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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Aug 09. 2022

병원에서 엄마를 돌봐드렸습니다(1)


“내 딸이 옆에 있으니까. 내가 이렇게 마음이 평안할 수가 없다.”

“가래도 제대로 못 뽑아주고 체위변경도 제대로 못하는데... 불편하면서 뭐가 좋대?” 

“다 좋아. 너무 행복하다. 널 낳았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지 몰라.”

“(울먹)치이... 나도... 나도 너무 행복해”     


작년 3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엄마와 하룻밤을 같이 지냈다.

그동안은 엄마의 상태가 매우 불안했기 때문에 대학병원에서는 전문 간병인을 두라고 했고, 

나도 엄마 곁에 있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 굳이 무리하게 간병인과 바통터치를 하지 않았었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요양병원은 아예 보호자가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엄마의 상태가 좋아졌고, 의식이 명확하게 돌아왔기 때문에, 

또 여사님의 비자 문제가 시급했기 때문에... 

하룻밤만이라도 교대를 시도해보자고 했었다. 


엄마를 돌보기 위해 부푼 기대를 안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엄마가 쓰러지시고 중환자실에서 계실 때, 아버지 장례를 치른 뒤 며칠... 

그때 이후 우리 둘만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깊은 대화를 할 시간은 거의 없었다.  


엄마가 콧줄과 소변줄을 제거했기 때문에... (정말 너무 기쁘다)

40분마다 기저귀를 갈아야 하고, (요양보호사 실습 때 해봤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아서 진땀이 줄줄 흘렀다)

욕창이 커지면 안 되니까, 2시간마다 누워있는 자세를 바꿔야 했고,(침대 위로 엄마를 끌어올리는 것, 누워있는 방향을 바꾸는 것, 병원복을 반듯하게 펴놔야 욕창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잘 어루만져줘야 하는 것 등이 초짜이다 보니 엄청 힘들었다)  

엄마가 계속 입 안에 가래가 있다고 하시니 스펀지 칫솔로 닦고 또 닦아드리고,(석션을 하면 잇몸과 입안 점막이 위험하니 조심스럽게 수시로 닦아드려야 함) 

식사가 오면 1시간 이상을 수저에 조금씩 떠 넣어 넘길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열 가지 이상의 약을 크랜베리 주스와 점도 증진제를 섞어서 넘기기 쉽게 만들어놓고 드려야 하며, 

마지막으로 치카치카... 

정말 과장하지 않고, 보호자 의자에 앉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자료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언제 하루가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밤 9시. 병실의 불이 꺼졌다. 

모든 환자와 간병인들이 잠에 들었다. 엄마도 역시 얘기를 하다말고 스르륵 눈이 감기셨다.         

우두둑!

그제야 보호자 침상에 바로 누웠는데, 척추뼈부터 뼈가 맞춰지는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니,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와 있고 머리는 폭탄 맞은 것처럼 뒤엉켜 있었다. 

으,,, 그동안 간병인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듣기 싫었는데, 

앞으로는 여사님에게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병원에 안 오겠다고 하면 어쩌지 싶어서, 고기 먹고 들어오시라고 용돈을 통장으로 넣어줬다.

 

이 그지 같은 상황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작년부터 지금까지의 일련의 상황이 악몽 같고,  

이 잠에서 깨면 건강한 모습의 엄마와 아빠가 웃으실 것만 같고... 

반대로 오늘 엄마와의 만남이 마지막이면 어쩌지 싶은 불안한 맘도 들고... 
오만 잡생각이 머리를 스치는데... 

정신 차리라고 내가 내 뺨을 툭툭 내리쳤다. 


병실로 돌아와서 엄마의 옆에 누웠다. 

엄마의 체위변경을 위해 잠들면 안 되니까, 다른 분들의 브런치를 보면서 라이킷을 눌렀다.

2시간 뒤에 엄마의 자세를 변경하고, 잠이 들었는데.... 

