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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Nov 11. 2021

돈, 돈, 돈, 돈 그리고 돈  

EP10. 가족이 아프면, 돈은 돈이 아니다

엄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자마자 CT, MRI는 하루가 멀다 하고 찍고,

왜 하는 지도 모르는 온갖 종류의 검사와 피검사와 항생제 투여, 

VRE판정이 나온 뒤에는 코호트 격리를 해야 한다면서 1인실 또는 2인실에만 있었으니.

대체 얼마나 많은 병원비가 나올 지가 걱정부터 앞섰다.


결론적으로

의료보험 산정특례 대상자였기 때문에 처음 30일까지는 환자 부담 5%

뭐... 괜찮았다. 엄마만 회복될 수 있다면 말이다.

 

 

<자료출처: 국민건강보험>



아빠 역시 산정특례 대상자였다.

심근경색으로 진단받았기 때문에 5%만 환자 본인이 부담하면 되었다.

마찬가지로 5년 전, 아빠가 전립선암을 진단받았을 때에도 5년까지 산정특례 5% 대상자였다.

한 달에 500만 원도 넘는 항암제 '엑스탄디'도 15만 원에 드실 수 있었던 이유는 산정특례제도 덕분이었다.

참 고마운 의료제도다.


엄마는 처음 40일간 대학병원에서 계셨다.

산정특례가 적용되는 30일까지 5%,

나머지 10일은 의료보험 20%가 적용되어서 병원비가 나왔다.

그 이후 응급실로 입원한 신우신염과 패혈증, 재활치료와 관련된 모든 병원비는 의료보험 20%만 적용되었다.


엄마가 가입한 보험들은 모두 80세가 만기가 되었기 때문에 

모두 그동안 내가 모아 놓은 돈에서 지불해야 했다. 

부모님들은 참 이상하지? 80세가 넘으시니까, 그때부터 아프시기 시작했다. 


요양보호사 공부를 할 때 70대, 60대 어르신들이 자신을 노인네라고 소개했다.

난 늘 말했다. '아이고 노인이 아니십니다. 자식들 도움 없이 혼자서도 잘하실 수 있는데 왜 노인이에요?'라고... 그럼 엄청 좋아하신다. 


엄마의 병원비와 관련해서 '129'에 상담전화를 해서 알아봤다

주민센터에서 주는 긴급지원금이나 건강보험에서 주는 긴급 의료지원금이 있다고...

그러나 엄마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여하튼 내가 모아 놓았던 몇 안되는 돈은 엄마 아빠의 초기 병원비와 간병비로 다 써 버렸다.

그 이후부턴 엄마 아빠가 안 먹고 안 입고 힘들게 모아두셨던 노후통장을 깨서 꺼내 써야 했는데...

모두 적금통장이라서, 본인이 가지 않으면 해결이 안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 금감위에 민원을 넣어 일을 크게 만들고 나서야 간신히 병원비로 사용할 수 있었다. 



"간병비 때문에 허리가 휜다"


병원비도 문제였지만. 간변비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자료출처> A병원 안에서 나눠주는 간병인 업체

팔다리 마비 증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엄마는

한 시라도 누군가 옆에서 돌보지 않으면 안 되는 중환자가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이 엄마에게 1인 간병인을 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아플 땐 무남독녀인 게 참 속상하다. 내 몸을 둘로 나눌 수 없는데,  

이 병원 저 병원에서 계속 동의서 사인해라, 의사 면담해라 전화가 울려댔고,

위중한 두 분을 위해 하루에도 여러 번씩 병원들을 왕복해야 했다.

다행히 거동이 가능했던 아빠는 심장전문 2차 종합병원에서 실시하는 간호간병서비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공동 간병인으로 대처했다. 



간호사에게 간병인을 어떻게 구하냐 했더니, 병원과 계약 맺은 파견 업체명이 적힌 프린트물을 건네주었다.

보자마자 가격부터 부담이 됐다.

