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카트에 차곡차곡 담는 것은

by 김송은

"엄마 생일축하해요!" 아침에 다섯 살 딸이 일어나 말했다. 어제 밤에 꾸깃꾸깃 접은 종이를 생일 선물이라 건넸다. 펼치면 하트모양이고 이렇게 접으면 고래가 된다고 보여주었다. 고마워, 하고 받아두었다.

입차 알림이 평소보다 일찍 울렸다. "여기, 꽃다발!" 꽃을 들고 일찍 귀가한 남편이 퍽 기특하다. 금세 더워진 요즘 날씨에 어울리게 화사하고 경쾌한 색감이다.

어디라도 갈까. 어린 두 아이를 차에 태워서 멀리 식당에 가는 것을 점점 좋아하지 않게 된다. 답이 얼른 안 나오는 식당 궁리 끝에 내가 이마트에 가자고 했다. 같이 장보고, 아이들에게 평소 사주고 싶다고 생각만 해온 것들을 척척 장바구니에 담아넣는 작은 호사를 누리고 싶다 했다. 예전부터 남편과 장보러가는 것이 일이나 살림이 아닌 데이트 같이 좋았다.

누나 것 물려신던 둘째를 위한 공룡 양말 세트와 첫째를 위한 커다란 머리핀, 글라스데코, 퍼즐세트를 담았다. 평소라면 좀더 저렴하고 무난한 떡뻥을 담았겠지만, 오늘은 양은 적은데 더 비싸고 둘째가 무척 좋아하는 '사르르쿵'을 여러 개 담았다. 이런 저런 물건을 들어보이면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차곡차곡 담는 손길이었다.

전자제품 코너에서 스마트워치를 팔목에 감아봤다. 며칠 전에 선물은 카시오 시계면 되겠다고 말했을 때 그는 당장 스마트워치를 추천했다. 나는 그정도로 '스마트'는 필요하지 않다고 손사레를 쳤다.

투명한 거울같기도 한 동그란 화면이 마트 조명에 유난히 반짝거렸다. 거기 비쳐보이는 내 얼굴이 예쁘지는 않지만 예뻤다. 잘 사용할지 따지기 보다는 갖고 싶다는 사치를 부리고 싶었다. 화이트로 하기로 했다. 속물적인 만족감이 나쁘지 않았다.

​ 아이들을 위한 물건과 가족의 식사거리, 그리고 나를 위한 반짝이는 시계가 한데 담긴 카트가 풍요롭다. 한때는 가족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라 믿었지만, 때로 그 둘이 다를 때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오늘은 엄마로서 행복을 두둑이 담는 동시에, 나라는 개인의 욕망도 영롱하게 반짝이도록 챙겨주었다.

아이들과 남편은 일찍 잠들었다. 주방을 정리하고 보니 남편이 나에게 교육받아서 잘 사오게 된 생일 꽃다발이 거실을 훤히 비추고 있다. 화병을 왜 하나도 안 샀을까 하면서 큰 컵을 찾아 물을 담고 꽃을 꽂았다. 이렇게 둘까 저렇게 둘까 방향을 돌려보았다. 딸이 준, 하트였다가 고래가 되는 색종이도 옆에 두었다. 모든 게 알맞고도 잔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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