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내 안의 평화를 믿는 연습

by 김현아

예전의 나는 평화를 ‘결과’라고 생각했다.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순조로워야

비로소 마음이 평화로워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인생은 늘 그 반대였다.

혼란 속에서도, 불안 속에서도

문득 마음이 고요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때 알았다.

평화는 밖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걸.




어느 날, 유난히 마음이 복잡한 날이었다.

별일도 아닌 일에 마음이 무겁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오래 상처받았다.

그날 밤, 불을 끄고 눈을 감았다.

심호흡을 하며 나에게 말했다.

“괜찮아. 그냥 지금 이대로 있어도 돼.”


그 말이 참 이상했다.

아무 일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그 한마디로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그건 ‘괜찮아질 이유’를 찾은 게 아니라,

괜찮아질 여지를 스스로에게 허락한 순간이었다.




평화를 믿는다는 건

모든 걸 다 내려놓는 게 아니다.

삶의 소음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고요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때로는 불안이 찾아와도,

그 불안조차 내 안의 일부로 안을 수 있다면

그 순간 이미 평화는 시작되고 있다.




나는 이제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작은 의식을 하나 만든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커피 한 잔을 내린다.

그 향이 퍼질 때마다

마음의 결이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그건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평화가 아니다.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지만,

내 안에서는 분명히 자라고 있는 평화다.




평화를 믿는다는 건,

삶의 모든 순간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불확실함 속에서도

‘나는 괜찮을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평화에 닿은 마음이다.




이제 나는 안다.

세상이 흔들려도, 내 안의 평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누가 주는 것도, 빼앗을 수도 없는 것.

내 안에 있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중심.


그 중심이 나를 지키고,

내 삶을 천천히 앞으로 밀어준다.


내 안의 평화는 멀리 있지 않다.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면,
그곳에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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