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팅달 Aug 10. 2022

병원에서 엄마를 돌봐드렸습니다(2)


오전 7시. 재활의학과 레지던트가 엄마의 재활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찾아왔다.

오른손을 붕대로 감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왼쪽 팔을 들어서 엄마에게 조금씩 당겨보라고 했다.      


“잘하셨어요! 오늘은 딸이 계셔서 그러신 지, 아주 잘하시네요?”

“어... 지금 그 말은...엄마가 왼쪽 팔을 움직이셨다는 뜻인가요?”

“네... 방금 보셨잖아요. 제가 앞으로 당긴 게 아니라 어머님이 하신 거예요?”

“..... (화들짝)예에? 진짜요? 완전히 굳으신 게 아니었어요?

“어머님이 미세하게 팔을 움직일 수 있으세요.”     


으아... 이렇게 기쁠 수가... 왼쪽이 완전 마비가 된 게 아니라니... 너무 기뻤다... 정말 기적 같았다.      


“아파. 아파. 누르지 마세요!”     


왼쪽 팔다리가 움직이는지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서 오른쪽을 묶어놓으니.

그 와중에 오른쪽 근육들이 놀랐나 보다. 엑스레이에선 다행히 뼈에 금이 간 건 아니라고 판독되어서, 레지던트는 엄마의 오른쪽 발에 파스를 붙여줬다.


"어머님이 1등이세요. 콧줄 소변줄을 뽑았는데~ 이렇게 완벽하게 잘 하시는 분이 흔하지 않거든요! 지금 엄청 잘해주고 계십니다. 따님도 응원해주세여!"


엄마를 간병하는 것이 막막하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엄마가 좋아지시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 희망이 보였다!!


그러나.... 정말 새벽부터 긴박하게 돌아가는 아침스케줄은 내가 정신줄을 놓을 판! 바쁘다 바빠...


“운동 안 가요? 재활 시간이 9시예요. 지금부터 갈 준비 해야지, 뭐 하고 있어요?”     


대변 때문에 한바탕 소란을 피우셨던 옆 침대 환자의 간병인이

엄마의 식사를 돕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 말에 시계를 보니 벌써 8시 반이 다 된 것이다. 뜨악...

2/3가량 드셨나? 얼른 약부터 떠먹여 드리고, 치카치카 대신 가글로 엄마의 입을 헹궈드렸다. 기저귀를 갈아드리고,

바지를 제대로 입혀드리는데 으... 온몸에 땀이 주룩주룩.... 그러나 땀을 닦을 새가 없다. 계속 엄마를 주시해야 하고, 옆으로 쓰러지면 안되니까...


엄마는 혼자서도 숟가락을 쓸 수 있다며... 도전해보셨다^^


엄마를 재활실로 모시려면, 침대에서 휠체어로 이동을 시켜야 하는데... 어떡하지... 한숨부터 나왔다. 선뜻 옮길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엄마는 나보고 넌 할 수 있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하셨지만, 자칫 잘못해서 엄마가 삐끗하기라도 하면 더 큰일이었다.

오른쪽 발도 아파서 파스를 붙이고 있는데, 허리까지 삐끗하면 그땐 답이 없잖아. 옆에 있던 다른 환자의 딸이 얼른 간호사에게 가서 이동을 도와주는 기사님을 신청하라고 했다. 휠체어 타는 것을 도와줄거라고...


잠시 뒤, 기사님이 찾아와서 본인은 엄마의 팔 위쪽을 들 테니까 나는 엄마의 종아리를 붙들라고, 하나 둘 셋 하면 같이 들자고 했다. 하지만 내가 맘이 급해서 엄마를 먼저 드는 바람에 엄마가 쿵! 침대에 주저앉으셨다.

기사가 개짜증을 냈다. 환자가 다치면 어쩔거냐는데... 아우.... 한순간도 놓치면 안되는, 섬세한 작업이었다~

다시 한번 엄마를 들어서... 겨우 휠체어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엄마, 놀랐지? 미안해.. 내가 맘이 급해서 그랬어."

