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지구에 발도장 찍는중
영국을 다녀온 친구들에게 "영국 음식, 어땠어?"라고 묻는다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한다. "맛이 없어". 질문을 들은 한 친구는 "영국의 맛집은 맥도널드일걸."이라는 말을 농담처럼 건네기도 했다. 처음에는 맛이 없다는 게 '먹기가 힘들다'는 맛이 없다 일 줄 알았는데, 영국에 가서 먹어본 영국 음식들이 말 그래도 '맛'이 없었다.(자연의 맛)
나는 입맛이 까다롭지 않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맛없다고 하던 군대의 밥을 '맛있다'라고 생각하니, 이 정도면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내 미각의 상태가 어떤지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맛을 느끼는 데는 개인적인 편차가 굉장히 심하다고 생각하는데, 단적인 예로 나와 내 동생은 미각을 예로 들 수 있다. 나와 내 동생은 어머니가 해주시는 같은 음식을 먹고 자랐지만 나는 맛에 대해 둔감하고 동생은 맛을 잘 느끼고 잘 표현한다. 어머니가 간을 봐달라고 하시면 동생은 짜다 싱겁다의 표현은 기본이고 함께 설탕이 더 들어갔으면, 뭐가 더 들어갔으면 하고 맛의 부족함을 알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내가 짜다고 하면 엄청 짠 것이고, 내가 달다고 말하면 엄청나게 단맛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대체적으로 자극적으로 먹는데 음식의 간은 적절히 못하지만 싱겁거나 삼삼한 음식들은 바로 맞출 수 있다.
그런 내가 영국에 도착해서 처음 먹은 음식은 마트에서 구매한 샌드위치였다.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것과 똑같이 생긴 샌드위치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할 텐데 소스가 없다. 빵 채소 베이컨 삶은 계란 편으로 썬 것, 토마토 끝. 뭐 우리나라의 샌드위치도 소스가 없는 것이 많으니 나는 '내가 선택을 잘못했구나 다음에는 소스가 있는 걸 골라봐야지'라는 다짐을 하고 나중에 마트를 다시 갔으나 애초에 소스가 있는 샌드위치가 없다. 샌드위치란 그런 것이었다.
영국에서 먹었던 음식들을 나열해보자면 burger and lobster (랍스터 샌드위치, 랍스터 찜), 쉑쉑버거, 마트 샌드위치, 마트 샐러드(여기서 마트는 대부분 세인즈버리 마트이다.), 숙소 밥, Five guys 핫도그, 첼시 구장 앞 푸드트럭에서 햄버거 등등 돌이켜 보니 나는 영국에서 뭘 사 먹질 않았구나? 대부분 숙소에서 밥을 먹고 샌드위치나 샐러드로 끼니를 때운 것 같다. (왜 이랬지?, 왜 그랬을까?, 아마도 맛없다고 하도 이야기를 들어서 나도 모르게 세뇌당했었나 싶기도 하다.)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건강을 생각하는 음식을 먹는다고 했다.(영국인 친구로부터 전해 들은 말이라 일반화하기는 적절치는 않다. 다만, 아직 나이가 많으신분들 부모님 세대의 분들은 최대한 건강히 드신다고 하셨다.)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린 음식을 먹는다고 하는데, 지금의 젊은 층은 꼭 그렇지 않다고도 했다. 그래서 인도 음식점(맛과 향이 강한)이 굉장히 많다고 하는데, 실제로도 런던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혹은 런던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동네를 다니다 보면 인도 음식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영국 음식을 맛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하는데, 나는 먹을만했다. 물론 간이 약한 것이 조금은 힘들었지만, '굳이...? 이걸 사 먹을까?'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많이 알아보고 맛집 리스트를 찾아갔다면 조금은 생각이 바뀔 수도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맛집까지 알아보고 여행을 갈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없었던 게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다음부터는 여행지에서 사귄 친구들에게 꼭 맛집을 물어보고 다녔다. 런던에서 맛의 중요함을 알게 되어서 생긴 변화랄까?
만약 내가 런던에 다시 갈 수 있는 때가 온다면 그땐 영국의 맛있는 먹거리들을 찾아다니고 싶다.
p.s.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과 경험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