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에 제일 무서운 것은 도깨비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고 여우도 아닌 바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을 만나면 너무 좋아 폴짝폴짝 뛰는 경우가 더 많다. 아들이 어렸을 때, 아침에 헤어지고 저녁에 만나는데 그때마다, 자러 갈 때도 볼에 뽀뽀한다.
아이 엄마와 아이가 일주일 떨어진 적이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이를 껴안고 뽀뽀하고 어르고 난리였다. 그런데 아이는 멀뚱멀뚱하다. 마침 재미있는 만화영화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 엄마는 혼자 좋아하다가 조금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서운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아들을 보지 못한 지 오래됐다. 눈에 밟힌다. 부자간-진짜 좋은 사이 아닌가? 문제는 ‘사이’이다. 사이가 시공간으로 벌어지니 서운함이 끼어든다. 잘해주지 못했지만, 뒷바라지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다른 일에 열중하느라 날 돌아볼 여유가 없겠지만 그래도 아버지인데, 그래도 아들인데.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할 나이는 지났지만, 만나면 ‘사이’는 다시 반갑고, 다시 즐겁고, 다시 든든해지는 그런 사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