"괜찮아. 너가 옆에 있어서 행복해! 아프지 않았어. "

"정말로? 조금만 건드려도 아프다면서...넘 미안해"

"괜찮아...(내 손을 잡아주시며) 니 손이 참 따뜻하다. 니 손은 언제나 따뜻해.... 괜찮으니까 어여 가자."


내 눈으로 봐도 엄마는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내 걱정이 먼저셨다. (울컥) 언제나 나를 먼저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일거다 ...






엄마의 재활치료는 오전, 오후 두 타임에 걸쳐서 진행되는데.

한 타임당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다.

이 병원에서 뭘 하는지 처음으로 엄마의 치료 상황을 보러 치료 내내 함께 있었다.


“내 딸이라우, 내 딸이야.”

“반갑습니다. 어머니가 따님 자랑을 엄청 했어요. 드디어 오셨네요!”     


물리치료실. 열 치료실. 작업치료실... 이렇게 세 군데를 도는데, 엄마는 가는 곳마다 내 딸이 왔다고 인사를 시켰다. 아이고... 엄마가 그동안 내 얘기를 얼마나 하셨었는지

알 만 했다.


첫 번째는 물리치료실에서는 치료사가 엄마의 굳어있는 팔과 다리를 주물러서 펴주는 치료를 했다.

엄마가 앉아있을 수 있게 균형을 잡는 자세를 만들어주고 쭉 앉아있도록 했다. (우리가 바로 앉아 있는게 참 쉽다 여겼는데.... 사실 쉬운 게 아님)

엄마는 왼쪽 어깨가 근육이 소실되면서, 반 정도가 탈골된 상태라, 왼쪽 어깨를 들어 올려주는 치료를 해야 했다. 계속 아파 아파 외치는 엄마의 절규.      

그런데 물리치료사가 갑자기 화제를 교회로 바꿨다.

엄마가 자신을 계속 전도하려고 했다고, 딸이 오면 전화번호 주라고 했다면서 웃었다. 그런데 엄마는 아프다는 말을 뚝 그치고 치료사의 말에 집중했다. 실습생에게 계속 교회 가자고 전도를 했다면서 2주간의 상황을 빠르게 브리핑하듯 말해주는데,엄마는 이때다 싶었는지 그 물리치료사에게 언제 교회를 걸 거냐면서 복음을 전하셨다. 못말려진짜...

     

“아이고 어머니. 얼른 일어나셔야 제가 교회를 같이 가죠! (엄마의 왼 발을 들어 올리며) 어머니 근육이 당기죠. 많이 아파요? ”

“아파... 하지만 교회 같이 가야 하니까. 참을게”     


어? 그런데 엄마의 다리의 미세한 근육이 떨리는 게 보였다.     


“지금! 엄마가 왼 다리를.... 움직인 거... 제가 제대로 본 거 맞죠?”

“네. 우리가 발을 움직이는 걸 10이라고 하면, 어머님은 1이라고 할까요? 앞으로 재활하시면 더 좋아질 거예요!”   

  

물리치료사는 엄마의 강한 정신력이 치료의 도움이 된다면서. 계속 희망적인 말을 해줬다.      

엄마!! 내가 안 본 사이에 정말 잘해주고 계셨구나!!!

엄마의 피나는 노력이 눈에 선했다~




엄마는 작업치료실에서 또 한 번 날 기쁘게 해 주셨다.

혼자서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숟가락 젓가락 움직이는 훈련을 하셨는데...

엄마가 젓가락질을 너무 잘하시는 거라...

놀랍도록 집중력이 좋은 엄마의 모습에 감동할 뿐이었다.


"엄마, 정말 잘하시네? 언제 이렇게 좋아졌어?"

"다 하나님의 은혜야. 치료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란다"


자나 깨나 예수님만 외치는 엄마를 보면, 정말 하나님이

살아계시는구나~ 또 이런 게 기적인가 싶다.




