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을 하면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남편과 3년간 운영한 첫 카페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다.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이곳에서 우리는 할 만큼 다 했다는 것이 우리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남편은 여전히 빵을 좋아하고, 빵집에서 일하길 원한다. 오븐만 달랑 한 개 겨우 들어가는, 이 좁은 주방에서 더 이상의 성장은 어려웠다. 남편은 더 큰 베이커리 업계에서 일을 준비하고 싶어 했고, 나도 다른 새로운 일을 찾아서 하고 싶었다. 카페에서 내가 그린 그림으로 굿즈를 만들어서 리뷰이벤트를 진행했었는데, 손님들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해주었고, 그로 인해 블로그, 리뷰의 개수가 늘어나면서 신규 유입도 늘어났다. 원래 나의 전공인 애니메이션을 살렸다는 점이 카페를 운영하면서 나를 살아나게 했다. 이제는 커피가 아닌, 다른 것들을 수제로 만들어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는 올해 여름, 폐업을 했다. (너무너무 행복하다)
작년부터 폐업을 하면 메모장에 무엇을 할 것인지 꼬박꼬박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적었다. 나는 무엇을 또 할 수 있는 사람일까,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들어가야 할까, 아니면 새로운 꿈을 찾아서 새로운 일을 배워볼까. 이것저것 적어보니 상상만 해도 너무 즐거웠다. 폐업을 하고 나서 바로 새 노트북을 장만했다. 그동안 밀린 이상한 일기(?) 같은 것들도 쓰고, 나의 죽어있는 브런치도 심폐소생술해서 살려내야지. (사실 노트북 산 지는 한 달이 지났고, 지금 첫 글을 쓰고 있다)
퇴사보다 폐업이 더 달콤하다. 이것은 자영업을 해본 사장님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브레이크 없는 고장 난 기차에 탔을 때의 기분, 그 기차를 스스로 멈추었을 때의 쾌감. 매일 월세를 내거나 재료값을 걱정하면서 하루를 보내지 않아도 되는 삶. 쌓여있는 설거지를 보면서 한숨을 쉬지 않아도 되고, 새로운 디저트 개발을 하지 않아도 되고, 매일 얼굴을 보면서 건물주 눈치를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는 삶. 무례한 손님들을 더 이상 마주하지 않아도 되고, 하수구가 막히거나 물이 새거나 문짝이 고장 날 일도 없는 삶.
그러나 카페 운영 경험은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경험이었고, 이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영업을 하면서, 세상 모든 자영업은 쉬운 일이 없다는 깨달음. 내가 손님으로 어딘가에 갔을 때, 그 장소의 주인에게 조금 더 세심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내 태도의 변화. 주인이 가게 안에 어떤 시스템을 만들었을 때,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의 전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움직이는 불씨처럼, 가게를 움직이는 사람은 단 한 명이며, 그 한 명은 오로지 주인뿐이라는 것. 주인이 움직이게 하는 가게를 존중해야겠다는 다짐.
이것도 나에게 언젠가 좋은 소재가 되어줄 것이라는,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이 생겼다는 것.
글 여미
커버사진 여미
*예전에 작성했었던 MBTI 글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살아 숨 쉬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