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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테리언니 백예진 Aug 16. 2024

초심을 간직한 CEO가 되는 길



입추가 지났는 줄도 까맣게 몰랐다. 유독 바쁘게 흘러간 여름이었다. 브랜드를 전면적으로 리뉴얼했고, 일터에 새로운 식구들이 생겼고, 매거진 인터뷰를 했고, 틈틈이 꾸준하게 유튜브 콘텐츠를 촬영하면서 일본 프로젝트로 해외 출장도 다녀왔다. 아직 하반기가 꽤 남아 있는 시점임에도 벌써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여럿 완수했고, 신규 프로젝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말 하나의 회사로서 진화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개인적으로는 소우주 이후 정말 공들여 설계한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 준공이 드디어 끝났고 얼마 전 막 이사를 마친 참이다. 이만큼 했으면 성공 가도에 오른 것 아니냐며, 주변의 농담 섞인 축하를 받기도 한다.


 

감사한 말들이다. 하지만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매일이 고군분투의 연속이다. 사람인지라, 가끔은 실속 없이 바쁘기만 하고 뭔가 손에 잡히는 건 없는 것 같아서 불평이나 탄식이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잠시 눈을 감고 머리를 식히며 되새기는 두 음절의 단어가 있으니 바로 ‘초심’이다. 아주 흔해빠진 말이지만, 그 두 음절의 단어에 집중하고 있으면 마법처럼 마음을 바로잡게 된다. 



초심. 가장 처음 사업을 시작했던 때의 마음. 일을 잘할 자신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충만했지만, 완전히 신인인 탓에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줘야만 일이 시작될 수 있었던 시절의 마음. 가장 간절한 것은 소통 창구였다. 그때는 내 이야기를 나서서 들어줄 사람이 아예 없었으므로, 나는 제발 누군가가 아주 우연히라도 내 한마디에 귀 기울여주기를 바라며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감을 때까지 각종 온라인 카페 커뮤니티에 글을 남기고 산더미 만한 전단지 뭉치를 든 채 아파트 대단지 속을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그에 비해 지금은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채널이 너무나 많고, 들어주는 이도 많아졌다. 1년 만에 15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유튜브 채널과 팔로워 4만이 넘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  블로그, 브런치까지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나누고 싶은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전할 수 있다. 15년 동안 조금씩 성장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고, 동시에 이럴수록 더욱 겸손하며 초심을 잃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이 결과물이 단지 나 혼자만의 힘으로 이룬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돌아보면 사업의 단계별로 크고 작은 도전들을 감행해 왔다. 주거 인테리어에서 상공간 인테리어로 전향할 것을 결심했던 때, 같은 카테고리라도 세부적인 지식과 일하는 방식, 현장에서 적용할 정보, 고객의 특성과 대응 방법이 상당히 달라졌기에 내게는 아주 큰 도전이었다. 가족을 위한 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지었던 것, 사업 10년 차에 대학원을 진학한 것도 도전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도전은, 나 홀로 일당백으로 일하던 1인 회사를 넘어 직원들과 함께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가장 처음 직원을 채용했을 때는 대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눈앞이 캄캄했다. 리더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데 갑자기 고용주이자 상사이자 동료가 되자, 내가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안정감을 주면서 서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었다. 어쩌면 창업 이래 맞닥뜨린 가장 어려운 상황이었다. 부족한 지식은 부딪치면서 알아가고 공부하거나 업계 선배들에게 물어보면 풀리는 문제였지만 사람을 대하는 문제는 완전히 다른 결이었다. 누가 가르쳐 줄 수도 없고 정해진 답도 없었다. 



처음에는 직원을 친구처럼 대하는 것이 편안한 근무환경을 만든다고 판단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이후엔 좀 더 엄격한 리더의 자세를 따라 하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지만,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보니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않아 힘들었다. 몇 년 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러 번의 수업료를 치르다 보니 각자의 위치와 태도를 분명히 하되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취하는 편이 안정감과 업무 효율성을 모두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직원들과의 관계도 조금씩 안정화되어 가기 시작했다. 



요새 내 머릿속의 가장 큰 화두는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이다. 사업 규모가 확장되면서 구성원들이 점점 많아지고 회사도 몸집을 불려 가는 지금, 본격적인 비즈니스 경영자이자 CEO로 발돋움하기 위해 내가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 비즈니스 경영협회에서 주관하는 수업도 듣고, 2년 전부터는 경영자들끼리 주기적으로 네트워킹을 하는 소모임에 합류해서 비슷한, 또 다른 분야의 경영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교류하는 시간을 갖는다. 처음에는 본업으로도 바쁜데 이런 일들에 시간과 비용을 써야 하나, 너무 극성스러운가 싶었지만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이야기하다 보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확실히 있다. 서로 도움을 얻은 서적이나 강연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더 어렸을 때는 좋은 회사란 고객들의 평이 좋은 회사,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회사,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회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회사 운영을 15년째 하다 보니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지금의 내가 그리는 좋은 회사란, 내부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 오래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회사이다. 직원들이 스스로 회사에 대한 애정도를 드러낼 수 있는 회사라면 고객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겉만 멋진 회사보다는 성장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구성원들이 서로를 자랑스러워하고 존중하는 행복한 회사를 꾸려가고 싶다. 그런 회사라면 좋은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지 않을까. 이 역시 나 혼자만의 힘으론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더욱 겸손하게, 초심을 잃지 않고 구성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살펴 들으면서 함께 한 스텝씩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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