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피곤한 줄 알았던 나에게
2년에 한 번씩 받는 건강검진.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의사 선생님이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하는 것 같았다.
"모양이 좀 좋지 않은 것 같고, 크기가 커서 결과 나오면 꼭 확인해 주세요."
결국엔 갑상선암이었다.
양쪽에 혹이 있어서 갑상선을 모두 절제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증상도 없는 암이라니.
그냥 너무 만사가 귀찮고 피곤했는데 이게 증상인가?
30대가 되면 다 이렇게 피곤하겠지 생각했다.
'내가 암이라고?'
회사가 지원해 주는 건강검진 덕에
발견하게 되어 고맙다고 해야 할지
일에 치여 건강이 뒷전이 돼버린
회사 탓을 해야 할지
헷갈린다.
눈물을 참다 집에 와서 펑펑 울었다.
혼자 살면 이럴 때 참 편하다.
부모님에게는 절대 말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 눈엔 나는 아직도 늦둥이 막내딸이니까.
뛰어나게 잘하는 건 없어도
건강하나만은 자부심을 갖고 싶었는데
시집도 안 가고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나에게
엄마는 크게 바라는 것 없으니
건강하게만 살라고 했는데
곧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다.
건강한 삶은 나의 모토였다.
유기농 채소와 과일, 여러 가지 사회적 활동을 하는
생협에서 일한 지 어느새 6년이 되었다.
정작 내 현실의 삶은 유기농이 아닌
농약을 잔뜩 머금은 관행농이 었던 것인가.
현장 취재와 업무 이동도 많고 야근도 많고
1시간 30분 넘게 걸리는 출근길을
주 5일 강행하며, 저녁밥도 못 챙겨 먹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나날들이 생각난다.
생각해 보니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암이라는 단어를 듣고서야
정신이 번쩍 든다.
잠시 쉬어가도 돼
이대로 계속 가다간
암세포만 커질 테니까...!
그나마 저에게 위로되었던
단호박 같았던 대학병원 선생님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