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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Nov 11. 2021

욕창이 무섭다.

EP 11. 욕창이 패혈증의 원인이다.



성형외과 의사는 엉덩이 욕창 부위에 껴 있는 누런 진물을 칼 같은 도구로 긁어냈다.

난 살갗이 쓸려도, 여드름 하나 짜는 것도 아프다고 하는데.

피부를 칼로 쓱쓱 긁어내는 걸 보고 있노라니, 엄마는 그 고통이 얼마나 클까 상상도 못하겠다.

포비돈 용액이 흡수된 십여 장의 거즈를 엄마의 욕창 부위에 구겨 넣었다.

성인의 주먹 정도의 거즈가 엄마의 욕창 부위로 쑥쑥 들어갔다.      


“아파... 아파.. 너무 아파....”


괴로운 신음과 이마의 식은땀이 엄마의 고통을 말해주고 있었다.

엄마는 지금도 매일 이렇게 소독을 하고 계신다.  

그래야만 엉덩이 피부의 괴사를 막을 수 있고,

건강한 살이 차 올라서 욕창이 점점 나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외래 진료가 끝나고, 의사가 나를 따로 불렀다.      


“부위가 워낙 심각해서 패혈증이 올 겁니다. 욕창이 크면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 있는 거 아시죠? 요양병원에서 관리를 잘 해주라고 하세요.마음의 준비도 미리 하시고요.”


의사들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보호자에게 말해준다.

물론 그게 의사의 의무이긴 하지만...

이 말이 벌써 대여섯 번 정도의 경고인 듯하다.


처음엔 뇌경색 인한 사망 우려였다. 매일 밤 열은 내리지 않고,

전해질 불균형으로 호르몬 이상 변화가 오면서 당이 조절이 되지 않았으며, 심장에 부정맥까지 찾아왔다.

게다가 우연히 발견된 오른쪽 신장의 3.3센티의 종양까지... 

이후 요양병원으로 옮겼을 때는 요로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 왔다.

급하게 응급실로 옮겨졌고, 중환자실에서 3일을 지내셨다.  

다행히 패혈증으로 인한 혈액 염증 수치는 줄었지만,


문제는 욕창이었다


욕창이 이렇게 무서운 건 줄 몰랐다.

욕창은 처음에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만난 간병인 여사님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던 내 실수라지만,

이렇게 욕창이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할 거라곤 생각 못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 성형외과 외래에서의 욕창으로 인한 패혈증 경고는 날 두렵게 했다.


요양보호사 시험준비 할때 봤던 교재 <요양보호사 표준교재> 中 에서
욕창은 장기간 병상에 오래 누워 있는 사람의 머리 뒤, 등, 허리, 엉덩이, 발꿈치 등에 바닥면과 접촉이 되는 피부가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서 괴사 되는 상태다.


욕창은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욕창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 지가 문제다.


처음 1단계에는 분홍색의 열감이 보이는 정도였지만,

2단계, 피부가 벗겨지고 물집이 생겨 피가 나면서 딱지가 지는 단계가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왼편 엉덩이 전부가 진물이 나서 듀오덤 가지고는 처리가 되지 않았다.

그 단계를 4-5개월 지나고, 2시간마다 체위변경을 제대로 해줬더니

지금은 어른의 주먹 만한 크기로 줄게 되었다.

하지만... 그 깊이가 너무 깊은 것이 문제였다.

다행히 뼈와 근육의 괴사까지는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엄마의 둔부 치료기. 2021년 10월 현재 <3단계>



엄마의 욕창은 좀 좋아졌다가도, 열이 나면 두 배로 커졌다.

엄마에게 가장 약한 부분이 욕창이기 때문에, 면역이 조금만 약해져도 욕창이 번지는 그런 패턴이 반복됐다.

특히 변실금으로 설사가 시작되면, 항문과 가까운 곳에 있는 욕창 크게 번졌다.

늘 조심하면서 청결을 유지해야 하고, 영양에도 신경을 써야 욕창이 낫는다고 하는데, 

정말 최선이 어디까지가 최선일까?


식사라도 제대로 하시면 욕창은 좋아진다는데 

혈전용해제 투여에 대한 부작용으로 위궤양이 생겨

처음 한 달은 비위관(콧줄)으로 하루 600ML밖에 못 드셨다.

아침 점심 저녁 200ml 우유 한 팩만 먹는다고 생각하면 몸무게를 얼마나 유지하겠는가?

살이 10kg가 빠졌다. 근육부터 먼저 빠졌다.

뼈에 살만 덩그러니 붙어있는 엄마의 앙상한 몸을 보며 난 늘 기도한다.  

엄마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기를...




엄마가 쓰러지고 9개월쯤 되던 날.

드디어 의사가 우려한 그 날이 왔다  

엄마가 잠에서 깨질 않으셨다. 너무 깊은 잠에 드신 것이었다.

아래 혈압(이완기 혈압)이 30까지 내려가는 상황이 발생했고 승압제를 투여하며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만약 요양병원에서 연명치료동의를 하지 않는다면, 대학병원 응급실 대신 요양병원의 중환자실에서 그대로 천국에 가시게 된다)


의식이 없는데, 또 코로나 검사를 했다. 음성이 나와야 진료를 본다며 격리실에 엄마를 혼자 눕혀놨다.

2-3시간을 대기실에서 기다렸을까... 그때 정말 기도를 많이 한 것 같다.

  

내가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두려울 때 기도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음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엄마의 병명은 욕창으로 인한 패혈증이었다.


다행히 초기단계였고, 전해질 수치가 낮아서 깨어나는데 힘드셨던 것뿐이라고 했다.

다시 의식을 회복한 엄마는,

나에게 다시 만나서 반갑다며 웃으셨다.

엄마는 지금의 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히나뿐인 나를 위해.

내가 외롭게 살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뭔가를 더 알려주시려고 깨어나신 것 같았다.


엄마의 욕창은

하루에 2시간씩 체위변경을 해준다고만 해서 낫는 건 아니었다.

매일 소독하며 좋은 보더 제품으로 욕창 부위 주변을 붙여주는 것이 필요했다.

첫째는 청결한 위생관리.

둘째는 바람이 통하게 하는 것. 기저귀를 열어 놓고 바람이 통하도록 옆으로 누워 있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는 단백질 파우더를 유동식에 섞어 먹음으로 단백질 보충으로 살이 차오르게 하고 있다.

넷째는 운동이다. 재활치료 시간을 점점 늘리고 있다.


여러 노력들 끝에 엉덩이 살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욕창 때문에 한 번도 휠체어에 앉을 수도 없었던 엄마가 9월부토는 조금씩 앉으실 수 있게 되셨다.  

이젠 운동도 침대가 아니라 휠체어로 다닐 수 있게 되었다니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2022년 3월. 엉덩이 욕창이 엄지 손톱만하게 작아졌다고 사진을 찍어 보내주셨다.

엉덩이에 엄청나게 컸던 구멍이 작아지면서 

소독하는 면봉이 그 구멍안에 들어가지 않아 주사기로 소독약을 쏴야 한다고 말이다. 

우헤헤헤. 정말 기쁜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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