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유아차에 태워 가는 길, 길섶에 핀 민들레 서너송이를 보고 뭐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허리를 숙였다.
"꽃. 민들레꽃이야. 예쁘지? 봄에 피는 거야."
두 살배기 아들, 얼떨결에 노랗고 동그란 것이 달린 풀을 꼭 받아 쥐었다. 달랑달랑, 꽃송이가 아이 손에서 흔들렸다.
작년 여름, 네 살이던 첫째에게는 이 길 옆 공터에서 흐드러지게 핀 달맞이꽃을 꺾어주었다. 누군가 가꾸지 않아도 스스로 피어난 들꽃은 조금 꺾어도 된다고, 자연에게 빌리는 거라고 일러주었다. 엮어준 꽃다발을 쥐고서 아이는 환하게 웃었다. 어린이집까지 들고 가 유리병에 담아두었다가 하원 길에 다시 소중히 안고 왔다.
문득 생각했다. 15개월 아기 손에 꽃을 쥐어주고 "민들레! 민! 들! 레!" 하고 외치는 이유는 뭘까. 네 살 딸에게 달맞이꽃을 주면서 애써 이름 뜻을 설명한 건 왜였을까.
예쁜 것과 세상에서 가장 예쁜 것을 하나로 합쳐보고 싶은 욕심이 첫 번째요, 삶에 행복을 더하는 사소한 기술을 전수해주고 싶은 마음이 그다음이다.
매화, 산수유, 민들레, 나리꽃, 접시꽃, 금잔화, 달맞이꽃, 능소화, 구절초, 코스모스, 동백... 소박하게나마 이런저런 꽃 이름을 알고 있는 건 시골에서 자랐고 꽃을 좋아한 엄마를 따라다니며 귀동냥한 덕분이다.
나의 아이들도 꽃과 나무의 이름과 색깔, 모양과 향취, 그리고 피고 지는 때를 알았으면 한다. 그것이 계절과 시간을 느끼는 감각이자 발치에 굴러다니는 작은 예쁨을 알아차리는 능력이 될 테니까.
그게 밥은 안 먹여주겠지만 마음에 한 스푼 말캉함은 더해 줄 수 있을 거다.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