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터 출산까지 (2016.09.24. 작성)
여러 곳에서 말하는 다양한 태교법이 있고 태교 상품도 많다. 무엇인가를 꼭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그런 것 하나하나가 엄마한테는 부담이 된다. 태교에 좋다고 해서, 듣지도 않던 클래식을 듣거나, 하지도 않던 뜨개질을 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먹는 등, 평소에 안 하던 것이나 싫어하는 것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오히려 더 안 좋을 텐데 말이다.
결국, 나는 특별한 태교는 하지 않기로 했다. 즉,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태교이므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듣고 싶은 것을 듣고 먹고 싶은 것을 먹기로 한 것이다. 매일은 못하겠지만 지금껏 해보지 못한 경험을 기록하고, 뱃속 아가와 대화를 나누려 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인디락을 들으면서(물론, 예전처럼 크게 듣거나 오래 듣지는 않을 테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출산일을 기다리는 것이 내 태교 계획이다.
태교일기는 노트에 글만 쓸 것인지 사진이나 각종 서류도 함께 넣을 수 있게 파일 형태로 할지 고민했다. 검색을 해보다가 표지에 제목과 부모 이름을 각인할 수 있고 스프링 형태라 쓰기 편해 보이는 태교일기장을 알게 됐다. 내용 구성도 괜찮았고 같이 보내주는 부가적인 물품도 있길래 그것으로 결정하고 기다렸다.
얼마 후 받은 일기장은 생각보다 작지만 괜찮았다. 그런데 구성품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어이없는 스티커를 발견했다. 엄마는 뽀글뽀글한 머리에 고무장갑과 앞치마를 장착하고 있고 아빠는 안경에 일반적인 옷을 입고 있는 이미지였다. 본 순간 너무 어이없고 황당했다. 이미지에 업체명과 URL까지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업체에서는 이 이미지가 꽤 마음에 드나 보다.
일기장 표지에 각인도 했으니 계속 써볼까 했지만 이 이미지가 자꾸 떠올라서 결국은 쓰지 못하겠다. 아가한테 줄 일기장인데 이런 이미지를 사용하는 업체의 상품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엄마 아빠의 왜곡된 역할 이미지를 입힌 상품이 너무 많다. 아가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이런 고정관념이 사라지길 간절히 바란다.
결국, 태교일기는 수정도 용이하고 사진도 넣을 수 있도록 컴퓨터로 작성하기로 했다.
혹자는 태교음악을 위해 오디오나 클래식 CD 모음집을 장만한다고 한다. 음악을 듣는 형태나 음악의 종류보다는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이 가장 좋은 태교음악이라고 생각하기에 평소 즐겨 듣던 음악 위주로 듣고 있다. 공연을 보러 못 가는 것이 아쉽지만, 몸과 맘이 불편한 출퇴근길에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굳이 태교를 목적으로 산 것은 아니지만, 고양이가 주제인 동화책을 몇 권 샀다. 역시 좋아하고 관심 있는 주제의 책을 읽고 삽입된 귀여운 그림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그 기분이 아가한테 그대로 전달되면 좋겠다. 아빠의 중저음 목소리가 아가한테 더 잘 들린다고 해서 남편한테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했는데 너무 오글거려서 하다 말았다. 태동이 느껴지는 임신 중후반이 되면 괜찮아지려나?
태교여행을 외국으로 가는 사람이 대단해 보인다. 나는 겁이 많아서 외국으로는 못 갈 것 같다. 대신, 산책을 많이 하고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를 자주 가려한다. 제일가고 싶은 것은 락페스티벌이지만 갈 수 없으니 너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