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더 특별했던 산책과 식사
일교차가 부쩍 심해진 10월의 막바지 주말에 광교산에 다녀왔다. 가을은 등산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한때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등산을 다녔었는데, 이제는 가벼운 산책길도 숨이 차는 가난한 체력이 되어버렸다. 복장 핑계와 체력의 한계를 느껴 광교산의 정산은 보지 못했지만, 멋진 단풍과 점심 식사는 즐길 수 있었다.
여느 주말처럼 카페에서 나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 광교산 갈 거야", 엄마의 연락을 받고 급히 짐을 챙기고 나갈 채비를 했다. 다른 날이었다면 그냥 카페에 더 있다가 집에 가겠다고 했겠지만, 날씨가 너무 좋았다. 이 날씨를 카페에서만 즐기기에는 아쉬웠다. 카페에서 나와 광교산으로 가는 길도 차를 멈추게 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을의 단풍은 숨 가쁜 등산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요소이다. 정상이 목표인 등산에 지나가는 등산로는 지루 할 수 있지만, 색다른 변수인 붉어진 단풍과 함께라면 감탄사를 연발하며 신나게 걸음을 옮길 수 있다. 아직 완전히 물들진 않았지만, 빨강과 초록은 나에게 가을을 더 설레게 하는 조합이다.
내가 광교산을 자주 찾는 이유는 집에서 가까워서도 있겠지만, 산행을 마친 뒤에 느낄 수 있는 '맛집'들 때문이다. 산 밑에 즐비해있는 식당들은 날씨 좋은 주말만 되면 광교산이 생각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에 오면 무조건 시키는 삼겹살 바비큐는 주문 즉시 구워주어서 정말 맛있다. 보리밥과 된장찌개, 잔치국수, 밭에서 따온 채소들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한 끼는 정말 훌륭하다.
불판에 지글지글 올려진 삼겹살은 소금으로 간이 되어있어서 따로 쌈장을 찍을 필요 없다. 상추나 깻잎 등 쌈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함께 나온 부추와 함께 삼겹살을 먹는데, 일반 고깃집에서는 느낄 수 없던 맛이다. 어릴 적 옥상에서 번개탄에 구워 먹던 삼겹살의 맛도 생각난다. 근교지만 멀리 여행을 나온 듯한 풍경 덕분인지도 모르겠지만, 이곳에서만의 특별한 삼겹살 맛이 난다.
이 날에 함께 먹은 보리밥과 잔치국수도 일품이다. 고기의 맛이 느끼하게 느껴질 때쯤 잔치국수를 먹으면 깔끔하다. 보리밥과 같이 나오는 된장찌개도 시골의 맛이 느껴져서 아주 좋다.
맛있는 걸 먹는 건 즐겁다. 가을 단풍과 함께하는 산책도 무척이나 기쁘다. 가족들과 함께라면 더더욱. 높은 하늘,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이라 더 맛있고, 더 만끽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임에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