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옆 허름한 식당의 고기국수

고기국수 1편

by 홍난영

제주를 찾는 여행자라면 협재해변을 한 번쯤 가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협재해변은 애매랄드 빛의 바다로도 아름답지만 집 모양까지 보일 정도로 가까운 섬, 비양도 덕분에 더욱 예쁜 곳이다. 섬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수영해서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오히려 비현실적인 비양도에 가려면 협재해변 옆에 있는 한림항으로 가야 한다. 그곳에서 50명 정원의 작은 배를 타면 비양도에 갈 수 있다.


이 국수집은 바로 이 한림항 근처에 있다. 물론 협재해변 근처에도, 비양도에도 국수는 있다. 협재해변 국수집은 시원국수 편에, 비양도 국수는 또섬국수편 나온다. 여기서는 한림항 근처 한림 매일시장 입구의 고기국수를 맛보고 가자.

시장 입구에는 허름한 식당이 하나 있다. 그간의 경험으로 그냥 적당한 국물과 면에 적당히 고기 고명이 올라간 국수일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여지없이 내 예상은 빗나갔다. 선입견은 불필요한 것이다. 경험치를 장착하고 있을 필요는 있지만 그것으로만 판단하면 배는 산으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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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저녁 식사 시간. 식당엔 노부부 한 팀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사장님은 어디 가셨나?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바라보고 있자니 노부부 중 할아버지가 무심한 표정으로 일어나 우리 자리로 오셨다.


“뭐 드릴까요?”


고기국수를 주문하니 이번엔 할머니가 또 무심하게 일어서신다. 방금 주문 들어온 고기국수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나를 별로 신경 쓰지 않은 눈치였는데 그분들이 식당 사장님 부부셨다.


몇 분이 흐른 후 등장한 고기국수 한 그릇. 유난히 반짝반짝 빛나는 면과 함부로 먹다간 혀가 데일만큼 뜨거운 국물이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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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아서 먹다가 조금 남길 생각이었는데 일단 한 입 들어가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대로 쭉, 한 그릇을 완전히 비웠다.


면은 중면보다 가늘었는데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함께 지닌 식감이었다. 분명 생면이라 생각되었다. 생면이라는 게 그렇다. 어느 정도의 수요가 없으면 미리 준비해놓기가 쉽지 않다. 반면 건조면은 많이 구입해놔도 부담이 적다. 그러니 생면으로 국수를 끓여주는 곳은 제법 장사가 되는 곳이라 생각해도 될 것이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과연 생면이었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면이 와요. 우린 그렇게 해요.”

“아~ 시장에 혹시 국수 공장이 있어요?”

“아니에요. 다른 곳에서 와요.‘

“면도 정말 잘 삶으신 것 같아요. 정말 맛있어요.”


신경 쓰며 생면을 준비해 삶아내는 일련의 과정을 알아준 손님이 반가운지 나이 지긋하신 사장님의 얼굴에 꽃이 피었다. 그리고 그 속엔 자긍심도 무심히 보였다. 처음 식당 안으로 들어오던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은 무엇이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국물은 또 어떠한가. 국물의 깊이까지는 논하지 못하겠지만 그 뜨거움만큼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한림항에서 맞았던 바닷바람 때문이었을까, 몸 구석구석 스며들었던 한기가 스르륵 물러갔다. 서서히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그 뜨거움. 그 느낌이 정말 좋았다.


혹시나 거친 바다에서 몇 시간이고 바람과 파도를 견디며 고기를 잡고 돌아온 어부들의 구석구석 스며든 추위를 보듬기 위해 혀가 데일 정도로 뜨거운 국물을 내놓은 건 아닐까? 국수를 먹은 어부들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생각나는 그런 국수다. 그래서인지 바람이 불 때마다 다다 국수가 생각난다.


역시 음식은 누구와 혹은 어디에서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감정이 파고든다. 이곳의 고기국수를 먹을 땐 꼭 바닷바람을 충분히 맞고 가야겠다. 그래야 그 맛이 살아나니까. 겨울이 오면 이젠 한림항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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