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챠 Sep 24. 2023

아이를 가지고 나서

산책을 나가 바람 쐬던 길. 아이를 가지고부터 이 산책길에 작은 변화가 있다면 휘적 휘적 거침없이 걷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히지 않도록 신경쓰고 자전거가 달려오면 먼저 앞서서 피한다.


지켜야 할 사람이 있다는 건 한 번 방어적인 태세를 취하는 것이고, 세상을 조심스럽게 대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배우자도 있고 젊고 건강하지만 내가 가진 조건이 없다면 세상에 대해 더 수세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억척스럽기로 유명한 생선 가게 아주머니들이나 까탈스러움의 대명사인 노처녀 같은, 어쩌면 편견이지만 또 현실을 반영하는 표현들은 제나름 자신의 세상에서 자신의 논리대로 세상을 대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 표현에 편견이 덧대어진다고 해도 진실이 담겨 있기도 한 것 역시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는 일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우리의 품성은 바깥과 만나 적응하고, 자신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기 마련이니까.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언제나 나만큼 유리한 조건을 타고 나지는 않았음을 유념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임신과 출산과 남녀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