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대비
축구장 한쪽에선 계속 몸을 푸는 선수가 있다. 언제 투입될지 또는 투입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언제 어느 때 이뤄질 갑작스러운 부름에 대비해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야구장에서도 한쪽에선 몸을 푸는 선수가 있다. 시합 전엔 전체 선수가 몸을 푼다. 누가 출전명단에 포함됐는지 모르면서도 투입될 때를 대비해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연주 전에는 악기 조율하는 소리로 시끄럽다.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것에는 준비가 있다. 있어야 한다.
노년을 준비해야 한다. 내 발로 걷지 못하고, 내 손으로 먹지 못하고, 내 힘으로 대소변을 처리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신세를 질 준비도 해야 하지만, 혼자 침대에 누워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준비도 해야 한다. 걱정이 한가득이다. 그러나 준비는 잘하되 그나마 남아 있는 현재를 망쳐선 안 된다. 할 수 있는 한 즐겁게 많이 보고 많이 듣고 많이 다녀야 한다.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