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팅달 Apr 22. 2022

엄마의 욕창예방 매트리스

장애인 보장구 급여 제품이 뭐예요?

“옆 침대 할머니 욕창 매트리스가 영~좋아요! 우리 어머니도 그거 사면 좋갔시오”

“얼마나 좋은데요?”

“공기가 아주 빵빵하게 들어가니, 두께가 아주 높단디... 자동으로 공기를 빼고 넣고 해 주니까, 누워서도 운동이 되단 말이오. 한 번 알아보오.”

“좋다면야 당연히 사야죠.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시겠어요?"

“칠 십줬대”

“엥??"


요양병원의 침대에 누워계신 엄마를 위해,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딱히 없다. 

콧줄 식사를 하시니 음식을 반입할 일이 없고,

몸을 움직이지 못하시니 돌아다닐 때 입으시라고 제철 옷을 사다 드릴 수도 없다.

다만 엄마의 정신적 안정을 위해 24시간 예배를 볼 수 있는 유튜브용 핸드폰과 거치대 정도가 그나마 효도인 것 같다.


그런데!

엄마의 욕창에 가장 필요한 보장구, 욕창 매트리스에 대해서.... 진짜! 전혀! 생각을 못했다. 

욕창예방 매트리스는 울퉁불퉁한 공기압력 층 때문에 피부가 바닥에 닿는 면을 적게 해서 욕창을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보조기구다. 

엄마가 요양병원에서 입원했을 당시, 십만 원 정도의 매트리스를 그냥 구입해드렸었는데. 

옆 침대 할머니가 쓰고 있는 제품이 훨씬 좋다고 하니... 

내가 왜 욕창 매트리스에 대해선 생각을 못했는가에 엄마에게 미안했다. 


욕창 매트리스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복지용구에 해당하니까. 

혹시나 혜택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찾아봤다. 

혜택은 90% 할인. 그러나 이 제품은 없고, 오히려 내가 작년에 샀던 그 제품은 있었다. 

(아까비.. 미리 알았으면 혜택 받을 수 있었는데...)


그냥 살까 하다가 제조사에 전화를 해봤더니 

어라. 칠십이 아니고 사십이었다. 휴 다행 중 다행.  

그런데 그 욕창예방 매트리스가 장애인 보장구 급여 제품이라고 했다. 

그게 뭐죠?



장애등급 있는 사람에게 보조기기별 기준금액 한도가 있는데 

욕창 매트리스의 경우에는 40만 원이란다. 


지원금액이 최대 40만 원이기 때문에... 

엄마가 원하는 매트리스는 40만 원이니까 

그럼 보호자는 90% 장애인 보조기기 급여를 받을 수 있으니 

10% 즉 4만 원만 내면 살 수 있는 것이다. 

우와!!

40만 원짜리 욕창 매트리스를 4만 원에 살 수 있다니.. 대박!!

(제발 회복되어서 이런 할인은 안 받고 싶다ㅜ)       


우선 제품을 현금으로 그 회사 계좌로 입금을 하고 구입을 했다. 

그다음 날 바로 현금영수증과 함께 제품이 배송이 되었고, 엄마는 너무 좋다고 하셨다.


"내 딸... 너 밖에 없다! 누워 있으니까 따뜻하고 푹신해..."


진작에 알았으면, 더 빨리 욕창을 예방해서 더 퍼지지 않았을 텐데... 


욕창예방 매트리스 지원 신청 시 구비서류

1. 재활의학과 담당의사의 “보장구 처방전” (자세보조용구. 의지보조기 등)
2. 수정 바이델 지수(MBI) 검사에서 53점 이하가 나온 확인서류 또는
    맨손 근력 검사(다리) 양쪽이 각각 0-2등급 확인서류
3. 전자세금계산서 또는 카드전표(현금영수증)
4. 바코드가 부착된 보조기기 사진
5. 신분증


환급받는 절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서 필요서류를 제출하면 된다고 했다. 

작년에 힘들게 이리 뛰고 저리 뛰어 

엄마의 장애인 등록을 해놨던 것이 이렇게 큰 효자노릇을 할 수가...


또 미리 알았더라면 쩝.

엄마에게 필요한 보장구들을 다 내돈 내산이었는데. 

하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 참 기쁘다. 




어제오늘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오전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했다.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고 관련 예산을 늘려달라는 시위였는데, 

과거 같았으면 남의 일처럼 지나갔겠지만, 엄마가 아프시고 나니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되었다.

출근길 민폐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그 시작은 당대표 빨간 완장을 낀 사람의 발언부터 시작된 것이 아닌가... 

제발 생각 좀 하고 말했으면 좋겠다.   

장애로 인해 세상 밖에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책임 있는 자리에 선 자가 그따구로 말을 한 것은 진짜... 그건 아니지!


엄마의 손가락 뼈마디까지 안 아픈 곳이 없는 그 고통과

엄마를 돌보고 있는 나의 막막한 지금의 현실이 

언제쯤 회복이 되고 웃을 수 있는 날이 올까?

그 답을 오늘 새벽예배 때 찾았다. 목사님께서 


"당신은 인생을 살 때 여행자입니까? 승객입니까?"


어떤 사람은 여행자의 모습으로 어떤 사람은 승객의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여행자는 즐기면서 인생의 목적지를 가지만, 승객은 즐기기보단 도착만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믿는 자로서 목적지는 천국. 

승객보단 여행자의 인생을 살면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씀을 믿고.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을 즐기면서 살라 했다. 


그래!! 웃자. 

기쁘게 살자. 희망을 가지자!

엄마도 아침마다 나에게 "딸, 오늘도 승리하세요!" 하시는데...

더 이상 처지지 말고 힘내자!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야...! 

 

 

 

  

 

 

이전 12화 엄마를 위한 이유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