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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계절 Apr 09. 2023

오늘은 연어덮밥

나를 위한 특별한 한 끼는 연어덮밥입니다.

손그림/손글씨


오랜만에 미세먼지도 없고 날이 좋아 마트 나들이를 다녀왔다. 소담하게 핀 꽃을 구경하며 걸어가다 상념에 잠겼다. 타인의 손과 발을 빌려 장을 보는 마트 배송에 익숙해져 마지막 방문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되는 시간이다. 마트 수레를 돌돌 끌며 천천히 돌아보다 두툼하고 질 좋아 보이는 생연어 필렛을 발견했다. 어떤 음식을 만들까 곰곰이 생각하다 어쩐지 두툼하게 썬 연어를 입안 가득 넣고 우물거리고 싶어지는 날이라 연어덮밥을 만들 요량으로 집어 들었다.


가장 먼저 생수에 연어를 살짝 씻어준다. 물기를 꼼꼼히 닦고 용기에 굵은소금을 연어 면적만큼 깔아준다. 연어를 올리고 전체 면적을 소금으로 살포시 덮어준다. 뚜껑을 덮고 냉장고에서 15-20분 숙성해 준다. 시간이 흐르면 소금을 제거하고 생수로 다시 표면을 살짝 씻어주고 물기를 꼼꼼히 닦아주면 소금 숙성(しおじめ)한 연어 완성. 다음으로는 생양파를 얇게 잘라 찬물에 담가 매운맛을 빼주고 쯔유와 다시마 우린 물을 1:1.5 비율로 섞어 소스를 만들어준다. 밥을 푸고 그 위로 소스를 골고루 부어준다. 매운기를 뺀 생양파를 슬슬 펴 올린 다음 두툼하게 썬 연어를 차곡차곡 올려준다. 취향껏 고추냉이를 곁들여주면 연어덮밥 완성. 구비해 둔 무순이 없어 섭섭해진 하루.


달짝지근한 소스를 듬뿍 머금은 밥을 한술 가득 떠 쫀득하고 두툼한 연어를 살포시 안착시킨다. 알싸한 고추냉이로 밸런스를 맞춰 주고 입이 터질 만큼 한 입 가득 욱여넣어준다. 함께 씹을 때 팍 터지는 기름이 입 안 전체를 감싸 오는 순간. 행복이 이렇게 가까워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내게 행복은 참 쉬운 것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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