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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Jan 14. 2021

엄마는 반짝반짝

흰 머리카락이 많아졌다. 미용실에서는 흰 머리카락을 계속 뽑으면 나중엔 그 모공에서 아예 머리카락이 나올 수 없다고 했지만, 보이면 뽑을 수밖에 없다. 아직 염색을 할 정도는 아니라서 애매한 상태.


어느 날, 집중서 흰 머리카락을 뽑고 있는데 아이가 옆에 왔다. 유심히 보더니,


엄마 머리엔 반짝이가 있어요.
엄마는 반짝반짝해.



족집게를 쥔 채로 아이를 바라봤다. 생각하지도 못한 아이의 말에 감동받았다. 이렇게 온전한 사랑을 받아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항상 예쁘게 봐주는 딸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아이와 놀아주려고 뽑아둔 흰 머리카락을 모았다. 그랬더니, 보물이라며 자기한테 달라는 딸. 조그만 상자에 흰 머리카락을 넣더니, 보물이 생겼다며 좋아하는 모습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배넷 머리도 아니고, 흰 머리카락을 보관하게 됐다. 잊으면 버리려고 하는데, 보물(?)이 잘 있는지 자꾸 확인하는 통에 당분간 버리지 못할 것 같다.


얼마 전, 많은 눈이 내렸다.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터라,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면서 눈을 맞았다. 어린이집 앞에서 눈을 털고 아이를 기다렸다.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엄마, 반짝반짝해.
별빛 같아요!


라고 외쳤다. 미처 털지 못한 눈이 머리와 옷에 남아 있었는데 조명을 받아 반짝였나 보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아이가 친구들에게 자기 엄마가 제일 예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좋겠다고 하셨다. 늦은 나이에 결혼해서 낳은 아이라서, 할머니 같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예쁘게 봐주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민망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집에 오는 내내 <작은 별> 노래를 부르며 신나 한 아이. 눈과 함께 놀고 싶다고 해서 집에 짐을 나고 다시 나왔다. 엄마한테 붙어있는 반짝이는 것이 뭐냐고 묻길래, 눈이라고 하자, 더 반짝이게 해 준다며, 내게 눈을 던지기 시작했다. 응?? 결국, 둘이서 한참 눈싸움을 했다.


집에 들어가기 전, 눈을 털고 있는데 딸이 말했다.


나도 엄마처럼 반짝반짝해?



"그럼! 엄마딸이 최고로 반짝반짝해!!!"라고 말해주면서 꼭 안아줬다. 집에 들어와서 함께 뜨거운 물에 샤워한 후, 핫초코를 마시며 몸을 녹였다. 힘든 나날이지만 아이 덕에 웃고 아이 덕에 행복하다. 아이가 큰 후에도 친하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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