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인 Jul 16. 2018

왜 모든 게임의 메인타깃은 항상 2030 남성들일까?

타깃팅에 대한 풀리지 않는 고민

왜 모든 게임은 2030 남성 타깃만 바라보고 있을까?


마케터는 모바일 게임 마케팅을 준비하거나 광고를 집행하기 전 자신이 마케팅하려는 게임의 타깃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목표하는 타깃이 제대로 정의되어야만 한정된 예산으로 보다 많은 사람을 유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개발하는 기획자들 또한 게임을 만들 때 기획 단계부터 타깃을 고려하여 개발에 들어간다. 개발자들 또한 혼자 즐기기 위한 게임이 아닌 이상 게임을 만들기 전 목표하는 타깃을 설정하고, 타깃들이 좋아할 만한 그래픽과 스토리 그리고 시스템을 고민하며 게임을 만들고, 다듬어간다. 문제는 대부분의 마케터와 기획자들이 원하는 타깃들이 중복된다는 데 있다.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도, 그 게임을 마케팅하는 사람들도 결국 게임의 성공을 위해서는 높은 매출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면 대부분 타깃을 선정할 때 게임을 가장 많이 즐기면서도 구매력까지 갖춘 2030 남성들을 목표로 하게 된다. 지금껏 여러 게임의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개발사로부터 받은 대부분의 게임 소개서의 메인 타깃란에는 여성 및 10대를 타깃으로 한 아주 특별한 장르의 게임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2030 남성이 메인 타깃이라 적혀 있었다. 2030남성 타깃을 기본으로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면 퀘스트형 RPG를 좋아하느냐, 수집형 RPG를 좋아하느냐, 핵 앤 슬래시류의 액션성 강한 RPG를 좋아하느냐 등의 장르에 대한 변수를 살짝 추가하는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나마 직접적으로 다양한 매체에 광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타깃에 대해 보다 깊이 있고, 구체적인고민을 하게 된다. 광고를 집행할 경우 좀 더 타깃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어 비슷한 장르의 게임에 접속한 경험이 있는 유저들의 데이터를 추출하거나 그중에서도 구매력이 높은 유저들을 선별하는 등 촘촘한 그물을 만들어 조금이라도 높은 효율성을 추구한다.

남성 유저 비율이 높은 RPG 게임의 특성상 걸그룹 모델을 선택한 이엔피 게임즈의 <반지>

현재 시장에 출시하는 모바일 게임들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이 RPG다. 따라서 2030 남성 그리고 RPG를 경험해본 유저들은 마케터들의 단골타깃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 보이는 모바일 게임의 크리에이티브 또한 2030 남성들의 취향에 맞춰 비슷비슷하게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단순히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최근 출시하는 모바일 게임들의 광고를 보면 한동안 잠잠했던 걸그룹을 활용한 광고들이 다시금 부활하여 여기저기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고,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인기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앱 아이콘만 보아도 증명사진 같은 여자 캐릭터들의 얼굴로 도배가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게임 유저들의 타깃팅은 2030 남성만이 진리일까? 재미있는 것은 몇 년 전, 처음 게임 마케팅을 시작할 무렵에도 당

시에 담당했던 대부분의 게임 타깃이 2030 남성들이었다는 것이다. 그 후 10여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2030 남성을 메인 타깃이라며 마케팅을 하고 있다.


정말 2030 남성만이 불변의 진리일까?


수년간 다양한 게임들을 마케팅하며 마케터로서 늘 의문을 품고, 가장 많은 고민을 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타깃팅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광고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타깃에 대한 좌표만 정확하게 찍으면 그 어느 때보다 정밀한 공략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이제 ‘어떻게 타깃에게 도달할까’라는 고민보다는 ‘어떤 타깃을 선정해야 하는 할까’라는 고민이 오히려 더 커지게 되었다. 애드테크의 시대, 이제 타깃팅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2030 남성 타깃이 모바일 게임 마케팅에서 여전히 가장 크고 중요한 타깃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현재 서비스 중인 다양한 게임들의 인구 및 성비를 분석한 데이터를 보아도 게임마다 차이는 있지만 2030 남성 타깃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마케터들은 막연한 생각으로 설정한 2030 남성을 넘어서는 보다 정교하고, 새로운 개념의 타깃팅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길을 답습하기만 해서는 결국 비슷비슷한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케터가 가져야 할 타깃에 대한 몇 가지 생각들을 정리해보았다.


1. 데이터를 근거로, 데이터를 의심하라!


