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무엇이 더 소중한가를 바로 판단해야 한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고 나 아들은 ‘절대고독’ 단 한 마디로 소감을 밝혔다. 면사첩 옆 칼의 노래는 곧 고독의 노래였다. 적과 적의 적에 둘러싸여 죽을 때와 죽을 곳을 찾아야 하는 그 고뇌와 고독. 아마 그 고독은 저 멀리 있는 왕의 판단과 현장 책임자로서 자신의 판단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부딪치게 되는 고독이다.
교장은 고독할 수밖에 없다. 판단의 결과를 혼자 책임져야 한다. 판단한다는 것은 곧 한쪽의 선택이나 한쪽의 버림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그 판단은 고독한 결단이어야 한다. 위나 아래의 의견을 참조하되 휘둘리지 않는 실존적 판단이어야 한다. 무엇이 더 소중한 것인가를 바로 판단해야 한다. 교장에게 제일 소중한 것은 학교이고 교직원이고, 학생이다.
5. 신상필벌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순신은 베어야 할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베었으며, 상을 줘야 할 사람은 신분을 막론하고 먹이고 위로하고 상을 주었다. 교장은 학교 전체를 책임진다. 몇몇 잘 따르는 사람만의 교장이 아니고, 학생들만의 교장도 아니며, 교무실이나 행정실만의 교장도 아니다. 관심이 학교 전체에 고루 미쳐야 하며 대하는 자세가 공평무사해야 한다. 맘에 들지 않는 교사에게 칭찬이나 상이 인색하거나, 맘에 든다고 해서 칭찬이나 상이 남발되면 학교는 기우뚱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작은 실수를 ‘누구의 자식이기 때문에’ ‘학교의 상황이 어려우므로’ 등의 이유로 눈감아주기 시작하면 학생들의 태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빗나가게 될 것이다. 상도 마찬가지다. 누구의 자식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을 주게 되면 상의 의미는 퇴색되고 더 나아가 웃음거리만 되며 교육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6.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상례를 지키느라 고기를 먹지 않는 이순신에게 임금이 고기를 내렸다. 그 고기 앞에서 종사관 김수철은 말한다. “나으리의 몸이 수군의 몸입니다.” 그러자 이순신은 이렇게 답한다. “그렇지 않다. 수군의 몸이 나의 몸이다.” 또 고하도로 옮겨가는 수군의 뒤를 백성들이 따르자 종사관이 묻는다 “백성들을 어찌하리까?” 이순신은 “따르게 하라. 허나, 뗏목으로는 고하도까지 갈 수 없을 터이니.”라고 하며 뗏목에 탄 백성들을 전선으로 옮겨 싣는다. 이순신이 수군과 백성을 얼마나 아꼈는가를 알 수 있는 장면이다.
교장은 교사(校舍)를 아끼고 교사(敎師)를 아껴야 한다. 학생을 아껴야 한다. 직원을 아껴야 한다. ‘이사도라’라는 별명을 가진 교장이 있다. 24시간 순찰을 돌기 때문에 학생들이 24시간 돈다고 해서 붙여주었다고 한다. 쉬지 않고 학교를 돌면서 건물을 다듬고 선생님을 격려하고, 학생들을 위로하기 때문에 ‘교감도 돌아’, ‘교무 부장도 돌아’, ‘학생부장도 돌아’가 되었다고 한다.
교육을 수목을 키워내는 과정으로 비유한다면 당연히 얼마나 많이 돌보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면학 태도나 인성 함양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학교를 아끼는 마음은 곧 학교를 가꿔나가는 마음이다. 주인이 돌아보는 밭과 돌아보지 않는 밭의 차이는 확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