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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 Jun 05. 2023

뮤지션, 스타, 선수


 그림 일 때문에 집에 온 지 삼 주 째다.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첫 주는 장염으로 끙끙댔고 둘째 주는 생각 없이 아무렇게나 늘어졌다. 마감의 압박이 혈관에 녹아있기에 매일 책상 앞에 앉기는 했다. 앉기만 했다. 맥주를 마시다 인터넷 뒤지다 멍하니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면서 그림을 그렸다. 오늘은 꼭 일을 하자고 결심하고는 책상 모퉁이에 쌓인 내 드로잉 북을 펼쳤다. 오래전에 운 좋게 싼 값에 구입한 드로잉 북이다. 좋은 재질의 종이다. 펼치고 몇 장을 끄적였다. 재미있었다. 재미가 있으니 몇 장 더 그렸다. 아침부터 해 떨어질 때까지 힘든 줄 모르고 그렸다. 그러기를 며칠 반복 했다. 그중 몇 장은 더 발전시키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런 그림으로 뭘 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생각나는 것은 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오래된 사람이다. 낡은 사람도 할 말은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얘기가 뭘까를 계속 생각한다. 어느 정도 틀은 잡히고 있다. 단지 그것을 작업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문제다. 시간과 노력과 애정이 필요한 일이다. 돈은 되지 않을 게 뻔한 일이다.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일에 많은 시간과 많은 힘과 약간의 돈을 들여야 한다. 그런 게 좋나?


사람을 그리는 게 어렵더니 갑자기 쉽게 풀렸다. 몇 장을 계속 그리는데 감이 온다. 그런 때가 있지. 어떤 '감'이 오는 날.


다행히 그 감을 흘리지 않고 잡았다. 그런 그림 중 한 장. <뮤지션, 스타, 선수>라고 파일 제목을 붙였다.

짧거나 긴 글을 붙여서 책으로 묶고 싶다.


2015.9월에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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