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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Jan 20. 2021

예뻐지려면 화장을?

발음이 부정확하던  세 살, 아이가 내게 새로운 노래를 불러줬다. 그때는 이렇게 들었다.


엄마는 똑똑해 ♪

아빠는 다정해(?) 

꾹꾹이는 행복해


당시 아빠 이야기가 정확하게 들리진 않았다. 그런데 발음이 조금 정확해진 살 무렵, 아이는 다시 이 노래를 불러줬다. 다시 들어보니, '다정해'가 아니라, '화장해'였다. 응?? 엄마도 하지 않는 화장을 왜 아빠한테 하라는 거지? 딸에게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다.


아빠는 안 예쁘니까 화장해야 해요.



화장 안 해도 예쁠 수 있고, 화장했다고 다 예쁜 것은 아니라며, 내가 생각하는 화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엄마도 특별한 일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아이는 나보고 거짓말쟁이라고 했다. 응?? 이건 또 무슨 소리? 어리둥절해하는 내게, 아이가 말했다.


엄마는 화장해서 예쁜 거잖아요.



순간 멍했다.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완전 쌩얼에 아무 거나 입고 다녀도, 아이의 눈에는 엄마가 최고로 예쁜 건가 보다. 예쁘단 소리를 너무 오랜만에 들어서 어색할 정도였다. 화장한 것 아니라며 얼굴 만져보게 한 후에, 예쁘다고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나는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만 화장하는 편이다. 면접을 보거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 그나마 자주 했던 화장은 네일이었다. 손이 못생겨서 손톱을 길러 여러 색으로 꾸미면 조금 나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신과 동시에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하던 액세서리는 귀걸이였다. 하지만 아이를 낳은 후에는 아예 하지 못한다. 결혼식 가느라고 오랜만에 귀걸이를 한 적이 있는데 아가가 잡아 댕겨서 (과장해서) 귀가 찢어질 뻔했기 때문이다. 달랑거리는 귀걸이 좋아했는데 아쉽다.


생각난 김에 매니큐어와 귀걸이 정리를 좀 해야겠다. 게으른 내가 정리하도록 하다니. 대단하다,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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