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팅달 Oct 26. 2022

엄마를 위한 이유식

"엄마, 지금 열무김치가 먹고 싶다는 거지?"

"응. 옆에 할머니가 씹는데, 군침 돌드라. 4등분을 해서 잘게 잘라와."

"씹을 수는 있것어?“

"힘들면 하지 말고. 너 귀찮잖아."


엄마가 갑자기 내가 만든 열무김치가 먹고 싶다고 하셨다.

윽... 얼마 전에 배추물김치를 담아서 가져다드렸는데,

또 열무김치를?? 후우... 언제 만드나~

힘들지만 그래도... 해야지... 엄마가 드시고 싶다는데!!

반찬가게에서 구입한 김치는 너무 맵고 짜서 엄마가 드시면 기침이 나온다고 하신다. 그러니 내가 만들 수 밖에.


요즘은 엄마가 콧줄을 빼셨으니, 먹고 싶은 게 많으신가 보다.

소화가 잘 되게 하기 위해 배사과쥬스와 바나나키위주스를,

또 생야채가 드시고 싶다고 하시니까 당근오이사과, 파프리카주스를,

시원한 국물이 없으면 죽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하시니 배추물김치를,

옥수수, 밤, 고구마, 홍시가 드시고 싶다 하시니 제철간식을

이유식처럼 갈아서 일주일에 2-3번씩 병원에 가져다 드리고 있다.

비록 면회는 못하지만(정해진 날이 따로 있다) 엄마가 식사를  잘 드시니 기쁜마음으로 하고 있는데...


그런데ㅠ

좀. 지친다.


엄마를 위해 해 줄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 내가 지치면 안되는데... 왜이렇게 내 몸이 안따라주는지 모르겠다.

지금 가져다드리고 있는 것도 정신없는데,

이 상황에서 갑자기 열무김치가 드시고 싶다시니...

열무와 얼갈이를 사다가 다듬다가

갑자기 눈물이 왈칵 터졌다.

열심히 만든 물김치^^ 엄마가 맛있다고 엄청 좋아하신다


엄마는 내가 처음 열무김치를 담아서 드렸던 그때가 너무 맛있었다는 기억이 남아 있으신가보다. 딸이 이제 다 컸다고, 엄마는 행복하다고 얼마나 칭찬을 하시던지... 옆에서 아빠는 허허허 하고 웃으시며 식사를 하셨고, 난 옆에서 조잘조잘 두 분에게 재미있는 얘기를 해드렸었다.

근데 왜 하필 지금~ 그 장면이 내 눈앞에 툭 튀어나오냐고 ㅠ

셋이 웃었던 그 날이 왜케 꿈같은 지 모르겠다.

그립기도 하고, 지금 상황이 답답하기도 하고~ 그래서 흐르는 눈물이었다.  


여하튼, 고춧가루 넣지 않은 열무물김치를 저녁내내 만들어 하루를 익힌 뒤에. 엄마드셔보라고 잘게 썰어서 급하게 가져다드렸는데...  

잉?

갑자기 엄마가 먹고싶지 않다고 하셨다.  

아니 왜?

후우..... 지친다 핑계대지 말아야 하는데....

왜케 억울하지?




부모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꽃교가 젖을떼고 이유식을 먹게될때

아무리 힘들어도 이유식 만드는 건 참 기뻤다.

장을 보고, 믹서기에 갈고, 죽을 끓이는 등의 일이 정말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엄마의 식사를 만들면서 왜 억울하다고 징징댈까?

이런 내 모습이 참 못났다.

 

 

이전 11화 욕창이 나았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