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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Nov 09. 2021

엄마는 강한 사람이잖아.

EP 8. 대단하다. 잠복결핵을 6개월만에 이겨내다니...

엄마가 쓰러지기 2년 전, 

엄마는 폐결핵을 앓으셨다.  

처음엔 인플루엔자(독감)인 줄 알았는데...

마른기침으로 시작했다가 흉통까지 동반되는 기침을 했고,

낮에는 고열, 늦은 밤에는 식은땀과 함께 열이 내리는 증상이 반복됐다.


평소에 다니던 병원에서는 노인이니까 그렇다며 감기약만 지어주었다.

한 달이 지나도 호전이 없자, 엄마는 내과에서 이비인후과로 바꿔 다시 진찰을 받으셨다.

의사는 당장 큰 병원으로 가보라며 진단서를 떼줬고,

대학병원에 가서 확인해보니 ‘폐결핵’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80세가 넘어서 무슨 결핵이라니? 너무 창피하다. 어쩌지?"


폐결핵은 못 먹어서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 엄마가 못먹어서 걸리셨다고?  

엄마도 이해가 안 됐지만. 나도 이해가 안 됐다.

평소에 삼시 세끼 잘 드셨고,

틈 나면 영양제와 고기도 잘 사드렸는데... 웬 결핵?


요양보호사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제대로 알게 됐다. 우리나라가 G7에 들었지만 아직도 결핵환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폐결핵은 면역력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길거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침을 뱉어대는 사람들.

손가락 하나로 코를 푸는 아저씨들... 거리엔 바이러스들이 득실득실했다.

이럴 때 면역력이 저하된 노인들은 몸 안에 잠재돼 있던 결핵균에 의해서 결핵에 걸리게 된다.

특히 80대 이상의 노인환자가 전체 결핵환자의 21%가 넘는다고 하니, 

정말 결핵은 위험한 질병임엔 분명하다.


"엄마는 '잠복결핵'이다"


엄마는 '잠복결핵'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잠복결핵'은 전염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봤던 이번 36회 요양보호사 필기시험에서도 이 문항이 나왔었는데. 상당히 헷갈리긴 했다.


당시 엄마는 폐결핵을 진단 받고, 곧바로 격리실로 옮겨졌다. 마치 지금의 코로나19 환자를 발견한 것처럼 간호사들은 비닐 방호복을 입고, 보호자들도 마스크에 비닐옷을 주었다.


"결핵 환자는 사람도 아닙니까? 왜 병원에서 이런 식으로 대접을 합니까?"

   

간호사에게 따져 물었다. 기분이 상당히 나쁘다고요!

얘길 들어보니, 간호사들도 결핵에 굉장히 노출이 많이 돼서, 간호사 중에도 결핵환자가 꽤 많다고 했다.

간호사들이 조심을 해야 다른 환자에게 옮기질 않으니 아주 당연한 방역이었다.

격리병동에 입원한 엄마와 나는 철저힌 감시 속에서 위생에 신경을 써야 했다.

 

엄마는 결핵에 걸린 건 아마도 

전립선암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던 아빠를 간병하느라 많이 지쳐계셨기 때문이라 본다.

전립선에 방울토마토와 닭고기가 좋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에,

팔십 넘은 엄마가 매일 토마토를 사다 나르느라 힘드셨을 것이고,

치아가 없는 아빠를 위해 닭 요리를 해주느라 상당히 피곤하셨을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폐결핵을 이겨내지 못하고 폐렴으로 많이 돌아가신다고 한다.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선 약물 복용이 답인데. 처방된 약을 충실하게 복용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약이 너무 독하기 때문에 불규칙하게 먹거나 임의로 중단하게 되면 내성이 생기면서 ,

결핵균들이 뼈, 신장. 대장까지 침투하여 치료는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증반 교육을 담당했던 간호사님이 말해준 23세 아가씨가 있었는데,

결핵약을 먹다가 너무 괴로워서 한 달 반을 쉬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약이 미치지 않아 살아남은 결핵균들이 다시 활발하게 증식하게 되었고, 결국 사망했다고 한다. 

그만큼 결핵은 무서운 병이다.


"엄마는 이겨 내셨다"


4월에 결핵 판정을 받고 정확하게 6개월 만인 10월에 완치 판정!

3개월 후인 그 다음 해 1월에 확정을 받은 대단한 노인이셨다.

담당교수는 6개월 만에 결핵을 치유하는 노인은 진짜 드물다며...폭풍 칭찬을 해주셨다.

병을 이긴 엄마가 무척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후유증으로 엄마의 곱던 피부는 까맣게 그을렸고, 기력은 없어져. 진짜 노인네처럼 늙어버리셨다.   

     

결핵약을 먹으면서 엄마는 간부터 망가졌다.

눈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생기고,

눈이 보이지 않는 부작용을 앓았다.

그때마다 간을 회복시키는 주사를 맞았더니

그 다음은 신장...

신장이 망가지니까 온 몸이 붓고,

피부 여기저기에 알레르기가 번졌다.

2018년 여름은 역대급 더위였는데,

교통도 불편한 대학병원을 오가시면서도 병을 이겨내겠다는 희망 하나로 버티신 것이다.      


정확히 6개월!!

가는 곳마다 엄마의 확고한 신념에 모두 박수를 쳐주셨다.


아, 그리고!!!

결핵약을 먹는 동안엔 결핵이 타인에게 옮지 않는다.(잠복결핵은 더더욱...) 

결핵에 걸리면 약은 다 공짜다. 질병관리본부에서 관리를 해주면 좋겠지만

우리나라는 병원에서 보건소로 전달만 하고, 보건소에서 그다음을 확인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코로나 초창기처럼 수시로 전화를 하고 끝까지 국가가 책임져주는 것이 아니라

방관하기 때문에 결핵환자들이 암암리에 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싶다.




엄마에게 힘이 되는 얘기를 해드리고 싶어서 과거의 폐결핵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도 죽다 살아났는데..."

"이번에도 엄마는 이겨내실 수 있다는 거야!"


그 말을 꺼내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엄마 앞에서 울면 엄마가 더 힘들어하시는데.

왜 자꾸 내가 더 나약해지는지 모르겠다.

엄마... 제발 예전으로 돌아오셨으면 좋겠어. 나 기적을 믿을 거야...


엄마는 강한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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