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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Sep 28. 2020

2020/09/22~09/28

잘 고꾸라지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나날

으아 근육통. 어깨가 얼얼하고 팔이 뻐근. 다리도 아프다. 회고도 지난 한 주는 건너 뛰었다. 잘 고꾸라졌다. 뭔가 좋은 경험을 한 느낌에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남기고 싶다가도 사진 첨부만 누른 채 잠들어버렸다. 누군가의 피드백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하여 따끔거리는 순간도 있었다. 일과 일 사이에 다급한 마음이 생긴다.


돌아보기

#생각할 게 많아진다

그림과 글 만으로도 생각이 꼬리를 문다. 필사를 해야 하는구나, 그림 습작을 해야 하는구나. 외주 일에서도 생각이 많아진다. 뭘 해야겠다 안 해야겠다 등등. 이 수많은 생각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해? 왠지 속으로 울상이 되었다. 아 뭐부터 해요.. 슬프네. 되는만큼 생각하고 떠올리는 수밖에 없다. 그냥 순순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계획을 세워도 번번히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함께라서 할 수 있는 경험들

수련

오랜만에 오랫동안 알던 선배님 도장을 찾아가 수련을 했다. 몸 푸는 초반부는 왠지 모르게 텐션이 떨어져서 재미가 덜했고 연격과 대련연습을 할 때는 체력이 엉망이었다. 몇달 간 검도를 쉬었으니 자세는 엉거주춤. 체력도 저질. 엉망인 나를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아휴 진짜. 보기 싫어. 그래도 공간을 빌려주시고, 대련 연습을 하면 자연스레 그 모습을 촬영해주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자연스레 얹어준 선배님. 서울에서 먼 곳에 있는 도장까지 함께 움직이며 흔쾌히 연습 상대가 되준 애인씨. 자격증 시험을 보려고 도전하는 건 내 의지이지만 의지를 실행의 영역으로 만들어주는 건 종종 나보다 더 열의를 더해주는 주변 사람들의 존재다. 물론, 앞으로 스스로 챙겨가며 해야 할 게 더 많다. 오랜만에 수련했더니 다음날 아침에 기절하듯 잠들었다.


보건교사 안은영

분명 나 혼자였으면 봐야지, 하고 생각하다가 다른 일에 정신 팔려서 안 봤을 것 같다. 빌라선샤인의 위클리무소속 저널 멤버 몇 분과 넷플릭스 파티 기능을 사용해서 시청했다. 4편까지 보다가 중간에 훅 잠들었지만. 영상을 보다가 채팅도 할 수 있어서 영상 볼 때 떠오르는 머릿속 잡담들을 표현해도 되고. 타인의 취향에 함께 녹아들면 그것이 나의 취향이 되는 것 같다.


에세이 클럽

글쓰는 여성들의 작업실 '신여성'의 인연으로 몇몇 분들과 Zoom으로 에세이클럽 모임을 하게 되었다. 지난 일요일이 첫 참가일. 각자가 쓴 글을 구글 공유 폴더에 올리고, 그 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 문예창작과 다니던 친구들 얘기에 등장하는 '합평'이란 무시무시한 거였고.. 글에 대한 고민들이 왕왕 있었는데 그걸 뾰족하게 드러내며 말하는 것부터 어색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고 의견을 말할 때, 내 글을 보고 해주는 말에 대해서 반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뭔가 서른 다섯살에 사회화되는 순간을 겪은 기분이 되었다. 내 글을 쓰고 남의 글을 보고. 가슴이 따끔따끔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퇴사할 무렵 생각했던 것. 내가 가진 욕구와 실제로 내 몸이 수용가능한 생활이 다르구나. 나는 동료를 원했지만(욕구) 실제로는 동료가 필요 없는 사람(행동)이구나, 라고 규정했던 명제가 둑처럼 허물어지는 느낌이었다.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클라이언트와 카카오톡으로 실시간 소통하는 건 의외로 비효율적임을 알게 됨. 일단 이전 소통내용이 스크롤로 무한 내려가기 때문에 놓치는 순간이 생김. 피드백이 전부 반영됐는지 일괄적으로 체크할 수가 없음. 클라이언트 취향이 좀더 밀접하게 실시간 소통하는 걸 선호하는 타입이긴 하지만. 피드백에 소요되는 시간만 줄였어도 에너지가 덜 들었을 듯하다. 대화의 톤앤매너는 좀더 부드럽게 가져가되, 대신 소통 형식은 다시 메일로 해봅시다. 한꺼번에 많은 말을 듣는 순간이 나는 너무 싫었다. 자주 대화하지 않겠다. 일괄적으로 피드백을 정리해서 받겠다, 라고 일단 개선의 방향을 정해보자.


#새로운 일의 기미

인터뷰 진행, 글 검수, 에세이 자문 등의 업무가 생길 것 같다


#일의 기획

일을 실행하는 것 이상의 것들을 이제 생각해야 한다. 이 일들을 어떤 방식으로 실행해야 하는지, 지속 가능성을 어떻게 조직해나갈건지.


