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양이상자 Jan 28. 2021

연상연하 부부의 호칭 정리

우리 부부는 연상연하다. 몇 년 정도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내다가 사귀게 됐고, 결혼까지 하게 됐다. 초반에는 남편만 내게 존대를 하다가 서로 말을 편히 하게 됐지만, 남편은 나를 누나라고 불렀고, 나는 남편의 이름을 불렀다. 여자가 오빠랑 사귀면 계속 오빠인데, 남자가 누나랑 사귀면 이름을 부르거나 "너"라고 부르는 경우가 싫었기 때문에, 나는 연하가 사귀자고 할 때면 항상 그렇게 말했다. 그게 싫다고 하면 사귀지 않았다. 사귀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서로 애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더 많아지긴 했지만, 기본적인 호칭은 계속 그랬다.


그런데 결혼을 준비하면서 호칭 정리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큰 맘먹고, 어른들 앞에서는 내 이름을 부르라고 했다. 남편이 처음 내 이름을 부를 때, 그냥 괜히 여러 번 불렀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만하라고 눈으로 욕해도 그저 그렇게 계속 불러댔다. 시어머님이 왜 그렇게 불러대냐고 할 정도로.


아무튼, 어른들 앞에서 애칭을 부르기도 그렇고, 평소에도 결혼한 사이에 남편을 "오빠"("누나"라고 부르는 건 못 봐서)라고 부르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둘 다 "여보"라고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습관이 된 호칭이 있어서 고치기 어렵더라. 그래서 생각 없이 말하다 보면, 남편을 "너"라고 칭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느 날, 남편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 딸이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요?



앗!! 아이에게 쓰는 "너"라는 호칭을 남편에게도 쓰니, 아이가 헷갈렸나 보다. 정신이 번쩍 들었고, 아이에게도 남편에게도 미안했다. 그렇게 고치려고 해도 안 되던 호칭이, 그날 이후로 싹 정리됐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아이 덕분에 우리 부부가 어른으로 자라는 게 느껴진다.


그런데 다른 문제점이 생겼다. 남편과 내가 서로 "여보"라고 부르니, 아이도 아빠와 엄마를 가끔 "여보"라고 부른다는 거다. 그럴 때마다 고쳐주고 있기는 한데, 엄마 아빠 따라 하는 아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아이 앞에서는 항상 말조심, 행동조심!! 명심, 또 명심!!

이전 05화 공룡 vs 공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