마케터는 이제 타깃팅을 함에 있어 보다 정교하고, 디테일하면서도 목적지향적으로 변해야 한다. 그동안의 단순한 감이나 경험에서 나온 무조건적인 고정 관념 또는 마케터 특유의 고집을 버려야 한다. 이제 철저한 데이터를 근거로 나름의 인사이트를 도출하여 전략적인 타깃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깃을 정의하되 데이터 뒤에 숨어 보이지 않는 타깃들을 찾아내고 유추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데이터에 찍힌 50대 이상이 실제 50대 이상인지 아니면 부모님의 폰을 빌려서 하는 10대들인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반대로 10대들이 주로 즐기는 게임에 의외로 3040 여성들이 많이 분포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부모들의 경우 자녀들이 하는 게임을 보고 함께 놀아주다 어느새 그 게임을 즐기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데이터 뒤에 있는 숨어 있는 데이터를 분석해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2. 세월의 흐름을 과감하게 인정하라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마케터는 늘 깨어 있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만 남들보다 크리에이티브한 생각과 마케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깃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늘 열린 마음으로 변화하고 있는 게임 시장을 바라보고, 의심해야 한다. 예를 들면, 10년 전 게임을 즐기던 2030 남성은 이미 3040 또는 4050이 되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 또한 머릿 속 깊이 박혀 있는 RPG는 무조건 2030 남성이라는 고정 관념도 과감히 깨뜨려야 한다. 실제로 이동 중 지하철에서 RPG를 즐기는 50, 60대의 어르신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나아가 RPG를 좋아하는 유저들도 저마다 선호하는 재미와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세분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새롭게 성장한 10대 타깃들의 특성과 여전히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변화된 2030 남성들의 특징과 규모를 이해하고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3. 타깃에 대한 고정 관념을 탈피하라!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기는 RPG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에서도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 실제로 게임을 즐기는 타깃들은 마케터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더 복잡하고,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예전 PC 온라인 게임 시절 대표적인 총싸움 게임인 <서든어택>의 경우 남자들만 즐기는 게임이라는 생각과 다르게 데이터를 보면 30% 정도가 여성 유저였고 <음양사> 론칭 초반에는 드물게도 남녀 성비가 50:50이었다. 즉, 여성 유저가 적을 것이라고 여기던 RPG나 FPS 게임들도 최근에는 생각보다 많은 수의 여성들이 즐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아기자기한 SNG나 캐주얼한 팡류 게임들을 즐기는 여성 유저의 비중이 많은 편이긴 하지만, 그외의 모든 장르에서는 이미 다양한 연령층과 성비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찾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직업군에 대한 편견도 모두 갖다 버려야한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사람 중에 전문직, 대학교수, 고위 공무원 등 얼마든지 다양한 직업군이 분포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서 마케팅을 해야한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수가 천만이 넘어가는 지금 게임 시장에서는 얼마든지 다양한 직업군과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유로 게임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타깃에 대한 실수와 오차를 줄이려면 타깃팅 시 무엇보다 데이터를 확인 할 줄 알아야 한다. 타깃을 판단할 때 익숙한 자신만의 경험과 감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논리적인 유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존에 갖고 있던 장르와 게임에 대한 고정 관념을 버리고 항상 변화하는 시장에 대한 이해와 현재 시장에 나온 게임들의 데이터를 읽어가며 타깃들의 생각과 요구,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한다. 참고로 최근 정교화된 타깃팅 기술의 대표적인 매체 중 하나인 페이스북 광고의 경우 성별, 연령 등 인구통계학적 타깃팅에 외에도 관심사 및 유사 타깃팅이라는 것이 있다. 이제 마케터도 타깃팅을 할 때 단순히 연령 및 성별이 아니라 관심, 취향 또는 코드 중심의 새로운 타깃팅 그룹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물론 RPG를 좋아하는 2030 남성이라는 좌표를 갖고도 어느 정도 원하는 공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들보다 효과적인 공략을 위해서는 타깃팅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 한다.


끝으로 타깃팅에 대한 고민은 크리에이티브를 제작할 때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나아가 페이스북, 구글 등의 매체 집행을 위해서도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 마케터뿐만 아니라 개발자들 또한 성공 가능성을 막연히 2030남성 타깃 영역 내에서만 찾지 말고, 그중에서도 보다 구체적으로 게임성에 따른 타깃을 선정하거나 아직까지 경쟁 게임들이 확실하게 공략하지 못하고 있는 다양한 틈새 시장을 노리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한다. 사실 요즘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기는 방법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화는 나처럼 게으른 마케터가 쫓아가기에는 너무도 빠르고,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마케터가 직접 그들과 같은 게이머가 되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주위의 열혈 게이머들과 다양한 대화를 통해서나 웹진 및 리뷰 게시판의 글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