이룬 것들


출판단행본 글 작업 / 카드뉴스 제작 / 공방 워크숍 진행 / 공방 작업물 만들기 / 공방 인스타 업로드 / 그림 습작 / 필사 / 에세이 썸네일 1건 그림 / 구 지원사업 관련 영상 촬영 및 편집 / 구 지원사업 인건비 처리


영감받은 것들

#본 것들

보건교사 안은영 : 이야기의 감정선 자체가 다른 느낌. 최근에 즐겨봤던 이야기들이 담담한 일상 서사나 전형적인 로맨스 판타지들이었는데 이 드라마는 서사에 쓰이는 재료 자체가 다른 것 같다. 마치 일상의 인물들이 가상의 영역에서 활개친달까. 안은영의 말버릇처럼 나오는 '씨발' 같은 부분은 실제로 여성들이 진짜 별로인 사람들을 만났을 때 뒤에서 하는 흔한 욕이고. ost도 무척 신기한 데다가 드라마 속에 나오는 비주얼들 곳곳에 한국적인 요소들도 있다. 내가 이야기를 통해 소구하던 건 '애뜻함'이었는데, 이 이야기는 '귀여움' '발찍함' '짠함' '기괴함'이 모두 들어가 있다. 정세랑 작가가 만든 본 바탕에 이경미 감독이 적극적으로 해석해놓은 세계. 나로써는 무척 낯설고, 왠지 더 들어가야 되겠다 싶은 지점이 느껴진다.

일간 이슬아 단행본  : 첫 일간 이슬아 글들. 이슬아 작가가 입원했을 때의 에피소드 한 편을 읽었다. 담백하다. 그러면서도 날것이다. 엄마를 복희씨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감각은 대단한 거 같다.

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 이 책을 읽다가 본문과 내가 만나면서 또 다른 글이 마음속에서 튀어나오는 경험을 했다. 타인에 대해 글쓰기라던가, 내가 무엇을 원한다는 것을 명확히 뱉어내는 문장 같은 것들.  

대한검도회 심판규정집: 자격증 면접 준비를 위해 읽었다. 아.. 노잼!

고독한 직업 : 쓰고 싶은 글의 형태를 떠올릴 때마다 영화감독인 니시카와 미와가 쓴 이 책을 필사하고 있다(유레루의 감독이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제자이기도 하다). 자기 한계를 정확하게 설명할 줄도 알고, 자기 찌질함을 쓸 줄도 알아. 거기에 사려깊음을 쓸 줄도 알지. 내가 되고 싶은 에세이스트의 원형 같은 사람이다. 이 사람이 쓴 다음 글은 챙겨볼거야.

삼생삼세침상서 소설: 신선들의 사랑은 몹시 기나긴 여정을 거쳐 이뤄지는 면이 있다. 이전 작인 십리도화가 사랑에서 시간이란 요소를 배제하고 한 사람에게 어느 정도까지 진실할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면, 이번 시리즈는 인연이 아닌 사람들이 엮였을 때 어디까지 의지로 밀어붙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나 싶다. 하지만 세번의 생을 거쳐 저정도로 뭔가를 같이 겪으면 없던 정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중드 리뷰 글: 청평악과 천성장가 관련 글을 봤다. 둘 다 사랑에 대해서는 짠하리 만치 아쉬움이 절절히 뭍어나는 콘텐츠들. 중드에서 "평생 함께하자"라는 대사가 나올 때 즈음 전율이 일면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형생 함께 하자는 말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말인지 알고 내뱉는 걸까..



아쉬운 것들

고꾸라지는 몸

지치는 게 당연하지 싶기도 하고. 고꾸라질 때는 그냥 픽픽 잠들겠다. 글은 그래도 꾸준히 쓰는데 그림을 번번히 실패한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해야 할 습작이 많다는 사실. 뭔가 계속 부족한 실력이라는 게 몸과 마음의 발목을 잡았다. 잘 풀리는 작업은 잘 풀리는 데로, 못 풀리는 작업은 못 풀리는 대로. 김연아 짤 속의 대사처럼 "그냥 하는거지".  대단한 사람이 되야 한다는 강박을 스스로 달래주자. 그냥, 합니다. 오탈자와 비문. 재미없는 주제의식. 모르겠습니다. 그냥 합시다. 엉망인 거 스스로는 좀 그냥. 너그러워집시다. 딱 그 수준에서. 계속 해나가면서 찬찬한 반복 속에 성실한 진전이 있다. 딱 그 정도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일상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잘 해주지 않고 자기 일에만 신경쓰면 뭐랄까.. 그냥 그 사람 결과물을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버리더라.



다음 계획

#원고 작업

(쓴 것들)

내가 원하는 도장의 모습은

여성 전용 전국검도대회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문과출신이 체육자격증 시험을 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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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야 할 것들)

이런 말을 들었을 때는 이런 반응

나는 여자일까 남자일까

도장 NPC가 되다

국가대표와 기능시험을 본 생활체육인

내가 좋아하는 여자선수들


#자격증 구술면접내용 정리

-심판법

시합 중 금지행위, 벌칙행위, 유효격자의 취소, 합의사항, 심판원의 자세, 지도자의 자세, 기검체 일치

-검도 이론

검도의 4계, 거리, 선, 수파리, 유효격자, 연격의 효과, 삼살법, 평상심, 사리일치, 기검체일치

-지도자

지도자의 자세 및 자질, 지도방법


#그림 작업

만화작업 : 수련하면서 연애한 에피소드


#클라이언트 업무

카드뉴스 작업과 글 교열 작업 모두 홀딩(추석 만세)


#공방 작업실

남은 2회동안의 수강생들 진도 체크하기

소모성 물품 구입


#필사와 그림 습작

킵 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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