낮에만 간병인을 부르고 저녁엔 내가 와서 있으면 되겠다 싶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것보다 훨씬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을 깨달았다.(위의 자료는 속임수 같음)

실장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24시간씩, 주 단위로 구두계약을 해야 하고, (3-4일 단기 간병은 운이 좋아야 구할 수 있다)

간병인에게 매 끼 2000원의 공깃밥을 제공해야 하며,

만약 환자가 금식일 경우에는 햇반을 사다가 줘야 한다고 했다.

또 간병인의 90%가 중국동포인데 한국분을 원한다면 1만 원의 추가 비용이 있다고...

그러나 문제는 국적이 어디든 간에 코로나19 때문에 간병인 구하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이며,

설 연휴가 끼어 있으니 시간 되는 분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 했다.

사람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다.

인터넷에 찾아본 간병인 사이트는 훨씬 더 비쌌다.

 

간병인은 다 똑같이 능숙한 여사님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간병인 호칭은 여사님이다)

노노노노 정말 복불복!!

내가 만난 첫 여사님은 설날 용돈도 요구했고, 추가 비용도 또 요구했다.


"가래 석션은 안 하는 환자이지만, 대소변도 다 치워야 하고, VRE환자니까 돈을 더 받아야겠어요"


대놓고 하루 12만 원. 거기에 일주일에 한 번은 쉬어야겠고, 당연히 유급휴가라고 말했다.

자신이 쉬는 날에 보호자가 간병을 못하면. 다른 대타를 구해야 하니 12만 원을 달라고..


간병비...

그냥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나....

환자의 보호자는 여기선 을 중에 을이다.


'제발 엄마를 잘 돌봐주세요. '


이 말뿐이 할 수가 없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내 부모, 내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불편이 있지 않길 바라는 마음...



"돈이 돈이 아니다"

기본적인 병원비와 간병비,

기저귀며 환자용 샴푸 같은 소품비,

면회 때마다 지불해야 하는 병원의 주차비,

그리고 간병인 여사님 힘내라고 챙겨주는 간식비.

병원에서 병원으로 이송하는 사설 응급차 이송비...  등등

엄마가 아프시니까 정말 어마어마한 현금이 지갑에서 빠져나갔다.


대학병원은 3급 종합병원이라서 한 달 입원하면 병원비만 거의 오백만 원 남짓으로 청구됐다.

그나마 요양병원비는 그보다 적은 한 달에 이 백만 원 남짓.

엄마는 재활운동을 하다 보니까 물리치료비가 좀 더 청구된다. 


여기에 간병비...

공동간병인은 

환자 몇 명을 돌보느냐에 따라 1:3, 1:4, 1:5:, 1:6 등으로 간병비가 측정되니 120-180까지...   

엄마처럼 중증환자는 요양병원에서 대놓고 1인 간병인을 구해라 하니...

하루 12만원. (거기에 유급휴가일도 있고 매일 식비5천원이 추가)해야 한다. 업체가 중간에 1만원을 추가해서 가져가니... 돈이 돈이 아니다. 


우선 대학병원과 계약된 업체의 간병인들은 요양병원에 오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간병인 업체에 전화를 걸어서 맞춤 간병인을 구했다.

요양병원에 들어간 3월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 온 지금의 여사님.

정말 잘 만났다. 여사님 덕분에 엄마가 계속 호전이 되고 계신다.

그러니 계속해서 여사님을 고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말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고 있었다.


지금 같은 코로나 시대에!

요양병원은 보호자 면회도 되지 않아 보호자는 병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요양병원에서는 개인 간병인을 무조건 써야 한다고 하고,

(병원 측 입장에서도 병실 간병인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퇴원을 해서 집에서 모시자니 엉덩이에 있는 커다란 욕창치료가 문제가 되었다.

또 급성기 재활치료는 무조건 필요한데, 무작정 집에 오면 어떻게 할 건데...

결국은 이 모든 것이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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