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룰 Feb 06. 2021

나는 매일 자란다

서평 '함께 자라기(애자일로 가는 길)'

가을이라 부르기엔 코 끝이 시리던 계절.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제품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태로 어떤 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다. 애매하게 완성된 제품을 들고 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해 웃으며 고객들을 만날 때마다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도 함께 만났다. 그럼에도 빨리 성과를 내고 싶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은 사치라고 느꼈다. 멈출 시간이 없다고 느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나 보다. 우린, 더 빨리 일하고 더 빨리 성과를 보고 싶었다. 그 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IT 분야에서 코칭으로 유명한 강사의 책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을 구매했다.


애자일 방법론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한 가지 스타일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일을 미리 분석하고 설계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좀 더 자주, 다양한 사람에게 일찍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만들어 나가라고 말한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를 살아가면서 빨리 실패하고 기민하게 대처하는 애자일 방법론은 대세가 된 듯하다. IT 분야의 방법론으로 시작되었지만 의미가 확대되어 수평적인 문화와 피드백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체계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공하고픈 마음으로 책을 찾은 우리를 비웃듯 저자는 진짜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모두가 함께 자라고 있느냐고 묻는다. 무엇이건 세상에 임팩트를 남기려면 혼자 만의 힘으로는 되는 게 없으니 ‘함께’, 그리고 앞으로 만날 여러 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 지금 잘하는 것보다 ‘지금 자라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금은 바쁘니까 자라기는 나중에 하자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일 하는 것의 반대는 몰아서 하는 것이며 성장은 몰아서 할 수 없다고 덤덤하게 내뱉는다.


‘돈을 많이 벌면 재밌겠지’, '일단 성공하는 게 중요하지'라는 말에 수긍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 왜 돈도 안 되는 일을 하냐는 질문에 답이 없어 애써 마음을 접은 적도 있다. 하지만 지난 가을,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순간, 나는 알았다. 내가 바라는 것은 많은 돈을 버는 성공이 아닌 조금씩 나아지는 성장을 실감하는 삶이라는 걸.


요즘 책을 읽을 땐 눈과 함께 손도 바쁘다. 맘에 드는 구절이 잊히는 게 두려워 책 끝을 접어두고 사진을 찍어 기록한다. 기록한 글에서 내가 되고 싶은 나를 발견하고 나는 다시 그 방향으로 살아간다. 그렇게 나는 매일 자란다.



북스톤 긴글쓰기 1기

4주 차 과제 - 과제를 제출해야하는 시점에서 갑자기 마감이 몰렸다. 원래 쓰고 싶었던 책은 김소영 작가님의 '어린이라는 세계'였는데, 생각이 고이지 않아 예전에 써두었던 서평을 조금 다듬어 제출했다. 그러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매일하는 것의 반대는 몰아서 하는 것이라는 말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적은 내가 이 서평은 몰아서... 아니, 마감에 쫓겨서 했다는 말이다.


긴글쓰기 매니저님은 피드백으로 '성공'과 '성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주셨다. 문득 '성공'이라는 뜻을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싶어 사전을 찾아보았다.


성공, 成功
1. 목적이나 뜻을 이루는 것.
2. 사회적 지위나 부(富)를 얻는 것. ↔ 실패.


성공을 2번째 목표로만 생각하고 있던, 서평 속의 내가 보였다.


https://yourwriting.club/24/?idx=4


작가의 이전글 짬뽕집 아르바이트와 직렬, 병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