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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Jan 18. 2021

아빠 걱정인지, 침대 걱정인지

평일 야근이 많은 남편은, 주말에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이가 서운해하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어린이집 등원은 꼭 남편에게 맡긴다. 그것이라도 해야 아이와의 유대 관계를 이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남편이 이른 아침에 들어왔다. 금요일 퇴근을 토요일 아침에 한 거다. 주말에는 늦어도 오전 11시에 깨워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데 그날은 그대로 자게 뒀다. 푹 자라고 아이와 내가 자는 침대를 내주고 방문을 닫았다.


아이와 점심까지 먹고 놀고 있는데, 오후 3시경에 아이가 혼잣말을 했다.


우리 침대가 망가질 때가 됐어.


엄마랑 둘이 자는 소중한 침대에 100kg가 넘는 아빠가 자고 있으니, 진짜 침대가 망가질까 걱정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빠랑 놀고 싶은데 아빠가 일어나지 않아 서운한 감정을 그렇게 표현한 게 아닐까. 평소와 달리, 엄마가 깨우지도 않으니 이상했나 보다. 최대한 기다린 아이의 마음이 엿보여 남편을 깨웠다. 그제야 아빠를 깨워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침대 위에 올라가, 아빠 옆에서 방방 뛰는 아이.


과연 누구 때문에 침대가 망가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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