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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비 Apr 24. 2019

16. 7월, 8월

접촉사고와 오본(お盆)



7월, 수입도 이제 안정되었고 조금 더 먼 곳까지 다니고 싶은 마음에 큰 맘먹고 산 자전거가 한 달도 넘기지 못하고 자동차와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해 망가졌다.

시야를 가리고 있는  트럭 때문에 서로 들어오는 걸 못 본 탓이었다.

어떡하지? 경찰서로 가면 말도 잘 못하는 내가 덤터기 쓸 거 같은데?


마침 가게 오픈하는 시간이었고, 내가 빠지면 가게에 지장이 생길까 봐 당황해하던 운전자 아저씨를 그냥 보내고 라멘집으로 출근했다.

하나 둘 직원들이 출근하면서 만신창이가 된 자전거를 보고 괜찮냐고 물었다.

발이 욱신거릴 뿐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전화번호라도 받고 보낼걸, 경찰이라도 부를걸 젠장 내 8천엔..


일이 끝나고 집에 도착해서 확인해보니 엄지발가락에 피물집이 잡혀 있었다.


일주일 뒤, 엿가락처럼 휘어버린  앞바퀴와 조금 뒤틀린 프레임을 가지고 집 앞 자전거 가게로 갔다.


"이거 못쓰겠어, 봐봐 프레임이 휘었지? 고치는 거보다 새로 사는 게 싸게 먹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차랑 부딪혔어요..

"그땐 드러누웠어야지~"




8월 13일

우리나라로 치면 추석이랑 비슷한 오봉은 옆집 오카무라상이 말하길 조상을 기리기 위한 날이라고 한다.

어릴 적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에서 봤던 명절의 풍경이 어딘가 정겹다고 느꼈었는데 라멘집에서 일하는 나는 이런 명절 때마다 박 터진다고 할까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시간도 금방 가서 좋지만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에, 부디, 제발, 손님, 그만!!이라고 속으로 외쳤다.


일이 끝나고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고 귀가하는 길이었다.

가족들끼리 차고에서  고기를 궈먹는 모습을 보고 문득,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친척들과 같이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때가 생각났다. 가족들이 보고 싶어 졌다


16일, 고잔노 오쿠리비(五山の送り火)

교토현에는 다섯 개 다이몬지 산이 있다. 이 산에 글자에 불을 붙여 조상님들이 하늘나라로 잘 돌아가시도록 기원한다는 뜻에 오쿠리비(送り:보내는火:불)라고 한다

오봉 마지막 날, 밤 8시쯤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2층에 사는 아유미상이었다.


"성원 나와봐, 시작했어!"

내가 사는 아파트 맨션 앞에는 法자가 새겨진 다이몬지 산이 있다. 내 방 앞이 전망이 좋아서 맨션 주인 할아버지의 가족들과 , 2층에 사는 아유미상과 오쿠리비를 구경했다.  


8시쯤 점화된 불은 9시가 다돼서야 꺼졌다. 꺼져가는 불꽃을 보면서 아 올해 오봉도 끝났구나 하는 탄식이 나왔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맞는 추석 마지막 날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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