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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Nov 22. 2019

편지16





오래간만에 긴 하루를 보냈지.

아빠가 회사일로 늦게 오시는 날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을 거야. 낮잠 중간에 깨서 울먹이는 너에게 어깨를 대고 누웠어. 머리를 이리저리 만져주면 잠에 드는 건 나와 닮았구나. 사랑한다고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말해주었어. 그냥 오늘은 그러고 싶더라고. 평소보다 더 많이 칭얼대는 너에게 사랑한다고 더 여러 번 말해주었어.


며칠 전, 이유식을 처음 시작한 네 앞에 앉아 오물거리는 입을 보고는 눈물이 차오르는걸 간신히 참았어. 사람으로 태어나 당연하게 해 나가는 것들인데도 네가 해내면 마치 세상을 구한 듯 대견스러워. 그렇게 매번 너를 더 사랑하게 돼.


삶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당연히 힘들 줄 알면서 나는 왜 너를 낳았을까. 너를 통해 겪는 시련은 아마 몇 배는 더 아플 텐데도. 아직은 내 품에서 고민 없이 말간 얼굴로 자고 있는 네 뺨에 코를 대어 본다. 이 세상의 슬픔과 아픔은 제발 너를 비껴가길. 이 솜털 같은 아이가 조금 더 단단해질 때까지만이라도... 그렇게 기도하며 네가 잠에들 때 늘 해주는 말을 귓가에 속삭였어.


잘 자 아가야.

이따  만나.

사랑해.

엄마가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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