어느새 오전 치료가 끝나고, 엄마를 모시고 병실로 올라갔다.

이번에는 휠체어에서 침대로 엄마를 옮겨 놓는 일이 문제였다.

운동으로 지친 엄마는 빨리 눕혀달라고 하셨다.

또 소변을 보셨기 때문에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는데....

어떻게 옮기나.. 또 한숨이 나왔다. 얼른 간호사실로 달려가서 기사님을 불러달라고 했다.

엄마가 집에 오시면 모두 내가 해야 할 일인데, 왜 이렇게 겁이 나는지... 나도 모르겠다.

     

기사님이 오실 동안, 엄마의 어깨를 주물러드리려고 했는데, 엄마는 살짝만 손을 댔을 뿐이지만 치료를 받고 와서 그런지 아프다고 만지지 말아 달라고 하셨다.

나는 에효. 미안.. 미안...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나왔고

엄마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게 지금의 우리 모녀 사이의 마음일거다. 그동안 엄마의 상태를 모르고 전화통화만 해 온 것이 죄송할 뿐이었다.      


“어머니!!! 나 왔시오.”     


어머, 반가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여사님이 비자 신청하는 일을 다 보고, 병원으로 돌아온 것이다.  미웠다가도 고맙고, 화가 났다가도 금방 풀어지는

여사님과 엄마와 나와의 관계.


“오전 운동 갔다 왔군! 어머니 잘 하오?”

“(얼마나 반가운지) 네에... 젓가락 운동하시는 거 보고, 제가 너무 기뻤어요!”      


여사님은 얼른 가방을 내려놓고, 휠체어에 앉아있는 엄마를 혼자서 쑤욱 일으켰다.  

마침 기사님이 병실로 들어왔고, 둘이서 함께 엄마를 사뿐히 올려서, 침대에 내려놓았다.

엄마는 여사님 손을 꼭 잡고, 뭐라 뭐라 말씀하셨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오~ 그랬구나. 내가 다시 씻겨주갔시오.”

“(미안해서) 엄마, 내가 새벽에 닦아준 게.... 맘에 안 드셨었네?”

“아니야, 행복해. 좋아. 다 좋았어.”     


여사님을 보자마자 바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씀하시는 걸 봐서는, 많이 불편하셨던 듯싶다.

하지만 엄마는 딸과의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모든 불편함은 감수했던 것 같았다.

쩝.....


“이제 내가 왔으니, 딸은 그만 가보시오. 고생 많았소!”

“정원아, 너 아니면 내가 어떻게 이리 살아있겠냐... 모든 게 다 고맙다! 수고했다”     


엄마는 고3인 손녀가 학원 마칠 시간이 다 됐다고 하니까.

얼른 픽업하러 가라고 손을 흔드셨다.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하다고.

운동 잘하고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엄마와 헤어지고 병원 로비에 나오는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다.

서울의 기록적인 폭우란다.

그 쏟아지는 비처럼 내 눈물도 미친 듯이 쏟아졌다.      

하루 만에 몸과 맘이 지쳐서, 나가떨어진 내 모습이 한심해서~

그러나 딸에게 짐이 될까 봐 정신력으로 재활운동을 열심히 하며 버티는 엄마가 고마워서~

흐르는 눈물이랄까.  

   

그렇게 저렇게 엄마와 하루를 보내고 집에  나는.... 오늘 아침까지 기절하듯 잠을 잤다. 집앞의 하천이 범람하기 일보직전이고,  옆에 물에 잠겨서 지하철이 중단 됐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기절해 있었다. (수해 입은 분들에 진짜 죄송)


앞으로 좋은 날들이 많을  같다.

엄마에게 희망을 봤고,

집에 오실 그 날을 위해서  체력부터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박2일의 짧은 돌봄이었지만... 엄마의 회복되는 상태와 뭘 내가 해야 할지를 알게 되는 귀한 시간~~!

모든 것이 정말 감사했다^^


이전 15화 병원에서 엄마를 돌봐드렸습니다(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