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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Feb 10. 2019

직장인으로서의 나, 엄마로서의 나


얼마 전, 어느 연예인 부부의 셋째 임신 소식을 봤다. 평소에 별로라 생각했던 남편과 관심 없던 아내라서 그런가 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남편 발언의 캡처 이미지를 보니 좀 그랬다. "참을 수 없었다"라는 그의 발언. 게다가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다던 아내의 연습 영상을 보면서 눈물 흘리는 모습이라니. 부부의 가족계획은 당연한 것이거늘, 예전부터 유명인들이 방송에 나와서 그런 일(혼전 임신 포함)을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했다. 뭐 그 가족이야 알아서 잘 살 테고, 예능을 다큐로 본다며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훗날 아이가 자라서 자신이 부모가 원치 않는 아이였나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고, 신이 있다면 진정 아가를 원하는 부부에게만 아가를 보내주면 좋겠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고민한다. 직장에 다니면서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나은지,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올인하는 것이 나은지에 대해서. 전문직도 아니고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직업을 뭐라고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사회생활을 그만두고 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다. 슈퍼우먼이 될 생각도 없고, 그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단지 사회와의 끈을 놓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왜 직장을 그만둘지 고민하는 건 항상 엄마 쪽일까. 엄마가 아가를 데리고 출근하는 문화가 바람직하다고 소개하는 직장도 간혹 보이지만, 그것도 엄마에게'만' 해당한다. 이런저런 복잡하고 답답한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 이런 상황에서 저 남편의 저런 발언을 보니 '여성의 커리어는 남성의 성욕 앞에 아무것도 아닌 것인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복직 후, 전공이나 경력과 무관한(내 의견은 1%도 들어가지 않은) 업무에 배치받았다.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히 임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내 경력을 생각해봤을 때 나에게 도움되는 부분이 거의 없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업무 만족도가 예전보다 높지 않다. 그래서 이직을 고려하면서 구인구직 사이트를 들락거리기도 하고, 예전엔 생각해본 적도 없는 창업에 기웃거리기도 한다. 싱숭생숭하고 붕 뜬 마음이 잘 잡히지 않는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는 정말 중요하니까.


새해를 맞이 하면서 남편과 함께 둘째를 가져볼까 이야기해봤다. 임신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엄두도 나지 않지만, 아가가 잘 협조해주니 욕심이 생기나 보다. 미디어에서 자주 보이는 4인 가족(엄마, 아빠, 아들, 딸)의 모습에 세뇌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내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당연한 그 말이 고마우면서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그의 입장이 부러웠다. 여성이 아이를 가지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어느 하나만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몸 문제, 직장 문제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다. 그러다 결론을 내린다. 둘째는 무슨. 현 직장에서 일하면서 다시 한번 육아휴직을 하는 것도, 새로운 직장에서 일하다가 육아휴직하는 것도 민폐일 테니 말이다. 입양도 생각해봤지만, 가슴으로 낳아 기르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니 그것도 자신 없다.

 

누구보다 자존감이 높았던 나. 나 스스로 뭔가를 이뤄가는 것에 만족했던 나의 삶. 엄마가 되고 나서 그런 것들이 흔들리고 있다. 자존감은 바닥치고 있고 열등감은 폭발 일부 직전이니까. 굴곡 없는 순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나,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면서, 나의 부족한 부분이 크게 도드라져 보여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서 나같이 부족한 엄마에게 와준 아가가 고마우면서도, 아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나 보다. 혹자는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쉽게 말하지만, 그 시간을 견디는 게 너무나 버겁다.


결론은, 그저 부럽다는 것.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는데 매일 지고 있는 기분이다. 무엇이든 시작해봐야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아가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무엇보다 나를 위해 힘내자!!!!! 아자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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