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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Nov 10. 2021

첫 여사님이 중요하다

EP 7. 간병인을 만나는 거는 처음이라서

    

엄마가 VRE때문에 격리 된 상태로, 난 급하게 첫 간병인 여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우선 코호트가 되면,   

뉴스에서 보듯이 의료진은 파란 비닐 가운을 입고 들어와 진료 및 치료를 하게 되고,

보호자는 병실을 나갈 때는 꼭 장갑과 비닐 가운을 착용하고 다녀야 한다.

그래야 다른 환자들에게 전염이 되지 않으니까.      


설연휴가 겹친 상태에서 어렵게 구하게 된 간병인 여사님은

아침 7시에 병원에 도착했다고 전화를 했다.

병원 입구에서 경비업체 직원들이 어찌나 살벌하게 통제를 하든지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코로나 때문에 환자 한 명당, 보호자는 한 명만 되니, 둘은 같이 들어갈 수 없다는 거다.

병동 간호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간병인의 출입을 도와달라고 했다.

그제야 업체 직원이 길을 비켜주었고,

1층 출입구에 들어와서 원무과에서 보호자 팔찌를 지급받은 뒤 병실로 향했다.


여사님은 자신이 먹을 반찬과 이불, 옷과 신발을 넣은 트렁크를 끌고 오셨다. 

십 년도 넘게 간병인 일을 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맡겨만 달라고 야무지게 말씀하시는데.

그 말에 마음이 놓였다.

나 또한 아픈 엄마를 케어할 분이니, 무조건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야 된다고 다짐을 했다.     

 



병실에 들어온 여사님은 마스크를 벗고 엄마에게 인사를 하셨다.

그런데.... 입에서 담배냄새가 확 났다.


“혹시 담배 피우세요?”

“사람들이 오해해요. 간병일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담배를 피워요?

 제가 당뇨가 심해서 약을 먹어 그래요. ”     


눈을 흘기며 단호하게 말씀을 하시는데 설마 거짓말을 하실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빠가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하셨기 때문에 

우선은!! 이 여사님을 믿기로 했다.


여사님은 우선 어정쩡하게 누워 있는 엄마를 순식간에 똑바로 눕혔다.

자신의 스킬로 엄마를 요리조리 돌리며 머리도 감기고, 칫솔질도 시키고, 몸도 닦아주고,  

마치 목욕탕을 다녀온 듯, 순식간에 엄마를 깔끔해지셨다.


내가 혼자서 엄마를 돌보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첫 번 째는 대변치우기였다.

엄마의 육중한 몸무게를 돌아 눕히는 것부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스킬이 필요한데... 그걸 모르니....이미 내 왼쪽 팔목은 파스로 도배가 되었다.


둘째는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체위변경을 두 시간마다 해주는 것이다.

자세를 바꿔주라 하는데, 어느 샌가 엄마의 몸은 침대 밑쪽으로 쏠려 내려와 있었다.

엄마를 들어 올려 침대 머리맡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진짜..... 쉽지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엄마의 병원복을 잡고 쑤욱~ 올릴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정말 꿈쩍도 안 했다.

그런데. 이 여사님은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요령껏 쉽게 엄마를 움직였다.


이 정도면, 아주 대 만족이었다.


엄마도 편하다고 하시고,

가끔씩 엄마와 말장난을 주고받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특히 엄마가 권사님이시다 보니, 어눌한 말로 복음을 전하려고 하시는데

그 얘기를 잘 받아주는 여사님에게 플러스 점수를 드리고 싶었다.

당뇨로 아프시다는 것 빼고는, 여사님에 대한 신뢰가 쑤욱~ 올라갔다.  

난 엄마는 아무것도 드실 수 없었지만, 설 연휴에 혼자 고생하시는 여사님을 위해

전과 불고기, 잡채를 만들어 가져다 드렸다. 그 이후에도 여러 번 반찬을 해다가 드리며, 정을 쌓아갔다.

내가 엄마를 만나러 갈 때면, 그때마다 근처 카페에서 드시라고 만 원짜리 커피 쿠폰도 많이 사드렸다.

그때마다 여사님은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간병을 하고 있는지를 피력했다.

의사와 간호사에게 엄마의 상태가 깨끗하다는 칭찬까지 받았다고 말하니까, 

이 여사님의 말만 듣고도 마음이 놓였다.  


그 사이 아빠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게 흘러갔다.

엄마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던 차에 여사님은 자기만 믿으라고 했다. 

고맙기도 하고 의지할 만도 해서 엄마는 안심하고, 아빠의 병원을 다니며 마지막 면회를 위해 노력했었다.

엄마는 병상에 계시고, 아버지는 천국에 가시고.  

몸과 맘이 지쳐 울고 있었는데. 병동 간호사에게 전화가 왔다.


"보호자님. 지금 당장, 간병인을 바꾸시는 게 좋겠어요.

어머님이 순하셔서 따님에게 말씀을 안 한 것 같은데요.

간병일을 안 하는 건 둘째 치더라도, 어머님 물건을 동료에게 팔고 있어요~"


이게 뭔 날벼락같은 소리인가?

엄마는 가래가 나오지 않아서 가래 석션을 하지 않았다.  

혹시 몰라 크린조와 라텍스 천연고무 석션관을 받아 두고 있었는데, 그걸 판다고?


가래 석션을 위해 필요한 물건들. 기타 많은 물건들이 있다.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

나에게 전화한 간호사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병동 간호사들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한 간병인이라고 했다.

