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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Feb 07. 2023

강약중강약_리드미컬한 일상

퇴사하고, 지금 탁구 치러 갑니다_6

동전의 양면


체육관 정책 변경으로 요일별로 나눠져 있던 회원들이 합쳐졌습니다. 주 2회 레슨 받는 날 외에도 이용할 수 있으니 화목반의 저도 수금반의 분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지요. 1월이라 신입 회원도 많아졌습니다. 불과 몇 달 전 혼자 헤매던 생각에 두리번거리는 분들께 안내해 드리고, 기계 사용법을 알려드리기도 합니다.


새로 온 분들이 많아지니 기계 앞은 대기가 길어졌습니다.  조금 늦으면 레슨도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연습을 하려면 낯가림을 무릅쓰고 말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반면, 같이 칠 수 있는 분들이 늘어났습니다.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늘었지요. 모든 일에는 단점만 있는 건 아닌가 봅니다. 좋은 점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어봅니다.

 

힘 빼기의 기술


다행히 새로운 분과 눈이 마주쳐 인사를 나누고 마주 섰습니다. 4년 차 고수분의 공은 정말 받기가 좋습니다. 상대의 실력에 맞추어서 다양한 공을 줄 수 있다니, 박수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마주한 오늘의 난제, 드라이브받기. 날아오는 공을 아무리 잘 보고 라켓의 방향을 잡아도 받아낼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공을 대어 보기를 여러 번, 가르침을 구해봅니다.


이 공을 받는 방법은 힘 빼기라고 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치는데 힘을 빼는 것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공의 방향은 맞추되, 방향만 틀어주는 수준으로 라켓을 가져다 대면된다고 합니다.


스매싱(힘주기)도 그렇듯, 힘 빼기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적당한 타이밍, 상대 공의 속도와 방향을 잘 봐야 하고, 그에 맞추어 발 빠르게 가서 기다려야 하고, 라켓의 각도도 신경 써야 합니다. 온 신경이 곤두서있는데 힘을 주지는 말아야 한다니… 역시나 몸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우연히 쳐도 다음에 오는 공까지 이어받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어려워 끙끙대는 모습을 보시더니 “연습을 많이 하셔야 해요- 원래 힘빼기가 더 어려워요.” 하십니다. 이제 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탁구의 기술은 무궁무진합니다. (더 다녀야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공 하나 치는 것조차 이리 쉽지 않은데 세상 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겠습니다.


쉼표가 만들어주는 리듬


며칠 전 오래 못 뵈었던 한 은사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요즘은 덕질이 본업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저는 탁구가 본업이라고 웃으며 말합니다. (오늘도 대화에서 탁구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돌아보니 일상에서 힘을 빼고 넣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온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정말로 원하지 않는 것에서 힘을 뺄 수 있어야 정말로 힘을 줘야 할 때 힘을 줄 수가 있습니다. 힘을 줄 때 주고, 뺄 때 빼고. 그래야 리듬이 생겨나죠. 음악에서도 강박, 강박만 있으면 리듬이 생겨나지 않죠. 강박이 있으면 약박이 있고, 음표가 있으면 쉼표가 있고. 그래야 리듬이 생겨나고 그걸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가 있어요. _ 말하기를 말하기. 김하나. 079면



탁구를 치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상 전체를 본다면 약박 또는 쉬어가는 박자라 할 수 있겠습니다. 긴장을 풀고 다른 것에 몰입함으로써 가질 수 있는 안정감이, 정해진 시간표가 없는 일상에서 정해놓고 움직이는 점이 되어서 일상에 리듬을 만들어줍니다.


그동안 모든 상황을 전력질주하듯 마주해 왔던 것 같습니다. 쉼조차도 계획해야만 가능하고, 일이 중심이 되었던 지난 일상을 돌아보니 힘 빼기는 잘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낯선 상황에서 전력 질주보다는 힘을, 속도를 조절을 하는 방법을 익히는 중입니다.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힘 빼기를 잘 익혀서 드라이브도, 낯선 상황들도 언젠가 조금 더 잘 받아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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