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 게임의 마케팅 시 꼭 팔요한 고민들
속편 게임을 마케팅할 때 가장 고민스러운 것 중 하나가 ‘전작을 이미 경험한 사람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야 그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계속하여 얻어낼 수 있을까?’이다. 무조건 전작과의 차이점만 강조하면 ‘그게 무슨 속편이냐? 완전히 다른 게임 아니냐?’라는 불만의 소리가 나올 것이고, 전작과의 같은 점만 강조하면 ‘도대체 달라진 게 뭐냐? 그래픽만 좋아졌냐?’라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작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게임을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기존의 매니아층에서 소외되지 않고, 관심을 가질까 하는 복잡한 고민에 마케터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속편 게임의 마케팅이 어려워서인지, 게임의 완성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애니팡> 시리즈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기 모바일 게임들의 속편들이 전작 이상의 성공을 거두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때로는 전작에 비해 비교조차 불가할 정도로 처참한 결과를 맛보았던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속편 마케팅을 고민하면서 조금이라도 성공적으로 속편 게임의 마케팅을 속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몇 가지 정리해보았다.
속편 게임의 마케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작 게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속편 게임과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꼼꼼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전작에서 인기 있던 콘텐츠와 특징은 무엇이고, 속편에서 새롭게 달라진 게임성과특징은 무엇인지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전작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전작에서 유저들이 가장 열광하던 콘텐츠와 재미는 무엇인지, 가장 많은 불만을 갖고 개선을 요청했던 이슈는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또한 전작 게임이 현재 서비스 중 일 경우 이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속편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도 미리 미리해 두어야 한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하는 것은 전작 게임을 전혀 들어 본 적이 없거나, 한 번도 직접 해보지 않은 유저들의 마음을 챙기는 것이다. 자칫하면 오직 전작을 경험한 사람들만을 위한 게임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별도의 커뮤니케이션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가령 게임성에 대한 소구와 함께 전작이 보여 줬던 성과와 업적들을 임팩트 있게 전달하여 ‘도대체 무슨 게임이길래 속편까지 나왔지?’하는 궁금증을 유도하는 것이다.
끝으로 게임에 따라,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때로는 전작과의 개연성을 흥미롭고 설득력 있는 스토리로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그러한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크리에이티브에 녹여내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앞서 유명 IP 게임을 다루는 부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속편의 경우 단순히 기존 게임의 이름 뒤에 ‘2’를 붙이기보다는 영화에서 많이 하는 것처럼 서브 타이틀을 통해 스토리와 함께 속편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보여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속편을 다룰 때는 여러 관점에서 마케팅 컨셉을 수립할 때나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적절한 컨셉과 메시지로 기존 유저들에게 기대 이상의 기대감을 심어 주고, 오랜 시간 잃어버렸던 관심을 다시 한번 뜨겁게 만들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제는 다양한 마케팅 툴과 데이터 마이닝 기술의 발달로 전작을 즐겼던 사람들을 귀신같이 찾아내어 원하는 메시지와 크리에이티브를 선택해서 쏙쏙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수년 동안 수백억의 개발비가 투입된 <서든어택 2>의 서비스 조기 중단에서 볼 수 있듯이 속편 게임의 성공은 이런저런 이유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계에서 실패한 속편을 가리켜 ‘형만 한 아우 없다’라는 평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닌듯하다. 참고로 속편 게임의 성공을 위해서는 전작 이상의 재미와 완성도를 갖춰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끝으로 속편 게임의 마케팅이라 해서 아무런 전략 없이 ‘더 ㅇㅇ하게’, ‘전작을 뛰어넘는’, ‘완전히 다른’ 등의 누구나 예상 가능한 컨셉과 메시지로 이슈를 만들고 게임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마케터로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부록
사실 속편 게임의 마케팅을 담당한다는 것이 흔한 경우는 아니다. 속편 게임 자체가 기존 게임이 시장에서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을 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속편 게임은 전작을 기반으로 한 브랜딩과 어느
정도의 매니아층을 확보한 상태에서 마케팅을 준비하게 된다. 그래서 어찌 보면 신작 게임을 출시하는 것보다 마케팅이 훨씬 더 쉬울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다른 게임의 마케팅보다 몇 배는 고민스럽고 어려운 것이 속편 게임의 마케팅이다. 속편 게임의 경우 잘 돼야 본전이고, 안 되면 결국 마케팅 때문이라는 말을 듣기 가장 쉽기 때문이다. 게임 회사에 입사 후 마케터로서 처음으로 메인을 담당했던 프로젝트가 당시 국내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FPS 중 하나였던 <스페셜포스>의 속편인 <스페셜포스2>였다. 당시에는 초보 마케터로 게임 마케팅에 대한 경험도 전무했고, 게임에 거는 사람들의 기대치가 어마무시하게 높았기 때문에 매일 밤낮으로 엄청난 고민과 고생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속편 게임은 커녕 신작 게임조차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또한 당시 넥슨으로 갑작스레 넘어간 <서든어택>의 여파로 넷마블은 위기에 처했고, 회사에서는 반드시 <스페셜포스2>를 <서든어택>의 대항마로 키워야 한다는 미션이 떨어졌던 상황이어서 마케터로서의 부담과 책임이 더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스페셜포스2>는 전작인 <스페셜포스>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의 높은 그래픽 퀄리티와 타격감 그리고 속도감 있는 게임성을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마케터로서 생각한 나름의 마케팅 전략은 기존 전작의 유저들에게는 전작과의 차이점을 임팩트 있게 소구하고, 전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대작 포지셔닝으로 한번 정도 관심을 갖고 해보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아가 이미 넥슨의 <서든어택>으로 넘어간 유저들에게는 넥슨의 ‘신속히 이동하라’라는 당시 캠페인에 맞서 ‘스페셜포스2 갈아타는 곳’이라는 살짝 우회적이면서도 궁금증을 유도할 수 있는 전략을 병행하여 진행하였다. 그때 메인으로 내세웠던 크리에이티브가 <스페셜포스2>와 지하철 2호선을 활용한 크리에이티브였다.
기존 게임과 차별화된 소재로 이슈화를 유도하는 한편 기존 <서든어택>의 대두 모드와 초딩 게임이라는 정통 FPS 유저들의 불만을 공개적으로 이슈화시켜보다 높은 연령대의 정통 FPS 유저들까지 공략을 시도하였다. 결과는 생각했던것보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원했던 기대에는 많이 미치지 못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TFT도 유야무야 해체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처음 맡는게임인지라 나름 무모하면서도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말 그대로 열심히는 했던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