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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감성 Jan 15. 2023

내일 아침, 비

삼켜지다.


잠에 든 사이, 도대체 세상엔 무슨 일이 벌어졌던걸까? 내일이 왔다.


분명 어제는 잔잔한 햇살을 한움큼 끌어안은채 눈을 떴다. 따스한 이불냄새와 향긋한 햇빛, 나는 침대 위에서 그 모든 행복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며 아침을 맞았다. 

'아, 좋다.'

천장을 바라보며 지난 밤 꾸었던 꿈을 차근차근 되짚는 호사를 누린 후, 내 더운 숨으로 가득했던 방안을 환기시키기로 한다. 창문을 활짝. 서늘한 바람에 느끼는 기분 좋은 살떨림, 그 가벼운 진동.


그러나, 오늘은 아무도 나를 깨우지 않았다. 지독한 외로움에 몸부림치다 모든 힘을 빼앗긴 채, 힘없이 이곳으로 떠밀려왔다.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 위에서 아침을 맞는다.

'비온다.'

이곳으로 들어오기 위해 끊임없이 문을 두들기는 빗소리에 나는 이불을 뒤집어쓴다. 색깔이라곤 없는 창밖풍경, 그 속에서 나만 눈에 띌까 겁이 난다. 나도 저 창밖으로 나가려면 튀는 색깔을 모두 감추어야 해. 주섬주섬. 삐죽삐죽 튀어나온 색을 바지춤 안에 집어넣고서야 겨우 이불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민다. 그 때 날 삼키는 텅 빈


하늘


류이치 사카모토, 쳇 베이커, 이병우.


꺼지지 않는 알람.

전등.

식인.



@글쓰는 차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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