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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테리언니 백예진 Aug 30. 2024

다시 초보의 심정으로, ‘인테리언니’의 유튜브 도전기



유튜브를 시작한 지 1년 하고 4개월. 구독자가 16만 명을 넘어섰다. ‘인테리언니’를 먼저 알아보고 인사해 주시는 분들도 점점 생긴다. 익숙해졌나 싶다가도 매번 신기하고, 과분한 일이라 생각하며 감사히 여기고 있다. 어떤 계기로 유튜브를 시작했냐고 묻는 분들이 많다. 시작은 정말 단순했다. 인플루언서가 되겠다는 결심으로 시작한 것은 전혀 아니다. 



같이 일하며 알고 지내던 친구를 오래간만에 만났던 어느 날, 일상과 일 얘기를 한창 하던 도중에 친구가 말했다.



인테리어 시장에서도 곧 유튜브 콘텐츠가 뜰 거야.
타이밍 보면 지금 시작해야 돼. 같이 해 볼래?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손사래를 쳤다. 지금도 이렇게 바쁜데 웬 유튜브. 감사한 기회를 얻어 TV 방송에 전문가 패널로 몇 번 출연한 적은 있었지만 내가 직접 전면에 나서서 이야기를 풀고 꾸준히 콘텐츠를 만든다니. 게다가 기획에 촬영에 영상 편집에… 그걸 어찌 다 한담. 나와는 너무 먼 얘기로 들려서 엄두조차 나질 않았다. 제안한 친구에게 먼저 시작하라고, 나는 지금 여력도 없고 무엇보다 영상으로 소통하는 콘텐츠를 생각해 본 적이 아예 없어서 잘 모르겠다며 에둘러 거절하고 집에 오는 길. 처음으로 유튜브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내가 유튜브를 한다면 무엇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내게 어떤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기대할까.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런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해 보면 좋겠다, 재밌겠다는 생각과 호기심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여태 해온 일들이 그렇듯,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해 보고, 아니면 그만 두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나를 도와서 기획과 촬영, 편집을 함께해 줄 팀을 꾸렸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 정보를 친근하고 솔직하게 들려주는 언니를 페르소나로 삼고 ‘인테리언니’라는 채널명을 지었다. 콘텐츠 유형은 크게 타인의 멋진 집에 찾아가서 인테리어 이야기를 나누는 것, 일상 인테리어 정보, 가구와 생활 소품 이야기를 푸는 가벼운 정보성 영상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다 해도 초반에는 인테리언니, 그러니까 ‘나, 백예진’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일하는지를 먼저 소개하는 것이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삶과 내가 살고 있는 집에 관해 이야기를 푸는 영상을 첫 영상으로 만들자고 결정했다. 이전에 방송 촬영을 했던 경험도 있고, 본래 모르는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일을 크게 어려워하는 편이 아니어서 촬영 자체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문제는 첫 영상 업로드 직후였다. 업로드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모니터를 하는데, 갑자기 당혹스러움이 밀려왔다. 모니터 속 내 얼굴과 말투가 갑자기 어색해 보이고, 너무 사적인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털어놓았나 싶어 후회가 들었다. 광장 한복판에 발가벗고 서 있는 기분이었다. 이 영상을 같은 업계 사람들이 볼 수도 있는데… 정말 쥐구멍이 있다면 꽁꽁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유튜브 팀에게 영상을 내리라고 할까, 그만한다고 할까 고민하며 손톱을 물어뜯느라 그날 밤은 거의 밤을 꼬박 새웠다.   


그런데 전전긍긍했던 것은 기우였다. 자고 일어났더니 너무 좋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체질인 것 같다, 진작 하지 왜 이제야 시작했냐라는 말부터 얼마나 준비한 거냐, 너무 잘한다 등의 칭찬과 응원들이었다. 조회수도 꽤 높고 구독자들도 빠르게 늘어갔다. “백예진이라는 사람이 더 궁금하고 앞으로 할 이야기들이 기대된다”는 댓글들도 많았다. 당혹감과 창피함이 하룻밤 사이에 설렘과 감사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생전 처음 본 사람, 그것도 연예인도 아닌 일반인이 혼자 말하는 30분짜리 영상을 시간 내서 봐주신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나 정말 소질이 좀 있나? 싶은 자신감도 충전되면서 구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더욱 양질의 정보를 전해 드려야겠다는 열망도 생겼다.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하고 촬영하면서 끊임없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나를 먼저 알고, 진정으로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드세요’다. 이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이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가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것에 진정으로 끌리는지를 스스로 꼭 알고 공간 디자인을 고민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수많은 클라이언트들을 만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행에 너무나 민감한데 정작 자신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정말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늘 그 점이 안타까웠기에 유튜브를 통해서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매번 어떤 이야기를 할지 기획하는 과정에서 이 메시지를 곱씹으며 끊임없이 자문한다. 나는 왜 이렇게 디자인을 하려고 하지? 무엇을 원하기 때문이지? 구독자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나 역시 스스로를 파악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금씩 더 정립해 가는 것이다.  



주변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100만 구독자 가야지”, “더 유명해져야지”라는 말씀들을 하실 때가 있다. 물론 더 많은 구독자, 더 많은 인기를 아예 바라지 않는다면 사실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인기보다도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두 가지인 것 같다. 첫 번째는 유튜브를 통해 우리 회사와 우리가 지향하는 공간 디자인 철학을 더 널리 알려서 우리와 결이 맞는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멋진 프로젝트를 합작하는 것. 두 번째는 30대 중후반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 백예진 스스로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기쁨을 알고, 나 자신의 컬러를 더 확실하게 갖는 것. 구독자분들이 내 유튜브에서 다루는 정보도 좋아해 주시지만, 백예진이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해 주신다는 점이 너무 소중하다. 지금처럼 늘 솔직하고 꾸밈없이, 털털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가면서 가능한 한 오래도록 함께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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