순수한 보호자들한테 얄팍한 거짓말을 해대는 분이라고 악평을 쏟아냈다.

평소에 지켜보다가 더 이상은 안될 것 같아서 보호자에게 말 하는 거라는데,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아니, 그걸 왜 이제 말해줍니까? "


완전히 내가 속았다는 거네... 

아빠가 아프시니, 거기에 정신이 팔린 동안 이 분이 그런 나쁜 짓을 했다는거야?

당장... 여사님을 휴게실에 불러다 놓고 따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노발대발하며 자신을 도둑년 만들었다고 소리를 치는데, 경찰까지 부르겠다고 고함을 쳤다.

와 진짜... 


사실 좀 이상하긴 했지만, 내가 인생 최대의 예민한 시기라서 그런거라 넘긴 것들이 있었다. 

엄마를 위해 아빠의 장례를 엄마에게 비밀로 하자 했는데,

농담하듯이 할아버지 천국 가신 것 아니냐고 엄마에게 비아냥 거릴 때... 

주의를 줬다. 실수로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또 상주로 이틀간 밤을 새우고 지친 나에게 

갑자기 자기 좀 쉬어야 하니 휴가를 달라고 할 때, 인간성이 좀 의심이 들었으나 참았다. 

그래... 충분히 피곤할 수도 있다 싶었다. 엄마 옆에 있는 게 나도 좋다면서 그 상황을 이해해 드렸다.

 

그런데....

아픈 엄마를 케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엄마의 물건을 남에게 팔아서 이득을 챙겼다?

이건 상도에 어긋나는 일 아닌가? 그거 얼마 한다고...

오죽했으면 간호사가 나에게 전화를 했을까....... 그동안 쌓여있던 분노가 올라왔다.

점점 본색을 드러내는 여사님의 진짜 모습을 보니까 세상 말로 뚜껑이 열렸다.

게다가 병원에 있던 간병인의 동료들이 하나둘씩 모여서 나를 에워쌌다.


"보호자. 잘 들어! 내가 보호자만한 딸이 있어! 날 도둑년으로 만들어서 뭐할 건데?

차라리 그냥 나가라고 하지 그랬어? ... 내가 이래서 교회를 안다녀! 크리스천이란 사람들이 이래서 문제라니까!"


내가 예민한 거야 이 여사님이 제정신이 아닌 거야?

사과 한마디만 하면 되는 일인데... 왜 이렇게 막말을 하는 거지? 

계속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으니. 잠깐 20분 앉아서 얘기하는데. 앞 뒤의 말이 하나도 안 맞았다.

큰소리 내지 않고 자분자분 따지는 나에게 여사님은 더이상 할 말이 없는지, 옆 침대의 보호자를 끌어들였다. 옆 침대의 보호자 아저씨는 잘 모르는 일이라며 사라졌고,   

한바탕 혼자 난리친 여사님은 순식간에 짐을 싸서 병원을 나갔다.


"오늘 일 한 거. 당장 입금해 줘요!"라는 말과 함께....

 



제일 미안한 건 엄마에게였다

아무리 아빠 장례로 정신이 없다고 해도, 엄마에게 정말 못할 짓을 한 것 같았다.

엄마는 눈빛으로 무슨 일이냐고, 날 쳐다보는데...


"미안해. 엄마... 내가 그동안 무지 바빴어..."

 

엄마는 내 손을 꼭 잡아주셨다. 엄마 앞에서 울면 안 되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건지...

아빠가 천국 가셨다는 말이 죽어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 얘길 하면...엄마가 그나마 약하게 잡고 있던, 삶의 희망을 놓으실까 봐.

그게 너무 무서워서...엄마까지 떠나면 난 어떡해....

말을 꺼내지 못했다.


"오늘부터 내가 엄마 옆에 있을게...!"

"딸이 내 옆에 있으니까... 마음이... 편하다.."

"난 엄마밖에 없잖아..."

"나도... 너 밖에 없다...."


눈물을 참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복도로 뛰어나왔다.

이때 옆 침대에 있던 환자의 보호자가 따라 나왔다.

그 보호자는 아픈 아내를 돌보는 퇴직한 남편분이셨다.


"간병인이 담배 피우는 거 알았어요?"

"네?"

"밥 먹고 한참 나가있다가 들어왔어요! 그럼 담배냄새가 엄청났거든요"


아.... 나의 첫 느낌이 맞았던 거였다.

그 간병인을 소개했던 업체 실장에게 전화해서 따졌더니...

설연휴를 앞두고 간병인을 구하는 보호자가 어디있냐며...

그 사람이라도 구했으니까 보호자는 편하지 않았냐며...  실장의 답변에 뜨악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또 다른 간병인을 구해주겠다는 말 뿐이었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속았던 것도 문제지만. 가장 치명적인 것은


바로 욕창이었다.


몰랐다. 욕창이 그렇게 무서운지...

엉덩이에 그렇게 큰 욕창이 생겼는지.

매일 엄마를 보러 갔지만 엄마가 변비라 대변을 보지 못한다는 간병인의 말만 믿었기 때문에

엉덩이에 생긴 욕창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 욕창은...

점점 깊어졌고 결국 엄마를 패혈증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큰 고통을 받게 되셨다.


첫 간병인을 정말 잘못 만났다.


사람을 너무 잘 믿는 내 성격 때문에...엄마 또한 참을성이 너무 많고, 그 영혼을 전도하려고 애쓴 탓에...

우리 모녀는 호구 중에 호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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