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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미 Sep 22. 2021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

나 다운게 뭔데?


흔히 볼 수 있는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대사이다. 극 중 상대역이 "너 답게 살아"라고 하면, 주인공은 마치 자동 버튼이 눌린 것처럼 뻔한 대사를 한다. "도대체 나 다운게 뭔데?"


나 답다는 것은 평범한 '나'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인생의 여정을 바르게 걸어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평범하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며, 우리는 우리 자신이 평범하다는 것에 충분히 안도해야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해야 할 말이나 행동, 인간이라면 느껴야 할 감정들, 사회인으로서 준수해야 하는 규정들, 최소한의 책임감이나 기본 매너 등 큰 손실이 아니라고 판단이 되면, 본인에게도 최선을 다하지 않고 타인에게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모든 상황 안에서 이익과 손실을 따지고 그에 따라 적당히 좋은 면들을 보여주면서 원하는 것만 얻고 그렇지 않으면 회피하거나 숨어 버린다. 어른으로서 성장을 하지 못한 사람, 지극히 평범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평범하지 않아


간혹 어떤 사람의 행동이 일반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때, '저 사람 좀 특이하다'라는 말로 포장하는 습관이 있었다. 실제 내 마음은 그 사람에 대한 행동 방식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고,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이상하다'라는 말로 지칭 하기에는 '어, 나도 가끔 이상한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따라왔기 때문에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 생각 보면, '특이하다'라는 말보다는 '평범하지 않다'라는 표현이 적당하다. 특이한 것은, 평균보다 탁월하다는 좋은 의미가 담겨 있지만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일반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다. 평범하지 않은 유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본 적으로는 모든 부분에서 논리에 벗어나 제멋대로 행동한다. 아주 평범하지 않은 부류이다. 우리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과는 명백히 거리를 둬야 하고, 자신의 세계에 쉽게 초대해서는 안된다. 평범한 사람은, 평범한 사람을 만나 평범한 행복을 공유하며 즐겨야 한다. 평범한 사고 판단을 하며 평범한 인식을 하는 사람, 그리고 매 순간 보이지 않는 선행을 베풀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 그런 사람은 귀하고 소중하며 오랫동안 같이 있어야 할 사람이다.


평범하게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코로나 19 백신 1차 접종을 하느라 회사에 휴가를 내고 집에 들어와 쉬고 있었다. 아침부터 백신을 맞고, 샌드위치를 먹다가 빨래를 돌리느라 핸드폰을 잠시 보지 않았는데 부재중 전화가 두 통이나 와있었다. 나는 사실 평소에 전화 올 일이 없어서 내 벨소리도 잘 모른다(눈물). 부재중 통화 목록에 가장 친숙하지만, 어딘가 낯선 이름 세 글자. 나에게는 가장 오래된 친구들이 3명 있는데(나라는 이상한 사람의 덫에 갇혀버린 그들에게 가끔 미안한 감정이 든다), 그중에 한 명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거의 매일 단톡방에서 떠들다 보니, 서로 통화를 잘하지 않기 때문에 그녀의 이름이 꽤나 낯설게 느껴졌다. 먹다만 빵 한 쪼가리를 입에 물고는 '뭐, 별거 아닌 것 같은데' 하며 다시 전화를 걸까 말까 하다가 한 통도 아니고 두 통이나 와 있기에 걸었다.


그녀는 내가 오랫동안 앓고 있는 기저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얘가 백신을 맞으러 간다고 하더니 연락이 없자 불안한 마음에 생사 확인차 걸었던 것이다. 나는 이렇게 가끔 이런 놀라운 이벤트를 경험한다. 세상에나, 내가 죽기라도 했을까봐 이렇게 찾는 사람이 있구나, 라는 것에 묘하고도 신기한 감정이 들었다( 표현 말고는 생각나는 단어가 없다). 우리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친한 사이는 맞지만, 나의 죽음까지도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잔잔한 안정감을 느꼈다. 내가 깨꼬닥  세상을 떠나도, 빠르게 소식을 전해줄 사람  명은 있군(입니다).


생각해보면, 걱정될 일이 맞기는 하다. 이는 그녀가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이건 내 생각일 수도 있다) 연락을 취했던 것이다. 그날 밤에도 그녀는 나에게 조금이라도 몸이 이상하면 바로 자기에게 문자든 통화든 뭐든 보내라며 신신당부를 했다(나는 그날 밤 달리기까지 하고 잤다).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평범한 우리는 사랑을 품고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간다.


그래서 평범한 나를, 그리고 그대를, 오늘도 칭찬해!




글/그림 여미

yeoulhan@nate.com

여미의 인스타그램 @yeomi_writer


당신은 평범한 사람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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