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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Jun 27. 2019

편지12






공기 중에 비 냄새가 난다.

이른 더위가 찾아온 봄날 너를 품고 이곳에 들어와 삼주 가까이를 보내는 동안 어느새 장마가 왔다. 이 벽 안의 시간은 마치 정지해 있는 듯한데, 바깥세상의 시간은 그동안에도 쉴 새 없이 흘러갔구나. 양수에 불어서 나온 너는 이제 어엿한 3주 차 아기가 되어 그때의 모습은 이제 사진으로나 볼 수 있단다.


며칠 후면 너를 데리고 앞으로 함께할 우리 집으로 간다. 두렵기도, 설레기도 한 일이구나. 너는 잘해주리라 믿는데, 내가 잘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자신이 없다. 부족한 엄마 만나 고생시키는 듯해서 자꾸만 작아지려 하는 마음을 다잡는다.


공기 중에 내가 좋아하는 비 냄새가 난다.

너와 함께하는 집에는 이제 아가 냄새가 나겠지.

네 아빠와 나는 얼마 남지 않은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아가, 이제 우리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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