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여자다
새삼스럽게...
내가 진짜로 어른이 된 것 같다.
그리고...
겉모습도 아줌마가 다 됐다.
좀 있으면 말로만 듣던 갱년기도 올 때가 된다.
으... 싫다...
엄마는 무남독녀인 나를 43살에 낳으셨다.
늦게 결혼도 하셨고, 힘들게 얻은 딸이기 때문에 애지중지 키우셨다.
그렇지만 젊은 엄마가 아니셨기 때문에
약간의 세대차이? 소통이 잘 안 됨? 그런 이유로
같은 여자라기 보다는 인생의 선배, 훌륭한 어머니상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빠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아빠가 모아놓은 엄마와의 러브레터 그리고 나의 태교일기를 읽게 됐고,
아빠도 남자. 엄마도 한 명의 여자였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됐다.
엄마는 손을 저었다.
정말로. 내 인생에 처음 듣는 얘기였다. 흥미진진했다.
예상밖의 엄마의 대답에 깜짝 놀랐다.
맞다.
울 엄마는 조선말- 일제강점기 때 사람이었다.
그래... 그때는 그랬겠지.
으하하하.
엄마도 여자 맞다!
내가 잘생기고 키 큰 남자 좋아하는 건
꽃교가 남자친구 인물 따지는 건
이게... 다 엄마의 유전자 때문이었다.
갑자기
왠 엄마의 연애얘기냐고?
영화 <암살> 중에 전지현과 하정우 만나는 씬을 보다가 나온 질문과 답이었다.
엄마의 무료한 시간을
함께 영화를 보면서 대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암살> 영화가 일제강점기 때라...
엄마도 잘 아는 시대라서... 재밌게 집중해서 보셨다.
엄마와의 이 소중한 대화가
어쩌면
하나님이 우리 모녀에게 주신 귀한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엄마에게 천국 가자!!!라는 말을
이젠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됐다.
엄마 역시 나도 천국 가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니까...
하나님이 엄마를 언제 어떻게 데리고 가실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나
가장 좋은 때. 가장 알맞은 때에
생명을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이 하실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