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9.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요양 보호사가 뭐야?
TV나 라디오에서 국가공인자격증을 가진 요양보호사에 대한 공익광고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와 관련이 없는 일이라서 그냥 흘겨 넘겼던 것 같다.
아니.
노인요양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집에 아픈 사람이 없었으니까....
요양보호사 제도는 2008년 7월 1일 사회보험이 5대 보험(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개정되면서 생긴 직업이다. 처음에는 요양보호사를 똥 닦아주는 직업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하지만 "아줌마"가 아니라 "요양보호사님~"으로 점점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고,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는 노인이나, 시설요양에서 거동이 힘든 노인들에게 찾아가서 도와주는 좋은 직업으로 인식을 받고 있다.
엄마의 연세가 87세. 아빠의 연세는 85세.
두 분은 스스로 건강을 잘 챙기셨다.
잘 걸어 다니시고, 식사도 잘 하셨으니까,
평소에 맛있는 식사와 몸에 좋은 보약과 영양제 정도만 잘 챙겨드리기만 하면 된다 생각했다.
아프실때면 그때 그때 병원에 모셔다 드리기만 하며 되니,
요양제도에 대해선 정말 한 번도 생각을 안해 본 것 같다.
그러나
아빠가 갑자기 소천하시고,
엄마가 쓰러지시고 나니까,
내가 너무 좋은 부모님을 만나서, 참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지금은 정신이 버쩍 들어 있는 상태다.
엄마에게 무엇을 해야 도움이 될꼬....
엄마가 지금은 요양병원에 계시지만. 엄마가 집에 오실 수 있다면 최대한 잘 보살펴드리자!라는 생각으로
사실 이런 직업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현실에 닥치고 보니
이 자격증만 가지고 있으면
'가족요양급여' 제도에 따라
엄마에게도, 엄마를 케어하는 나에게도 1석2조로 참 좋을 것 같았다.
가족요양급여?
가뜩이나 병원비며 간병비며 기타 등등의 돈들이 많이 들어가는데,
자격증만 있으면, 나라에서 돈을 준다고라?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내 경우에는 65세 미만이라
나이가 어려 가족요양시간이 하루 60분만 인정이 된다고 했다.
그래도 그게 어디야?
어차피 엄마를 모셔야 하는데, 돈을 정부에서 주는 제도라니...
당연히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교회 식구 중에서도 이 자격증에 관심이 있는 언니가 있어서 같이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공부를 하다보니, 그 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 출근시간에 동네를 돌아다니는 노인케어센터 차량, 군데군데 노인복지센터. 요양보호사 교육원도 내가 사는 주변에 꽤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역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아....
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했다.
이론 80시간,
실기 80시간,
실습 80시간,
총 240시간을 3달 안에 준비해서
1년에 4번 있는 시험 중에 하나를 보면 된다.
사실 이 자격증은 실습시간이 굉장히 부담이 된다. 요양원이나 재가 실습을 통해 시간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 시대가 아니던가.
대면접촉이 되지 않는 사회 현실을 반영해서
실습은 비디오로 보고, 또는 강사님과 함께 교실에서 직접 실습을 하는 방식으로 변경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2020년 2021년은 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줄 선 사람이 구름떼 같이 많다고 했다.
시간을 채우는게 처음에는 쉬울 줄 알았다.
보건복지부에는 저 많은 시간을 공부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출결을 정확히 해야 했고,
지각도 안돼, 조퇴도 안돼, 결석은 2번만 인정...
더운 여름에 진짜 곤혹이었다.
엉덩이가 근질근질...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학창 시절도 아니고, 윽... 완전 빡셌다.
가끔 엄마를 보기 위해 요양병원 면회를 갈 때는 조퇴나 결석을 이용했지만.
이 더위에 엄마를 생각하면서. 진짜 진짜 진짜 열심히 공부한 것 같다.
이 자격증의 특징이 있다면, 6-70대 어머니들이 많다는 것!
직접 교육원에 가보니까 내가 거의 막내 수준이었다.
6-70대임에도 불구하고 90세가 넘은 친정어머니를 돌보기 위해서.
치매에 걸린 아내를 위해서. 몸이 불편한 남편을 위해서, 나처럼 가족요양에 관심이 있어서 온 사람들이었다.
공부하는 내내 함부로 웃거나 농담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족을 생각하면, 눈물을 글썽글썽 거렸다.
새로운 것을 공부하기 때문에 첫날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러나 교육원생들의 나이가 워낙 많다 보니,
반복 또 반복... 오늘도 반복, 내일도 반복. 모레도 반복...
아.... 영혼이 털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 날도 많았다.
점심을 먹고 오면 어르신들이 사탕을 주시면서 위로와 격려도 해주셨고,
나는 간단한 핸드폰 사용법을 엄마에게 알려주었던 것처럼 자세히 알려드렸다.
cf. 2022년 6월6일 현재~
내년의 요양보호사 시험이 변경되었다는 정보를 받았답니다.
요양보호사는 의료진처럼
의학적 지식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기초적인 공부를 하게 된다.
보건복지부에서 나눠준 무료 교재를 가지고 공부를 했는데
1. 요양보호 개론 2. 요양보호 관련 기초지식 3. 요양보호 각론 4. 현장실습
이렇게 구분이 된다.
엄마처럼 뇌와 관련된 환자들도 있지만.
65세 이상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 등으로 인지가 저하되면
그 노인들을 대상으로 요양보호사가 하루에 3-4시간의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관심 아니 인식조차 하지 않았던 노인문제에 대해
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진정성 있게 들여다보다니!!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엄마가 쓰러지시고 4개월 뒤에 내가 요양보호사 시험을 보겠다고 했더니,
엄마는 이미 요양보호사란 직업에 대해서 알고 계셨나 보다.
엄마는 어눌한 말로 말렸다.
하지만 9월에 자격증을 받았고, 엄마에게 자랑을 했더니
엄마는 영상통화 너머로
라고 미안해 하셨다.
엄마가 빨리 욕창이 낫고, 재활을 열심히 해서 연하검사에 통과 돼 음식을 조금이라도 드실 수 있으면
집에 모시고 싶다.
라는 말씀을 하실 때면, 마음이 참 아프다.
집에 오시면 제대로 치료를 못하니까.
또 어딜 가나 코로나 검사때문에 병원문도 막히니...
최대한 엄마가 치료가 잘 되신 다음에... 집으로 모실 수 있을거라 말한다.
앞으로 이 요양보호사 제도를 잘 이용해서
엄마를 잘 모셔드리고 싶다. 엄마. 빨리 집에 오셨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