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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Oct 22. 2023

5-4. 힘들거나 슬픈 일

5. 너와 나의 미래

너는 아가 때부터 한 번 만난 사람도 오래 기억해.

‘누구랑 언제 여기 왔지’라는 말을 할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해.

나도 잊고 있던 경우가 많거든.

그때 뭘 입고 있었는지 뭘 먹었는지도 기억하는 너는

참 세심한 아이야.


그만큼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헤어질 때 많이 슬퍼하곤 하기도 하지.


코로나 시대를 보내면서,

학교 폭력이 만연한 것을 보면서,

홈스쿨링을 고려했었어.

그런데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너이기에

내 소신을 접었어.

내 소신을 너에게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


너는 앞으로 많은 사람을 만날 거고,

많은 사람과 이별할 거야.

함께 나눈 순간과 추억을 정리해야 하는 이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이별 후에는 슬픔과 혼란, 상실감으로

마음이 무거워질 수 있어.

네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던 관계의 끝이 온다면,

맘껏 슬퍼하는 것도 괜찮아.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치유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니

슬픔을 느끼는 것도 소중하거든.


슬픔을 이겨내려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해.

그리고 무엇보다 너를 사랑하는 것이 중요해.


꼭 내가 아니더라도

너를 진심으로 위로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

그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슬픔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그러다 또 슬픔이 몰려오면 그저 슬퍼하면 돼.


치유는 한 번에 완료되지 않아.

슬픔이 느껴지지 않아서

다 잊었다고 느껴질 때도 있고,

다 잊은 줄 알았는데

더 큰 슬픔이 느껴지는 날도 있을 거야.

사람마다 치유의 속도가 다르니

애써 이겨내려 노력하지 않아도 돼.

너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슬픔을 느끼고 치유하면서 너는 한층 더 성장할 거야.

그 변화로 너의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고,

열정을 되살릴 수도 있어.

새로운 목표를 가질 수도 있겠지.

그 과정을 거치면서

너의 강점과 약점을 찾아가는 거야.


그 과정을 거칠 때,

나와 네 아빠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는 걸,

너의 버팀목이라는 걸 꼭 기억해 줘.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야.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별 일 아닌데,

청소년기에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어.

그때 우리에게 의지해주길 바랄 뿐이야.  


네가 고통스러워하면 우리는 더 고통스러워.

고통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그 고통의 시간을 견디면서

성장하는 너를 지켜보는 건,

우리의 또 다른 자부심이 될 거야.




집에서도 함께 놀 수 있는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던 너.

그런 너에게 동생을 낳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나와 네 아빠가 세상을 떠나면

네가 혼자 남아 힘들어할까 봐 많이 고민했어.


내 아빠가 세상을 떠날 때 내게 미안하다고 했는데,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제 알겠어.

아빠 없는 세상에 남겨질 내가,

아빠는 너무 걱정되었던 거야.


아무튼, 나와 네 아빠는 너 하나로 만족하기로 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인성으로는 너 하나도 벅차.

너 쉬운 딸 아니거든.

도움 되지 않는 형제자매도 있으니

동생이 없어서 아쉽더라도 이해해 줘.


혼자인 내가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던 것처럼

네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가득할 거야.


참고로, 서너 살 무렵에 너는 내게 이렇게 말했어.

우리 집에 아가는 너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다른 아가 필요하냐고.





끝은 또 다른 시작이야.

힘든 시간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받아들여 봐.

그러면 너는 네가 꽤 강인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것이라고 생각해.


다시 말해서, 끝은 새로운 시작의 다른 말일뿐이야.

지나간 것은 보내고 다가올 것을 환영하면 돼.

끝과 새로운 시작을 겪어가면서

너의 삶은 더 다양하고 풍성해질 거야.

밤이 지나면 새벽이 와.

그 새벽이 지나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지.

끝은 마지막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 줘.

고유한 너만의 빛이 세상을 비출 날이 올 거야.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겨울이 지나야 봄이 와.

추운 겨울을 지내며 땅은 꽃을 피울 준비를 해.

그 꽃을 기다리며 겨울을 보내면 되는 거야.


매일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면,

풀이나 나무는 살 수 없어.

결국 사막이 되고 말아.

비도 오고 눈도 오고 바람도 불어야

살기 좋은 곳이 되는 거지.

맑은 하늘의 소중함도 알게 되고 말이야.

힘들 때 힘듦을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할 힘을 얻길 바랄게.


공부도 그래.

한 단원이 끝나면, 또 다른 단원이 시작 돼.

어려운 구간이 있으면

수월하게 익힐 수 있는 구간이 와.  

한 단계 한 단계 밟아나가다 보면,

너에게 새로운 기회도 올 거야.


삶의 핵심은 변화라고 생각해.

어렵겠지만, 배움과 성장을 통해

네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면 좋겠어.

변화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디딤돌이야.

익숙함의 변화를 통해

새로움을 만나며 성장하는 거지.

크고 작은 디딤돌을 밟아가며

성장할 네 모습을 기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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