. 일단 그 메일은 '작가님, 답장이 늦어서 죄송합니다.'로 시작했다. 마지막 줄까지 다 읽었을 때 내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메일 내용은 즉슨, 내 원고가 좋아서 최종 회의까지 갔었다고 한다. 다방면으로 오랜 시간 논의를 했지만 결국 출판까지는 성사시키기 어렵다는 메일이었다. 내 원고가 어떻게 뽑혀서 최종 회의까지 갔고,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는지 나는 모르지만 그 메일을 쓰는 담당 직원분의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전해 듣기로 이런 메일을 보내는 것은 회사 윗선에서 거절을 당한 경우라고 했다. 실제로 출판사 직원분들께 들은 바, 자신은 원고가 마음에 들고 출판에 자신이 있어서 선정을 해도 위에서 하지 말라고 하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때는 작가에게 진심으로 미안하고, 또 출판 기획자로서 스스로 아쉬운 마음이 커서 작가에게 따로 답장을 보낸다고 하셨다.



'최종' 문턱에서 당한 거절은 지금까지 겪은 거절과는 또 다른 아픔과 충격이었다.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차라리 그냥 1차에서 떨어지는 게 나은 건가?, 그래도 최종까지 간 거면 희망이 있다는 건가?, 그런데 결과적으로 탈락은 똑같이 탈락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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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없이 걷고 또 걸었다. 원고 투고 하면서 마음 고생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깊은 한 숨 쉬고, 걷는 일. 그리고 다시 메일 보내는 일.




이번 연도 통틀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5월, 6월이었다. 출판에 대한 내 마음은 간절함을 너머 절실함이었다. '세 번째 도전인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모두 다 갈아 넣었는데..' 올해 늦봄에서 초여름, 나는 글에 대한 내 능력, 내 글의 대중성을 의심했고 그 끝은 '6년 동안 글을 업으로 쓰고 살아온 내 삶'으로 향했다.



매일 밤, 무릎이 아플 때까지 걸었다. 이번에 기획 출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출판을 한다고 쳐도, 난 이제 앞으로 글을 쓰면 안 되는 건가 싶었다. 글은 내 것이 아닌데, 내가 무모하게 억지로 내 삶에 끌어당겨서 지금까지 가지고 온 건가 싶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중간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녹아버린 멘탈을 가까스로 추슬러 원고 투고를 이어나갔다. 투고를 시작한 지 한 달하고 1주가 지난 어느 날이었다. 여느 날처럼 나는 강남의 한 카페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었다. 수강생분이 잠시 실습하는 시간, 내 휴대폰 화면에 번쩍 빛이 들어왔다. 메일 알림이었다.



메일의 제목은 '안녕하세요. 000000 출판사입니다.'였다.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22년, 23년, 올해까지. 지금까지 받는 투고 거절 메일은 셀 수 없다. 또 거절인가 보다 하고, 심드렁하게 메일을 열었다. 메일 내용은 짧았다. 어? 그런데.. 이게 맞나..? 그 메일을 읽고, 낮은 목소리로 "헛.....!" 소리가 나왔다. 내 두 눈은 커졌고, 오랜만에 내 심장은 팔딱팔딱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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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 글에 대해 의심이 가득할 때마다 예전에 브런치 독자분들이 남겨주신 댓글을 다시 읽고 또 읽었다. 나도 나를 못 믿을 때 나와 내 꿈을 믿어주는 이들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글이라는 꿈을 꾸고 쓰는 모든 분들 응원합니다.

오늘도 제 이야기를 찾아주시고,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길었던 나의 원고 투고 일지>는 시리즈물입니다.

첫 화 혹은 이전 화부터 보시면 더욱 재미있고, 많은 정보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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