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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온 Mar 01. 2020

9/52
외로움의 종말

그림과 함께 52주 프로젝트

인간은 외로움을 빚어서 만든 존재다. 신체의 70%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영혼을 구성하는 것은 70%가 외로움일 테지. 성서에도 신께서 아담이 외로워하니 하와를 만들어주신 것이라 서술되어 있다. 뭐 쨌든. 기본적으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공동체를 이루며 서로 도와가며 사는 존재라는 말씀. 하지만 사람의 본성과 별개로 모두 혼자 왔다 혼자 간다고 믿는 사람으로서 외로움이라는 얄팍한 이유로 타인에게 기대는 행위를 매우 싫어하는 편이다. 유달리 독립적인 인간이라 그런 것은 아니고 누군가의 친절함과 상냥함에 기대어 내 외로움을 해결하려는 위선적인 작태가 너무 혐오스러울 뿐이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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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하는 연애는 필연적으로 끔찍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는 것이 내 지론이다. 애초에 외롭다고 연애하려 들지도 않지만, 주변에 외롭답시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결말이 죄다 좋지 못했다. 서로의 외로움 때문에 비어있는 공허함을 채워주지 못할 망정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만 늘어가다가 결국 파국을 맞게 되는 아주 흔하고 뻔한 결말. (팝콘) 나름의 표본조사를 통한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셈. 그래서 더더욱 외로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만 켜켜이 쌓여가는 중이다. 천성이 배배 꼬여서 그냥 누구한테 기대는 감각이 너무 자존심 상하고 못마땅한 것도 조금 있긴 하다. 아주 조금.


정작 나는 외로움 안 타냐고? 외로움 잘 타지. 너무 잘 타서 문제다. 내 우울함의 8할은 외로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랑 많이 받고 컸다고 생각했는데, 말 안 하고 입 꾹 닫고 사는 성격 때문에 스스로 외로움을 만들어내는 타입이다. 꽤 귀찮고 예민한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일이 있어도 입 꾹 닫고 살아서 내 속의 나는 미친 듯이 문드러져 가는데, 대외적인 나는 괜찮다며 하하호호 웃어넘길 뿐이다. 스스로가 감정 드러내길 꺼려하고 그것이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바람에 부정적인 감정의 찌꺼기들이 흘러가지 못하고 고여서 썩어버리는 것이다. 


아니 그런데 나의 외로움에 취해 누군가를 버팀목처럼 쓰는 것은 그것 나름대로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 늘 생각하는 거지만 굉장히 스스로를 혐오하게 되는 행위이긴 하다. 나는 편하지만 상대방에겐 내가 가장 질 나쁜 오답일 수도 있다. 이런 얘길 하면 예민하고 뭘 그렇게까지 생각하냐는 핀잔도 듣는다. 나 역시 너무 멀리 가지 않았나 싶지만, 이렇게 채찍질을 해야 타인이 나에게 상처입지 않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로움에 취약할수록 늘 경계하고 예방해야 하지 않을까? 감정의 바이러스가 맞는 것 같다. 소리 소문 없이 찾아와서 아프게 하고, 마땅한 백신도 없고. 스스로 잘 먹이고 잘 재우면 증상이 호전되는 것 같다가도 한눈 판 사이에 다시 악화되기도 한다. 다독이며, 아프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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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따위에 굴복당하는 내 모습이 싫을 뿐. 적당한 외로움은 어쩌면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은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나의 외로움으로 누군가 필연적으로 상처를 입게 된다면 나는 굳이 타인에게 기대지 않으련다. 이 정도 외로움은 그냥 쿨하게 즐길 수 있는 아픔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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