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가 너무 닳아서 풀 수가 없어. 안 되겠네.”
노래와 불빛이 나오는 국민 튤립 장난감을 첫째가 동생에게 틀어주겠다고 가져왔는데, 나사가 마모되어 드라이버가 헛돌기만 했다. 뭉개진 나사 끝을 만지작거리다 문득 중학생 때가 떠올랐다.
조용한 모범생이었던 나는 처음으로 짝꿍을 따라 수업 시간에 귓속말을 나누고 장난을 쳤다. 처음 맛보는 낯설고 달콤한 해방감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에겐 잘하던 애가 갑자기 잘못되었을 뿐이었다.
“김송은! 너 요새 너무 나사가 빠졌어!”
선생님의 호령 한 마디에 나는 다시 움츠러들었다. 짧았던 나사 풀린 생활을 정리하고 모범생의 궤도로 복귀했다. 십 대 내내, 내 마음의 나사는 꽉 조여졌다. 타인의 눈치를 살피며 튀지 않으려 했고 성실하고 잘해야 한다는 기준에 메였다.
한 손에 전동드라이버를 들고 생각했다. 조이기만 해서는 나사가 아니다. 누군가 뚜껑을 열고 새 건전지를 넣어줘야 다시 노래할 수 있는 법이다. 내겐 다행히 그 나사를 풀어주는 남편이 있다. 그가 아니었다면 나도 벌써 마모되었을지 모른다.
가끔은 풀어져야 한다. 잘하려고 바싹 조인 마음을 풀고, '그럴 수 있지'하고, 아이와 엉덩이춤을 추면서 마음에 바람을 쐬어주어야 한다. 그 쉼이 있어야 다시 노래할 수 있을 테니까.
장난감은 결국 못 고쳤지만 오늘 내 마음의 나사는 기분 좋게 한 바퀴 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