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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MAY Oct 28. 2017

퇴사 후 맑음

떠나기 전의 이야기(2) - 24시간의 주인공이 되다.



“앞만 보며 가는 것도 좋지만,

저는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고,

가끔은 멈춰서 발 밑도 살피며 살고 싶어요.”


“지금 네 나이는 앞만 보며 달릴 때란다.”


처음 퇴사 의사를 밝히던 날. ‘무리하지 않는 삶’을 바란다고 했더니, ‘무리하는 삶’이 맞다 한다. 가치관이 다를 뿐 한쪽의 생각을 폄하할 수는 없다. 나 또한 그분의 가치관을 존중한다. 다만 나는 ‘무리하지 않는 삶’을 택했을 뿐. 마음을 끄는 여행지에서 몇 달이고 머물다 더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미련 없이 작별할 수 있는, 혹여 떠나는 날 미련이 차오르면 구태여 그것을 숨기지 않는, ‘내 마음에 무리하지 않는 삶’을 원했다.


그래도 모두가 무리하는 세상에서 무리하지 않는 길을 택하기란 상당히 겁이 나는 일이다. 퇴사를 앞둔 나는 일단 나와 같은 사람을 찾아, “후회하지 않아요”라는 말을 듣고자 했다.


검색어는 ‘퇴사 후 후회’, ‘퇴사 후 생각’… 

찌질하기도 해라.

누군가의 후회 가득한 말에 “아…” 하다가, 

다른 누군가의 후회 없다는 말에 “아…!” 하곤 했다.




퇴사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즐거운 이별이 어디 있으랴.

머리도 맘도, 이제 정말 헤어지는 게 좋겠다 싶던 연인도,

헤어지는 날이면 그의 좋은 점 하나가 끝끝내 마음에 걸려,

눈물 한 바가지를 쏟아내게 만드는 법.

연인의 뒤늦은 “내가 잘할게…” 한마디가 더해진다면 더더욱.


모든 이별은 쓰리다.


하지만, 머리도 마음도 헤어지는 게 낫다고 판단한 연인이라면

사실 헤어지는 것이 맞다.

그 사실은 순간의 눈물이 멎고 나면 여실히 느끼게 된다.


그랬다. 

내가 겪은 퇴사 후 날씨는 항상 ‘맑음’이었다.

나는 좋아하는 책을 하루 종일 읽어도 되고, 나의 아침과 밤을 선택해도 됐다.

쓸데없는 잡념에 하루를 모조리 써버려도, 뭐라 할 이 하나 없다.

단 모든 선택의 책임은 오로지 나의 몫이 될 터.


하지만 그 끝이 쓰다 한들 후회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차오를 때쯤

나는 편하게,

아주 편하게,

시계 초침 소리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나는 24시간의 주인공이 되었다.







YOUTUBE <여행자may> : https://www.youtube.com/여행자m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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