별안간 옆 침대 간병인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똥을 쌌으면 가만히나 있지. 그걸 손으로 주무르면 어떡해? 아우... 미치겠네!!”     

놀래서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반이었다. 

엄마의 자세를 얼른 변경해주고 옆 침대를 보니, 그야말로 뜨악의 상황이었다. 

옆 환자의 침대가 정말 대변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냄새는 둘째 치더라도 간병인의 잔소리가 되게 거슬렸다.


그 환자는 엄마처럼 뇌졸중 환자인데 가래 때문에 목에 구멍을 뚫어 말씀을 못하셨다. 

얼마 전에 의식이 돌아와서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내려와 겨우 눈만 뜬 상태였는데. 

콧줄 소변줄 정맥관 등등의 온갖 줄이 환자의 몸을 두르고 있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의 엄마의 모습, 자연스럽게 엄마와 디졸브가 됐다.  

안쓰럽고 불쌍하고, 그런데 그 환자가 

잠을 자다가 변을 보고 찝찝하니까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손을 넣은 것 같다. 

얼마나 간병인이 소리를 치던지... 그 소리에 할머니는 자존심이 엄청 상했나보다. 

눈물을 흘리시는데 간병인은 똥칠했으면서 뭐가 잘나서 우냐고 되려 더 큰 소리를 쳤다. (으.. 너무하네 진짜)

어제는 콧줄을 뺐다고 이 방 저방 돌아다니면서 흉을 보시더니... 오늘은 똥칠했다고 눈에 보이는 간호사며 의사들한테 계속 말씀을 하시겠지...(아니나 다를까 진짜 그러셨다)

만약 이 광경을 그 환자분의 자식이 봤으면 기가 막혔을 거다.


이 간병인보다 더 심한 분은 엄마와 대각선에 누워 있는 환자의 여사님이었다. 

진짜 아예 일을 안 하셨다.  

환자가 의식도 있고 혼자서 화장실을 겨우 다닐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허리가 좋지 않아서 자식들이 옆에서 좀 도와주라고 간병인을 둔 것 같은데.... 어쩜 계속 누워서 핸드폰만 보고 낮에는 밖에 나가서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 환자가 손톱, 발톱을 깎아달라고 부탁했더니 그런 건 간병인이 하는 게 아니라면서 소리를 치는데, 와 저 분을 왜 간병인으로 두는지 이해가 안 갔다. 내가 이러쿵 저러쿵 말할 시간도 없고, 참견할 형편도 아니라서 못들은 채 하고 있었지만.... 정말 늙어서 아픈 게 죄 라는 말이 딱이었다.  


“나도 콧줄 빼면. 꼭 저랬다.”

“헉. 진짜?”

“방에 있는 간병인들이 똘똘 뭉쳐서, 내가 콧줄 뺐다고 어찌나 뭐라 하는 지.....”

“안되겠다! 지금이라도 여사님한테 그만두시라고 해야겠어, 엄마한테 어떻게 그래?”

“놔둬. 좋은 점이 더 많아. 안 그래도 그만두겠다고 하는데, 내가 교회 같이 가야 한다고 계속 달랜다.”

“왜 눈치를 봐? 엄마 기분 나쁘게 하면, 당장 말해! 참지 마시고, 알았지?”

“콧줄을 다시 끼자고 할까 봐, 내가 얼마나 섬뜩한 지 넌 모를 거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새벽 3시 반부터 엄마의 몸을 수건으로 닦아드리고, 로션을 발라 주면서 나눈 엄마와의 대화였다. 

정말 눈물나는 상황을, 엄마는 잘 참으신 게 대단하다고 생각됐다.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5시. 

엄마랑 처음으로 함께 유튜브를 보며 새벽예배를 드렸다. 

같이 아멘 아멘... 그러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 보다. 

오전 7시, 담당의사가 재활치료를 해주겠다면서 병실로 찾아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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