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 이야기. 두 번째
"이따 저녁 먹을 건데 같이 와서 먹을래?"
주인아주머니가 말했다.
아침 10시 즘 숙소에서 나와서 운하 쪽으로 바로 가지 않고 좀 돌아서 갔다.
오타루라는 도시를 조금 더 알고 싶어서였다.
첫날, 발견한 마트에 둘러서 간단히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둘러보기로 했다.
땡땡땡땡~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빵집에서 종을 울렸다.
마침 빵이 만들어진 시간이었나 보다. 아침은 이걸로 때워야겠다
오타루 가옥은 교토에서 봐왔던 지붕과 달리 세모 각지게 지어져 있다.
기후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던 고등학생 때 배웠던 지식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래서인지 일본 전통적인 가옥보다는 고베에 기타노 이진칸에서 봤던 건물들하고 비슷하다는 인상을 가져다주었다.
걷다가 보니 주택 사이로 작은 카페가 보였다.
창가 쪽 자리에 앉아서 경치를 구경한다. 언덕 쪽에 있어서 그런지 오타루의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주문한 커피가 나오고 한동안 창가를 구경하면서 오타루 시내를 그렸다.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일어나서 카페를 나와 길을 걷는다. 나와보니 구름이 걷혀있었다. 관광지도 관광지 나름대로 좋지만 그보다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을 걷는 게 왠지 더 끌린다.
가는 길에는 하교시간인지 초등학생들이 보였다. 일본에서 혼자 산지 거의 일 년을 채워가는 중, 나에게는 한 가지 버릇이 생겼는데, 기분이 좋으면 어떤 생각나는 노래나 음을 흥얼거리는 버릇이다
그 광경이 꼬맹이들에게는 웃겼는지 옆에 와서 놀리는 것처럼 따라 부른다.
순간 당황한 나는 못 들은 듯 무시하고 제 갈길로 갔다.
지도보다는 가보고 싶은 대로 무작정 걸었다. 나도 모르게 우와 라고 말하게 되는 그런 풍경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 싶을 정도로 곧게 뻗은 길과 그 너머로 보이는 바닷가가 일품이었다.
오타루의 시내 쪽 건물들은 역사가 오래된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시피 해서 걷는데 심심하지 않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이들과 놀다가 주인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일본에서 일 년 동안 살았던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에 일본어가 서툴러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이때, 주인아주머니가 해외에서 살았던 경험과 육아를 하면서 겪었던 일의 공통점을 얘기해주셨다.
이 말을 하면서 주인아주머니와 나는 말 그대로 빵 터졌다.
경험이 담긴 한마디였다.
문득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아이가 생각났다. 극에서 유키와 (雪 :눈) 아메 (雨:비)의 어머니인 하나(花:꽃) 라는 캐릭터가 남편을 잃고 육아를 하면서 겪는 일들을 주제로 하는 이 애니메이션의 하나와,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아주머니와 닮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젊어서부터 남편을 잃고 한참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두 아이를 키워낸 엄마가 다시 생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